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12. 10
중구 등 주민 5만여명 이전 반대 한 목소리
대체 공공 의료시설 건립 요구 등 압박
대체시설 확보 없는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을 적극 반대해온 중구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현 국립중앙의료원 을지로 부지에 시립병원이 새로 생긴다.
보건복지부와 서울시는 지난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복지부와 서울시는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후 주변 지역의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현재 을지로 부지에 서울 의료원 분원 형태로 새 병원을 건설해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의료 기능을 유지하기로 했다.
200병상 규모인 서울의료원 분원의 운영은 서울시가 맡지만 투입되는 초기 장비구입비와 시설투자비는 복지부가 전액 지원하고 의료인력 조달과 공공보건프로그램 사업도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중구는 지난 1월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예산 165억원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이전 반대와 대안 마련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중구와 종로구 직능단체장 12명으로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철회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올해 1월부터 3월말까지 5만여 명의 이전 반대 서명을 받는 등 의견을 수렴했다. 1월 20일에는 중구의회에서, 2월 7일에는 중구·종로구·성북구·성동구·동대문구 등 인근 5개 자치구 의회가 공동으로 이전 반대 성명서를 발표해 뜻을 같이 했다.
중구의회(의장 김영선)는 지난 9월 16일 김복동(종로구), 박경준(성동구), 김명곤(동대문구), 임태근(성북구) 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의회 접견실에서 5개 자치구의회 공동협의체 간담회를 개최하고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을 막기 위한 공동협의체 활동을 재개키로 합의했다. 제7대 의회 개원 후 처음 한 자리에 모인 5개구 의장들은 이날 국립의료원 이전 반대를 위한 공동협의체의 지난 활동현황을 보고 받고 대책 마련과 관계기관 면담 계획 등을 논의했다.
3월 10일에는 최창식 중구청장과 김영종 종로구청장, 주민대표단 12명이 국립중앙의료원 앞에서 이전 반대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고, 4월 1일에는 박원순 시장을 만나 대체 공공의료시설 설치 필요성과 5만여 명의 이전 반대 서명부를 전달하는 등 이전을 전면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8월에는 장옥주 복지부 차관을 면담해 도심 공공의료 공백의 심각성과 대체 의료시설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렇게 대체 시설 설치 등 중구의 강력한 요구가 서울시와 복지부에 대부분 수용되면서 국립중앙의료원의 원지동 이전 문제가 물살을 타게 됐다.
최창식 구청장은 "중구민들의 뜻을 모아 서울시와 복지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한 결과 국립중앙의료원 을지로 부지에 서울의료원 분원이 설치돼 지역 주민과 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도심권 공공의료 기능이 계속 유지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립의료원이 원지동으로 이전한 후 시립병원이 들어설 때까지 의료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서울시와 복지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01년부터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추진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문제는 2001년 정부가 불광동, 세종시 등으로 이전을 추진하던 때부터 시작됐다. 2003년 정부와 서울시는 서초구 원지동에 추모공원을 설립하면서 보상책으로 국립중앙의료원을 이곳으로 이전하는 안에 합의했다.
이에 서초구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했으나 2007년 대법원은 추모공원 건립이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2010년 서울시와 국립중앙의료원은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토지매입 비용 등을 두고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가 이견을 보여 지연돼 왔다.
이런 상황에 맞서 중구는 2011년 8월과 2012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국립중앙의료원 존치 등의 의견을 보건복지부에 제안했다. 지난해 8월에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주변 지구단위계획(안) 열람공고 때 국립중앙의료원 존치를 강력히 주장하면서 부득이 이전할 경우 대체 공공의료시설 확보 대책 수립을 서울시에 요구했다. 그러나 이런 중구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는 국립중앙의료원의 원지동 이전을 위한 초기예산 165억원을 확정했고, 국립중앙의료원도 신축·이전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는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에 따른 도심 의료공백 대책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은 고려하지 않은 채 결정된 것이다.
◆ 도심 유일의 공공의료기관, 국립중앙의료원
1958년 개원한 국립중앙의료원은 하루 350만 명의 유동인구가 활동하는 서울의 중심부에 자리잡아 노인과 서민층이 저비용 고품질 의료서비스 혜택을 받고 있는 도심 유일의 공공의료기관이다.
특히, 편리한 교통으로 접근성이 좋은데다 치료비도 저렴해 2013년 한 해에만 중구, 종로구, 성동구, 성북구, 동대문구 등 인근 5개구 구민 이용률이 전체 서울시민 외래환자 28만8천37명의 56%(16만2천160명)에 이를 정도로 서울 북부지역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의료급여수급권자, 행려환자, 노숙인, 장애인, 65세 이상 어르신 등 의료취약계층의 비율도 전체 환자 50만5천132명의 68%를 차지하고, 응급실 이용환자가 총 2만2천563명(일 평균 62명)에 달하는 등 공공의료를 선도하고 있다.
또한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은 일반 장례식장보다 10% 이상 저렴해 50여년 동안 지역 주민들의 아픈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상례를 치를 수 있는 역할로 서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다.
게다가 서초구에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1천332병상)을 포함해 일반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만 8개 2천161병상에 달한다. 하지만 중구는 국립중앙의료원(536병상)을 제외한 인제대부속 서울백병원(321병상)과 여성전문병원인 제일병원(300병상), 일반병원을 합해도 4개 839병상에 불과하다.
이렇듯 대체시설 건립없이 국립중앙의료원이 이전하면 강남과 강북의 의료격차가 확산되고 의료취약계층의 의료기관 이용 건강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