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도매상가 일요일 폐장하자" 한목소리

도매시장 주 5일제 시행 여부 공청회… 상인 200여명 참여 공감대 형성

 

지난 4일 중구구민회관에서는 '동대문도매시장 주 5일제 시행 여부 공청회를 개최한 뒤 홍운표 회장과 전순옥 의원, 상인회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2015. 6. 10

 

"주변서 1년에 한 두명씩 과로로 쓰러진다"

 

"폐장을 원하는 상가만이라도 우선 시행하자"

 

동대문 도매시장 상인들이 '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하다'며 주 5일제 영업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얼마 전 한 도매상가 상인이 과로로 사망하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일요일에는 지방에서 버스가 오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이 거의없고 상인들만 시장을 지키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 상인은 최창식 구청장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 일요일 휴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소연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 4일 중구구민회관에서는 한경구 한국패션개발원장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사)동대문패션상인연합회, (사)동대문관광특구협의회, 소상공인정책연구소(전순옥 국회의원 연구기관)가 공동으로 '동대문도매시장 주 5일제 시행 여부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전순옥 국회의원, 맹철영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장, 홍운표 동대문패션상인연합회장, 평화시장 이무열 회장, 통일상가 이승열 회장, 신평화 배재일 회장, 아트프라자 이재민 회장, 테크노상가 박중현 회장, 광희패션몰 이화연 회장, 남평화 2층 최상대 회장, 동평화 조만수 회장, 상인 등 200여명이 참석해 관심을 증폭시켰다.

 

홍운표 회장은 "돈을 벌기위해 어쩔 수 없이 일요일에 영업을 하고 있지만 건강걱정은 물론 가족들과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이 상인들의 마음"이라며 "일요일 폐장에 대한 상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에 따라 상인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공청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전순옥 국회의원은 "전체 도매상가가 한꺼번에 개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지혜를 모아 나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며 "상인여러분들이 중지를 모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힘이 될 수 있도록 국회차원에서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맹철영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장은 "일터에 불이 꺼지면 가정이 행복해 진다는 얘기가 있다"며 "인간은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이 있는 삶이 중요하다. 지원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무열 평화시장상인연합회장은 "일요일 폐장 문제는 오래전부터 대두됐던 얘기"라며 "지난 6월 1일 17개동 회장단 회의에서 찬반을 물은 결과 14개동은 찬성하고 3개동만 일부 반대했다. 상인들과 협의하면 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열 통일상가관리운영회장은 "통일상가는 한동안 일요일 휴무를 시행해 운영이 잘 됐는데 주변의 유언비어로 인해 한 사람씩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일요일 휴무가 슬그머니 사라졌다"며 "최근 상인들의 투표결과 75%이상이 일요일 휴무에 찬성하고 있다. 전체 21개 상가가 다 쉬는 것이 어렵다면 휴무를 원하는 시장만이라도 시행해 하루라도 제대로 쉬어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재일 신평화패션타운상인연합회장은 "지난 5월 월례회의에서 일요일 휴무를 논의한 결과 임원 대부분이 찬성했는데 한 명만이 반대의사를 표현했다"며 "대부분 상인들이 일요일 휴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민 아트프라자연합상우회장은 "2008년에 상인들의 의견을 물은 결과 88%가 일요일 휴무를 찬성했다"며 "장사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삶이 더 중요하다. 영업에 문제가 있다면 상품의 품질을 개선하면 충분하다. 이번 기회에 일요일 휴무는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중현 테크노상가관리운영회장은 "주 5일 근무는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테크노상가를 비롯해 누죤이나 디자이너클럽 등은 캐쥬얼 상품 위주로 판매하고 있어서 동참하기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같은 품목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모두 휴무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LED전등 교체 및 인터넷 업체의 배송센터 마련 등에 대한 서울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화연 광희패션몰상인연합회장은 "2011년 상인들과 일요일 폐장문제를 논의한 결과 70% 이상이 공감했다. 매출이 없으면 즐거움도 없다. 여기까지 논의한 것도 일단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양보해 좋은 성과를 만들어 보자"고 말했다.

 

조만수 동평화시장상인연합회장은 "동평화에서는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75%가 찬성하고 25%만이 반대 의견이 있다"며 "하지만 상인들이 뭘 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21세기는 인간적인 삶의 질이 중요한 시대다. 일요일 휴무로 상인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항상 웃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평화패션타운 한 상인은 "그동안 건강을 생각할 겨를이 없이 살아왔는데 주변에서는 과로로 1년에 한두명씩 쓰러지고 있다. 일요일 휴무를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평화 양철상 상인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요일 쉬는 문제 논의도 중요하지만 낮시간 영업으로 돌리면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다. 세대교체 문제도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트프라자 한 상인은 "개개인의 이익추구만 생각하면 전체상가의 주 5일제 영업은 어려울 것이다. 일부상가라도 과감히 시행하면 모두 따라서 폐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평화시장에서 근무한다는 한 실장은 "처음에 일요일 휴무를 반대했던 상인들도 지금은 모두 좋아한다. 인터넷 업체들도 일요일 쉬는 줄 알고 월요일에 구매하려 온다. 일요일 휴무가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부 상인들은 "한 달에 1회씩 시행해 보고 점진적으로 추진해 보자. 상가에 직원들도 많다. 근로자도 동참토록 해야 한다. 직원들은 앞으로 상가 대표나 임원이 될 수도 있다"는 등의 의견도 개진됐다.

 

그동안 동대문패션상인연합회는 도매상인들의 요청에 따라 주 5일제 시행 문제를 놓고 수차례 논의했다. 지난 3월 11일에는 동대문 도매상가 대표단과 전순옥 의원이 1차 현장간담회를 개최했으며, 4월 1일에는 (사)동대문관광특구협의회와 동대문패션상인연합회 회장단 연석회의를 열고 공동추진을 결의했으며, 4월 6일에는 서울시와 일요일 밤 폐장과 LED보급을 통한 원전하나 줄이기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4월 10일에는 주 5일제 시행과 관련, (사)동대문관광특구협의회와 (사)동대문패션상인연합회, 전순옥 의원과 2차 현장간담회를 갖고 전순옥 의원을 대표로하는 동대문도매시장 주5일제 대책 협의체 결성했다.

 

4월 23일에는 동대문패션상인연합회 4월 월례회의를 개최했으며, 5월 10일에는 전순옥 의원과 함께 저녁 10시부터 12시까지 동대문 일대 도매시장 전체를 돌아보고 고객들이 거의 없이 상인들만 있는 상가를 몸소 체험했다. 이날 만난 상인들도 이구동성으로 일요일 폐장을 주문했다. 5월 21일에는 동대문패션상인연합회 5월 월례회를 개최해 공청회 일정을 논의하고 이날 공청회를 개최하게 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동대문도매시장 주5일제 대책 협의체(대표 전순옥 의원)'와 서울시, 중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과 구체적인 논의를 하고, 동대문도매시장 상인들의 전체 찬반 투표 등을 통해 최종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