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정동야행 축제'에세 고궁음악회(좌)와 체험존 정동의 건축가(우)에서 대한제국 건축물 모형을 조립하고 있다.
/ 2017. 6. 14
오는 10월에도 개최
중구(구청장 최창식)가 지난 5월 26일과 27일 이틀간 정동에서 개최한 '정동야행'에 15만여명이 다녀가면서 국내 대표 야행 축제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번 정동야행은 역대 가장 많은 35개의 역사문화시설이 참가하면서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남녀노소를 막론한 시민들의 눈과 발을 붙들었다.
덕수궁 돌담길 체험존에서는 정동을 배경으로 꽃피운 1900년대 초 근대문화가 재현됐다. 시민들은 대한제국 황실 이화문양을 만든 한양미술품 제작소의 화가가 되기도 하고 배재학당의 시인이 되기도 하면서 늦은 봄밤의 예술적 감성을 풀어냈다.
경성방송국 부스에 흘러나오는 대한제국 최초의 아나운서 목소리를 들으며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손탁호텔을 3D로 구현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 당시 정동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왔다는 박현주씨(36)는"체험 프로그램을 해본 아이들이 생소한 근대문물을 신기해하면서도 이야기에 몰두하는 걸 보니 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한제국 상징인 오얏꽃 모양의 LED등은 여성과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고 돌담길의 청사초롱과 어우려져 정동의 밤을 밝혔다.
덕수궁 중화전 앞에서 펼쳐진 고궁음악회는 정동야행의 하이라이트. 금난새가 지휘하는 뉴월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하림밴드·배우 황석정이 꾸미는 음악극 '천변살롱'은 관객들의 극찬 속에 진행됐다.
평소 덕수궁을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차원정씨(29)는 "덕수궁에서 음악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아마 정동야행이 유일할 것"이라며 "바빠서 다른 프로그램은 보지 못해도 고궁음악회는 꼭 챙긴다"고 말했다.
정동야행에서만 볼 수 있는 미 대사관저와 성공회성가수녀원에도 비록 2시간의 개방이었지만 많은 시민들이 찾아들었다. 특히 한옥과 서양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로 둘러싸인 수녀원 정원을 둘러보는 시민들은 도심의 번잡함을 잠시 잊은 듯 편안한 표정이었다.
캐나다대사관에서는 360도 VR로 캐나다의 오로라 영상을 펼쳐보였다. 매시 정각과 30분에 이를 보기 위해 대사관 앞은 장사진을 이룬 가운데 이틀간 1천800여명이 다녀갔다.
한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영국왕실 근위대의 깜짝 퍼포먼스가 펼쳐지기도 했다. 영국여왕 탄신 91주년을 맞아 25일 열린 영국대사관 기념식에서는 우리나라 고궁과 영국왕실 근위대가 융합되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이밖에 정동한바퀴, 화통콘서트, 역사특강 등 사전예약 프로그램에는 참가 정원을 훨씬 웃도는 신청자가 몰려 그간 쌓인 정동야행의 명성과 인기를 실감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