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6. 18
올해는 6·25 전쟁이 발발한 지 64년이 되는 해다.
6·25 전쟁에 참전해 목숨을 걸고 우리 대한민국을 지켜낸 참전군인 중 아직도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지 않으신 분들이 무려 42만여 명이나 된다.
지난 52년간 국가유공자 등록은 본인과 유족의 신청에 의해서 이뤄졌으나 정부에서는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6·25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이 헛되지 않도록 이분들을 직접 찾아 국가유공자로 등록하고 예우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서울지방보훈청에서도 탐문팀을 구성해 지난 3개월 동안 110여명의 6·25 참전용사의 집을 직접 찾아가 방문 취지와 지원제도 등에 대해 설명하고 국가유공자로 등록해드렸다.
이분들 중에는 생활고, 질병, 가족 병간호 등으로 등록제도 자체를 몰랐거나 6·25 전쟁 기간 중 복무를 했지만 전사했거나 부상을 입은 사람 혹은 실제 전투에 참전한 사람만 국가유공자에 등록되는 줄 알고 등록을 하지 않은 분, 또한 참전유공자 등록 제도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전우들이 조금이라도 더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여 등록을 하지 않은 분도 계셨다.
이분들 모두가 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지났는데도 국가가 잊지 않고 직접 찾아와 국가유공자에 등록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에 대해 한결같이 고마워하셨다. 내가 방문한 분 중 장남 가족과 함께 7식구가 생활하고 계신 88세 고령의 어르신은 노년기에 들면서 청각 장애로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등록 제도를 모르고 있었다. 손자녀 3명의 교육비 등 빠듯한 살림에 사후 안장문제로도 걱정이 많았는데 매월 일정액의 참전명예수당이 지급되고 국립묘지 안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듣고 그동안 아들에게 용돈을 받으면서 늘 미안했는데 수십 년 만에 본인통장으로 돈이 들어오게 된 것 자체로 기쁘다고 했다. 무엇보다 아들 내외에게 부담이 됐을 수백만 원이 소요되는 안장비용 걱정을 덜었다며 기뻐 하셨다. 보훈공무원으로서 30년 넘게 근무하면서 잊혀가는 6·25 참전유공자들을 발굴하고 등록해 드리기 위해 참전어르신들을 직접 찾은 일은 내게 진한 감동과 보람을 주었다.
6·25 전쟁 당시 위기에 처한 나라를 지켜낸 자신들의 큰 공은 내세우지 않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며 겸손해 하시는 참전어르신들의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나라사랑 정신이 오늘날 강대국으로 발전한 우리 대한민국을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국가로부터 무언가를 바라지 않고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오로지 자신의 자리에서 평생 최선을 다하신 이분들이 계셨기에 지금 우리가 번영과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음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을 성찰해 본다. 6·25 참전용사의 평균연령이 84세를 넘어서고 있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백발의 참전용사들을 한 분이라도 더 찾아 예우하고 명예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것이 우리 보훈공무원의 소임이기에 마음을 더욱 조여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