지난 17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전국지역아동센터 협의회 회원들이 지역아동센터 운영비 현실화 및 차별적 평가중단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다"고 외치고 있다.
"운영비 현실화·차별적 평가 중단해야"
"환경·조건무시 일방적 수준요구 잘못"
◆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추진되는 지역아동센터 평가의 현실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운영비 지원은 점진적으로 증가되기는 했으나, 실질적으로 운영을 안정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현실화되지는 않은 상태다. 또한 인건비 부족으로 질 높은 인력활용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교사 수급마저 어려운 상황에서 환경이나 조건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지역아동센터의 수준만을 논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 이에 지역아동센터 운영비의 현실화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무리한 평가를 실시, 결과적으로 운영의욕을 소진시키고 현장 네트워크를 파괴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실시한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평가 결과 81.5점의 높은 점수가 나타났으나, 평가 실시의 조건으로 제시했던 월 465만 원 운영비 증액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채, 오히려 하위 5% 운영비 지원 중단, 하위 15% 운영비 삭감 등으로 바뀌었으며 올해 평가 역시 운영비 지원과 연계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즉 보건복지부는 운영비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경우, 평가 미흡기관에 운영비를 중단하거나 부족한 운영비라도 1/N로 나눠가질 것인가를 물음으로써 평가를 핑계삼아 운영비를 현실화하지 못한 책임을 지역아동센터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지역아동센터 평가란
2004년 법제화 이후 아동복지 이용시설로서 사회적 요구와 위상에 걸맞은 운영체계와 서비스 수준을 담보하기 위한 현장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왔다. 그러다 2008년 국회 보건복지가족상임위원회에서 2009년도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지역아동센터 평가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반영할 것', '지역아동센터 운영비를 차등지원하는 것을 조건으로 월 465만원을 증액할 것' 등을 의결하면서부터 평가문제가 대두됐다.
전지협을 비롯한 현장의 우려 속에서도 2009년 평가가 지역아동센터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민간의 노력과 제도적 뒷받침으로 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급한 운영비 증액은 이뤄지지 않은 채 평가만 실시한 꼴이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짧은 기간의 준비과정에도 불구하고 평가가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은 2007년에 이미 평가지표 개발, 시범사업 실시 등 지역아동정보센터가 평가사업 준비를 해왔으며, 이는 전문가들도 실행에 무리가 있다고 했던 지역아동정보센터의 평가 지표와 2010년 현재의 평가지표가 거의 동일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드러나고 있다.
◆ 2009년 평가의 '구멍'
지난해 평가는 지역아동센터 현장을 모른 채 급속하게 추진된 평가였으며, 운영비 증액이 아닌 삭감으로 나타났다. 토론자들은 지난해 평가에 대해 지역아동센터를 경쟁시키고 서열화하는 상대평가였으며, 평가결과를 운영비 지원과 연계했으나 운영비 증액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또한 현장의 상황과 맞지 않는 일방적인 평가 지표를 개발 및 적용했으며, 평가위원에 대한 사전교육이 미비하고 개인적인 의견에 따른 편차가 발생하는 등 평가위원의 자질 및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지역적 특수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평가지표가 적용됐으며, 평가일정이 촉박했음은 물론, 형식적이고 부족한 컨설팅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히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 정성평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평가위원에 따른 편차가 과도해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인할 수가 없다. 이밖에도 평가가 시작된 이후부터 열거할 수 없을 만큼 평가 준비, 과정, 결과에 대해 수많은 문의와 민원이 발생했다. 이에 전지협은 평가결과와 관련해 2번의 토론회를 거치며 2009년 평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8차 정기총회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은 채 실시되는 차별적 평가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결의했다.
◆ 달라지지 않은 2010년 평가
2009년 평가의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은 평가는 수용할 수 없다는 현장의 분위기가 팽배했던 가운데 지난 4월 평가사업지원단이 구성되고 평가편람(안) 초안이 발표됐다. 2010년 평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보건복지부의 서비스 수준을 점검하는 평가와 지자체의 점검평가로 나뉘어 이중으로 진행되며, 2가지 평가를 5대5로 합산해 운영지 지원 선정에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평가지표 수가 줄어 완화된 평가지표로 보이나 오히려 이중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강화된 평가라는 의견이다.
또한 상대평가, 미흡기관 지원대책 부재, 무리한 평가일정, 평가지표의 타당성(평가지표 수는 줄었으나 서비스 수준점검으로 내용은 강화), 평가위원, 지역적 특수성 고려, 평가주기 등 다른 사회복지시설과 차별적인 평가실시 등 세부적인 사항에서도 2009년 평가의 문제점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평가추진 계획이라고 관계자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2009년에 비해 정성평가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평가결과가 평가위원의 주관적 판단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 2010년 평가에 대한 전지협의 대응
전지협은 2010년 평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보건복지부에 전달해 대안 모색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24일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지역아동센터 운영비 현실화 및 차별적인 평가 거부선언 전국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지협은 이와 함께 지역아동센터 현장의 의지를 보여주는 서약서를 취합해 보건복지부에 전달했으며, 지역아동센터 평가와 관련한 국회 청원 활동, 지역별 공청회 토론회 시설장회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또한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은 2010년 평가는 거부한다는 입장을 전국임원회의를 개최해 결의했으며, 보건복지부(지역아동센터 평가사업지원단)에서 주최하는 공청회에 참가한 뒤 보건복지부에 지역아동센터 평가와 관련한 제안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역아동정보센터에 평가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보건복지부가 임의 선정한 단체들의 대표자 회의를 통한 형식적 의견수렴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홈페이지와 이메일을 통해 추진상황을 계속해서 회원에 공지하고 소통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 이번 평가지표에 관한 보건복지부의 입장
지난달 24일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공청회에서 보건복지부는 평가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평가는 수용할 수 없는 현장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 현재 평가사업지원단을 해체하고 대표자회의를 통해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또한 지난달 31일 전지협 임원과의 면담에서는 절대평가 전환 가능성, 평가일정 변경 가능성 등 일부는 수정할 수 있으나 올해 평가는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은 명확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지협에 따르면 지난 4일 전국 및 지역단위 연합단체 8개가 참석한 형식적 대표자회의를 개최해 현장과 합의했다는 명목하에 평가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역아동정보센터 평가사업지원단에서 계획한 일정대로 지역에선 이미 평가사업단을 공모하고 평가위원을 모집하고 있는 등 평가강행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 지역아동센터의 분위기
지역아동센터는 전지협이 좀 더 강력하게 평가에 대응할 것을 요청하고 있으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차별적 평가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역별로 평가거부를 하는 서명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서울 강원 대전 경북 전남 등 지부에서는 공청회가 진행됐으며, 다른 지부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 거부 의견들이 모이고 있다는 것이다.
◆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한 노력
전지협은 전국임원회의를 통해 다음 4가지를 결의하고 나섰다.
첫째, 2010년 지역아동센터 평가는 지역아동센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최소 기준(일정 수의 아동을 법적 종사자와 시설을 확보한 가운데서 일8시간씩 주5일간 돌봄)을 충족하고 있는지를 판단해 합격(Pass)과 불합격(Fail)으로 표시하고 나머지 지역아동센터들의 경우는 자신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절대평가로 평가방식을 변경해야 한다.
둘째, 지역아동센터 평가결과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 기관에 대해서는 미흡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셋째, 지역아동센터 평가결과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 기관에 대해서는 추가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넷째, 2010년 지역아동센터 평가는 2009년 평가에서 나타난 문제점, 즉 평가지표의 현실성,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 타 사회복지시설과 비교해 차별적인 평가 주기 등의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
또한 전지협은 지난달 24일 개최한 공청회 이후 보건복지부에 대해 △2009년 운영비 월 465만원 증액 약속을 이행하고, 2010년 지역아동센터 평가 추진 중지 △2009년 평가의 문제점이 해소된,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 민관 TF팀을 구성 △민관 TF팀에서 지역아동센터에 적합한 절대평가 기준안 설정 및 평가체계 구축에 대한 장단기 계획 수립 등을 제안하기도 해 앞으로 2010년 평가지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주목된다. <강지원 기자>
(사)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서울시지부(지부장 박영선)는 지난 16일 중구구민회관 1층 소강당에서 60여 명의 지역아동센터장과 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0 평가제 강행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다)'를 개최했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이하 전지협) 박경양 이사장의 경과 및 현황보고를 시작으로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2시간동안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역아동센터 평가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관한 심층적인 논의가 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