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11. 12
견월망지(見月望指)라 했다. 달을 보라고 달을 향해 손짓했더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 끝만 바라본다는 말이다. 달을 봐야 할 순간에 그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고 있으면 달을 보지 못한다. 본질에서 멀어진다.
지난 4일, 중구의회 본회의장에서는 달을 잊은 채 손가락 끝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사)대한노인회 중구지회의 회계점검 및 감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에 따라 단체에 행정조치를 취한 공무원들을 인사조치 시키라고 '노인복지업무 부적격 공무원 인사조치 촉구 결의안'을 상정한 것이다.
의아한 일이다. 부정행위를 한 노인단체가 아니라 그 단체에 행정조치를 취한 공무원을 인사조치 시키라 한다.
해당 보조금 지급 단체의 회계점검 및 감사는 구청 감사담당관에서 2014년 9월 실시했다. 2012년부터 2014년 6월까지 보조금 집행내역에 대한 감사결과 총 93건에 대해 증빙자료가 불분명하고 총62건은 실제 현급지급 여부를 알 수 없는 회계처리로 적발되었으며 총 16건은 세금계산서를 허위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감독소홀로 인해 담당공무원들이 이미 문책을 받았고 해당단체에 회계부정행위에 대한 처분요구를 요청한 것이다. 이는 구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이 적법하게 이용되고 다수의 선량한 어르신들이 정당한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자 한 것일 게다.
그러나 결의안은 회계 부정행위는 뒤로 한 채, 표적사정이라 하며 행정, 정책적 논의가 아닌 정치적 문제로 감사에 따른 당연한 행정조치를 부정하고 있다. 아무리 결의안이 선언적 의미라고 치부하더라도, 이는 구청장 인사권에 대한 월권행위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 감사는 보조금 집행이 끝난 후, 그 내역에 대해 시행된 것으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36조와 '중구 구립 사회복지시설 등 설치 및 위탁운영 조례'제9조에 따라 실시된 명확한 사후감사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후감사에 이의를 제기하고 그 기간 동안의 책임을 다시 묻는다면, 또 하나의 감사·견제기관인 중구의회는 매년 1회에 걸쳐 실시토록 한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무엇을 감사했단 말인가. 결국 이번 안건은 상식적 합의의 선을 벗어난 행위로, 의원 간에 그리고 의회와 집행부간에 분쟁을 야기시키는 정치적 안건이다.
지난 5대와 6대 중구의회를 돌아보자. 총 35건의 결의안과 건의안 중 '남산 곤돌라 리프트 접근로 개선 건의문', '국공립어린이집 원장 및 보육교사 자격요건 강화 건의문', '불합리한 지방세제 개편 시정촉구 결의안' 등 정책적이고 타당성있는 안건들이 채택되어 구민들의 생활속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어왔다. 그리고 그중 정치적 안건은 긴 시간, 수많은 논의를 거치며 결국 단 한두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철회됐다.
이번 결의안 역시 철회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반대 의원들의 불참 속에서 단순히 힘의 논리로 채택된 결의안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정작 부정행위는 놔두고 그 부정을 찾아낸 자들에게 현상에 대한 책임을 물으라는 결의안이다. 그리고 그 단체는 정당한 감사처분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분란과 내분을 자초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누군가 달을 가리킨다면, 그 손가락이 자신과 반대편에 서있는지, 누구의 손가락인지, 손가락의 모양이 어떠한지를 찾는 정치적 논의에서 벗어나자.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고 달의 변형과 움직임을 논하고 이상현상이 있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그 이유와 해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부디 필자를 포함한 많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 단체들의 역학관계에 휘둘려 본질을 잃지 않도록, 앞으로 정치적 논의가 아닌 구정업무와 구민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적인 논의가 활성화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