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개설 의료기관과 약국, 이른바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은 의료법과 약사법을 위반한 채 운영되는 불법 시설이다.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사나 약사의 명의를 빌려 개설·운영하는 이들 기관은 오직 영리만을 추구하며, 과잉진료와 불법행위를 일삼고 있다. 소방·안전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는 그 폐해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155명의 사상자를 낸 이 비극은 경찰 수사 결과 불법 개설된 의료기관이었음이 밝혀졌다. 이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반복적인 문제이다.
지난 14년간 불법개설기관에 지급된 부당이득 환수 결정액은 무려 3조 4천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실제 징수율은 7%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사 기간 동안 불법행위자들이 재산을 은닉하거나 폐업하는 방식으로 환수를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부터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에 대한 행정조사를 통해 재정누수를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전국적인 조직망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문성과 노하우를 축적해왔지만, 강제수사권이 없는 공단의 조사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초기 증거 확보, 계좌추적, 혐의 입증 등 실질적인 수사에 있어 공단은 손발이 묶인 상태이다.
현행 법체계 하에서 경찰 수사는 평균 11개월, 최장 54개월까지 지연되며, 보건의료 전문 수사인력 부족으로 인해 수사 효율성도 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불법행위자들은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이제는 공단에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권한을 부여해야 할 때이다. 특사경 제도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한해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식약처·관세청 등에서 이미 운영 중이다. 공단 특사경은 오직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수사만을 수행하도록 제한되어 있어, 수사권 오·남용 우려도 최소화된다.
공단에 특사경이 도입되면 수사 기간을 평균 3개월로 단축할 수 있으며, 연간 2천억 원 이상의 재정누수를 막을 수 있다. 절감된 재정은 보험료 부담 완화와 보험급여 확대에 활용되어 국민 건강권을 더욱 두텁게 보호할 수 있다. 또한 불법기관의 신규 진입 억제와 자진 퇴출 효과도 기대되며, 건강한 의료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불법개설기관들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법 위반을 넘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이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으며,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이러한 불법행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특사경’ 도입이 필수적이다. 이는 공단에 실질적인 수사권을 부여함으로써, 초기 증거 확보부터 계좌추적까지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건강보험 특사경’은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자, 부당이득은 반드시 환수된다는 사회적 원칙을 세우는 제도이다. 수년간의 논의를 거쳐 입법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이 제도가 금년 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