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말하다/어매는 나더러 쑥맥처럼 살라하네

질그릇 같은 삶의 이야기

질그릇 같은 삶의 한을 가장 잘 표현해 내는 작가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조정래(CBQ통신 대표)씨가 동화책 속의 그림처럼 소담스레 그려낸 '어매는 나더러 쑥맥처럼 살라하네'를 출간했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푸성귀 같은 풋풋한 사랑을 소박한 언어로 빚어낸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금세 콧날이 찡끗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책장마다 독특한 언어와 해학, 투박한 사투리가 맛깔스럽고 읽고 나면 구수한 청국장찌개를 한 그릇 비운 것처럼 뒷맛이 개운하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는 선조들의 질곡 같은 삶을 들여다 본 것이고 수수한 무명천 같은 담백함으로 그려놓은 우리네의 뿌리를 읽은 것이다.

 

 달뜨는 앞산ㆍ피라미 뛰는 개울ㆍ낮달보고도 짖어대는 누렁이ㆍ솔갈비 태우는 초가집의 굴뚝연기ㆍ소쩍새 앉아 우는 아름드리 느티나무ㆍ산까치 퍼덕이는 늙은 감나무ㆍ하늘높이 날아오르는 노고지리ㆍ나생이 캐는 댕기머리 처녀ㆍ버들피리 부는 더벅머리 총각ㆍ높새바람에 일렁이는 산비탈 보리밭ㆍ동구 밖에 홀로 서서 집 떠난 자식을 기다리는 어매처럼 아련한 추억을 안고 살아가는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의 가슴과 가슴을 이어주는 살가운 정이 절절이 묻어나는 삶의 향기가 짙게 배어 있다.

 

 옹기종기 모여 있던 토담집도 허물어지고 도시 근교는 아파트 숲이 삼킨 지도 오래전. 어느 유명 작가가 훌륭한 필력으로 문학작품을 그린다하더라도 이들, 한 사람 한 사람 가슴속 한켠에 웅크리고 있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네모난 원고지 빈칸에 흑백 사진처럼 세세히 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조정래 지음/도서출판 책이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