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논단 / 이혜경 중구의회 의원

맞춤형 복지의 시작, 8월의 크리스마스

/입력 2013.9.4

 

뜨거운 햇살아래, 1천300포기의 배추가 빨갛게 물들어 갔다. 유난히도 더운 8월, 부산히 움직이는 100여명의 봉사자들 속에서 크리스마스는 이렇게 다가왔다.

 

'8월의 크리스마스, 사랑의 김장담그기'는 어느 날 필자가 구청장과 구민과의 면담에서 제안한 몇 가지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필자는 대한적십자사 종로중구지사 사업발전위원회 위원으로서 적십자에서 여름에 실시한 김장 나눔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당시 행사는 무척이나 호응이 좋았는데 아마도 김장철이자 김치나눔행사가 많은 겨울보다 오히려 가정에서 김치가 거의 소진된 여름이었기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본인은 이에 착안해 김치가 부족한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가정을 위해 구청장께 여름김장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구청장의 적극적인 수락과 정성스레 후원자를 찾고 행사를 순발력있게 진행시킨 공무원들의 노력으로 이어졌다. 마침내 우리 중구의 독거노인과 저소득가정 650가구의 여름밥상에 올라갈 1천300포기의 김치는 후원자인 롯데백화점과 사랑의 열매봉사단 및 자원봉사센터 봉사자들, 그리고 중구청의 노력에 의해 완성됐다.

 

오늘날 지자체에서는 지역민들에게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천편일률적 지원에서 벗어나 현실적으로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이야말로 맞춤형복지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우리가 펼쳐야 할 복지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 그것을 시기적절하게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가 정체된 사고에서 벗어나 창의적 기획을 제공하고 민간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재정적 지원과 후원을 얻어야 한다. 동시에 봉사에 함께 동참하고자 하는 주민의 마음이 하나가 된다면 맞춤형 복지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될 것이다.

 

이번 '8월의 크리스마스'는 김치가 부족해지는 여름에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가정에 김치를 나누고자 한 작은 생각을 토대로 민관협력은 물론, 김장을 하는데 힘을 보탠 주민들의 기부의지가 함께 한 맞춤형 복지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적은 양의 김치지만 무척이나 기뻐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과 다음 김장 자원봉사에 함께 참석하겠다는 주민들의 놀라운 호응이 기부릴레이로 이어져 다시 한 번 9월의 크리스마스가 생기길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맞춤형 복지의 일환으로 독거노인 이불빨래 세탁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올해 유난히 긴 장마와 무더위로 인해 이불이 눅눅해지고 곰팡이까지 생기지만 힘없는 노인들에게 이불빨래는 거의 불가능한 실정인 만큼 지역내 복지관과 체육관에 있는 대형 세탁기를 이용해 독거노인들의 이불세탁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지자체가 함께 고민해주길 바란다.

 

필자 역시 여성의 눈으로, 엄마의 눈으로 보다 세심하게 구민의 삶을 돌보고 구민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나가는데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