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우리은행 본점 주변의 회현동 은행나무 쉼터에서 열린 '제2회 회현동 은행나무축제'에서 감미로운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있다.
/입력 2013. 10. 16
초대가수 출연, 노래자랑에 환호
4대 문안인 서울의 중심 중구 회현동에서 열린 은행나무 축제가 찬바람과 비로인해 대폭 축소돼 아쉬움을 더했다.
회현동 은행나무축제 추진위원회(위원장 오세홍)는 지난 15일 오후 1시부터 우리은행 본점 주변 회현동 은행나무 쉼터에서 '제2회 회현동 은행나무축제'를 개최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 축제는 서울 도심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아온 은행나무를 기리는 회현동 만의 지역축제로 승화했다.
이날 풍물놀이(길놀이), 기타, 색소폰 연주의 식전행사로 시작된 이 행사는 기념식 후 지역주민들의 연중무병과 평온무사를 비는 은행나무 신목제와 12정승 띠두르기는 직능단체장 등 주민 12명이 순서대로 은행나무에 서대를 1개씩 걸며 인재 배출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칠 계획이었지만 취소됐다.
공식행사 후에는 주민노래자랑과 감미로운 색소폰 연주, 초대가수의 흥겨운 무대가 마련됐으며, 푸짐한 경품은 물론 직능단체가 마련한 먹거리 장터도 운영해 관객들의 즐거움을 더했다. 이 축제는 수령이 516년이나 된 서울시 지정보호수로 조선 중종 때 영의정을 지낸 동래정씨 문익공 정광필의 집터에 있던 은행나무 전설이 모태가 돼 시작됐다.
전설에 의하면 정광필의 꿈에 신인(神人)이 나타나 "서대(犀帶) 열두 개를 은행나무에 걸게 되리라"고 했다. 서대(犀帶)는 종1품 이상의 관복에만 착용할 수 있는 것으로 코뿔소나 물소의 뿔로 만들어 왕의 옥대 다음으로 귀히 여겼다고 한다. 그 후 실제로 이 명당터에서 12정승이 배출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전설을 토대로 신령이 깃든 영험한 나무에 마을의 안녕과 뛰어난 인재 배출을 기원하는 제를 지내고 이를 회현동만의 문화축제로 만들어보자는 주민들의 염원이 마침내 은행나무축제로 탄생하게 됐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행사인 만큼 행사 기획이나 진행, 홍보는 주민들로 구성된 은행나무축제추진위원회가 주최했다. 대신 중구에서 축제의 원활한 개최를 위해 나무주변을 쉼터로 조성했다.
필요 경비는 회현동 관내 주요 기관들과 남대문시장 등 지역 상인들이 낸 후원금으로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홍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회현동 은행나무는 516년 동안 풍마를 고스란히 간직한 우리 회현동의 역사이자 우리와 함께한 가족"이라며 "영험한 나무에 주민들의 안녕과 지역의 번영을 기원하는 제를 올리고 모두가 한마음이 돼 화합의 자리를 마련하고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축제를 개최하게 됐지만 비가 내려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최창식 구청장은 축사를 통해 "은행나무는 회원동의 자존심이자 보물"이라며 "올해는 비가와서 조촐하게 치르지만 내년에는 더 알찬 축제로 승화시켜 나가자"고 당부했다.
박기재 의장은 "제2회 회현동 은행나무 축제를 준비해 온 오세홍 추진위원장을 비롯해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돼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