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김 민 수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장

국민연금법 개정과 판도라 상자

세간의 뜨거운 감자였던 국민연금법이 개정된 지 벌써 3달이 지났다. 2003년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실시하면서부터 그간 개정을 위한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그리스신화의 판도라가 제우스가 준 상자를 열어 그 속에서 선과 악이 뒤엉켜 뛰쳐나왔듯이 국민연금도 제도 확대를 시작으로 ‘연금수급권자 증가’라는 부분보다는 기금고갈 우려, 반쪽연금, 안티사태 등 여론과 국민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국민연금법이 개정되면서 제도의 미비점들을 대거 해소함으로써 국민들의 신뢰회복에 좀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판도라의 상자 속에 남아 있는 ‘희망’의 발견이다.

 

 △5년간의 산통 끝에 태어난 개혁의 열매

 

 개정법에서는 국민연금을 통한 소득보장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개선으로 급여혜택을 대폭 확대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2명 이상 자녀 출산 시 자녀수에 따라 12개월에서 최장 50개월, 군복무 이행 시 6개월의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하는 ‘출산ㆍ군복무 크레딧제도’를 도입했고, 20년 미만 가입으로 감액노령연금을 받는 경우 지급액을 종전보다 2.5%상향 했다.

 

둘째, 2개 이상의 급여가 발생하는 경우 사회보험 원리에 따라 한 가지만 선택해 지급하던 것을 하나의 급여에 나머지 급여의 일부를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고용보험에서 구직급여를 받는 경우 노령연금을 지급받을 수 없었으나 이제는 구직급여와 노령연금 모두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셋째, 장애연금 혜택을 확대해 가입 전에 발생한 질병이라도 가입중에 처음 진단을 받았으면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미완치 질환에 대한 장애등급 판정시기 또한 최초 진단일로부터 2년 경과일에서 1년 6개월 경과일로 6개월 단축했다.

 

 또한, 18세미만 자녀의 유족연금 수급권을 강화하고, 이혼한 배우자에게 지급하는 분할연금을 재혼 시에도 계속 지급토록 했다. 재직자노령연금 수급의 연기를 신청하는 경우 연기된 기간만큼 연금액을 올려 주는 ‘연기연금 제도’신설 등 40여개의 제도개선이 이뤄졌다.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그러나 희망은 있다

 

 근본적으로, 연금개혁의 핵심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한 부담부분을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어떻게 적절히 분담하느냐 하는 것이다. 종전의 ‘저부담ㆍ고급여 체계’에서는 현세대가 누리는 급여혜택을 후세대들이 떠안아 부담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지만, 이번에 적정급여체계로 바뀌면서 후세대들의 부담부분이 현저히 감소했다.

 

 이제 국민연금법은 개정됐으나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재정 안정화 문제를 단기간 내에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구조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국민의 이해와 합의를 바탕으로 꾸준한 노력과 개선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 속에서 발견한 ‘희망’이 우리 노후의 멋진 동반자로서 국민연금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