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중앙정보부가 이전한 뒤 서울시 남산별관으로 사용한 모습(좌), 옛 남산중앙정보부가 인권광장으로 탈바꿈 할 조감도(우).
/2017. 8. 23
군부독재 시절 혹독한 고문수사로 악명 높은 곳이었던 남산 예장자락의 '중앙정보부 6국' 자리에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라는 어두운 역사를 기억하고 돌아보는 공간이 새롭게 조성된다.
서울시는 이 공간을 '중앙정보부 6국'을 의미하는 '6'과 부끄러운 역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기억하자는 취지를 담아 '기억6'으로 이름 짓고, 오는 2018년 8월까지 완공키로 했다.
'중앙정보부 6국' 건물은 최근까지 서울시 남산2청사로 사용되다가 작년 8월 지하를 제외한 지상부는 모두 철거됐다.
'기억6'은 인권을 주제로 한 빨간 대형 우체통 모양의 전시실(1층∼지하1층, 160㎡)이 있는 300㎡ 면적의 광장으로 조성된다.
빨간 우체통을 모티브로 한 것은 거대권력에 의한 폭력이 이뤄졌던 고통의 공간이었던 이곳을 '소통'의 공간으로 회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실 지하에는 과거 '인민혁명당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국가변란기도사건)' 등에 대한 수사와 고문이 이뤄졌던 취조실(고문실)이 재현된다. 1층 전시실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이 공간은 실제 취조실이 있었던 '중앙정보부 6국' 건물 지하공간(2개실)을 정밀 해체한 뒤 전시실 지하에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조성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문화재 이전·복원 전문업체가 해체 작업을 진행했다.
전시실 1층에는 자료 검색이 가능한 아카이브와 다큐멘터리 등 영상을 상영하는 프로젝터 등이 설치된다. 또, 전시실에 있는 엽서에 시민들이 직접 적은 메시지를 빔 프로젝터를 통해 내부벽면에 표출하는 참여형 전시도 진행된다.
광장에는 작년 8월 해체한 건물 잔해를 활용해 6개의 기둥이 세워진다. 각 기둥에는 고통의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는 의미를 담은 문구가 새겨지며, 시민들이 앉을 수 있는 벤치도 설치된다.
'기억6' 조성은 한 세기 넘도록 고립돼 있던 남산 예장자락 2만2천833㎡의 옛 경관을 회복해 도심공원으로 종합 재생하는 서울시의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의 하나다.
시는 옛 '중앙정보부 6국' 건물의 철거·활용에 대한 수년간의 논의 끝에 작년 3월 '해체 후 재구성'키로 결정하고, 이후 6개월(2016.8∼2017.4.)에 걸친 기획회의, 기초자료 조사, 인권 전문가 자문, 고문 피해자 인터뷰 등을 통해 공간 조성의 방향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고문 피해자인 녹색병원 설립자 양길승 원진직업병관리재단 이사장은 "공간을 완벽히 없애버리는 것보다는 역사적 사실과 상처를 딛고 새로운 시대적 경험을 통해 다른 걸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며 "피해자에게는 아직도 두려움, 트라우마 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정보부 6국'은 군부독재시절 국내 정치사찰, 특히 학원사찰과 수사를 담당했던 국가기관이다. 건물 건립시기는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지만 '정초(定礎), 1972.4.5.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이라고 적힌 건물 정초석이 남아있다.
1995년 안기부가 이전하면서 서울시가 소유권을 매입했다.
국가정보원이 발간한 '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에는 국가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인권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한 사건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