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이진수 서울지방보훈청 보훈과

정전협정과 유엔군 참전의 날이 가지는 의미

/입력 2013. 10. 2

 

60여 년 전, 동족상잔의 비극을 불러일으켰던 6·25전쟁이 정전협정 체결로 멈추게 되었다. 정전협정(Armistice Agreement/停戰協定)으로 인해 한반도는 남과 북 사이의 적대행위는 일시적으로 정지되었지만 전쟁상태는 계속되는 국지적 휴전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남과 북 사이에는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가 들어섰고, 정전협정 준수 감시를 위한 중립국감시위원단이 설치되었다. 이로써 3년 1개월 동안 우리 민족에게 엄청난 시련을 안긴 6·25전쟁은 일시적으로 멈추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 27일은 우리 현대사에 있어서 중요한 분기점(Turning Point)이 되는 날이다. 정전협정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함께 전쟁 억지력 확보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보장해왔고, 외국 자본의 안정적 투자 여건 조성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하여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6·25전쟁 발발일은 중시하면서 정전협정은 외면해 온 경향이 있었고, 국내외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별 관심을 두지 아니하였다. 이에 비해 미국은 2009년 이후 7월 27일을 "한국전 참전용사 휴전일"로 지정하여 조기를 게양토록 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 정전 60주년을 계기로 펜타곤(미 국방부)에서 "잊혀진 승리(The Forgotten Victory)"라는 테마로 6·25 전시관을 개관하여 6·25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경의를 표하는 등 절망의 잿더미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우리나라와의 동맹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히 우리도 올해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이하여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정부 수립 후 최초로 유엔군 참전·정전 60주년 기념행사를 거행하였고, 7월 27일을 "유엔군 참전의 날"로 지정하는 법안이 제정되어 정기적으로 국내외 참전용사들을 기리게 되었다. 이 법의 목적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희생한 국군과 유엔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고, 유엔 참전국과의 우호·협력 관계를 지속·발전시켜 나가는 데 있다.

 

전쟁의 총성이 멈춘 지 60년이 지난 지금 유엔 참전용사들은 한 번도 듣지도 못하고 만나 보지도 못했던 동북아의 작은 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고, 올림픽과 월드컵 등 세계적인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들이 흘린 피와 땀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에 감격해 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국내외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답을 해야 할 차례가 왔다. 그 시작은 7·27 유엔군 참전의 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