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논단 / 이혜경 중구의회 복지건설위원회 위원장

복지문제에 있어 왜 꼭 쌀이어야 하나

최근 뉴스를 통해 각종 화재사고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종로구 인사동 먹자골목 화재사건, 중구 남창동 식당 화재 등을 비롯해 강원도에서는 혼자 살던 지체장애인이, 제주도에서는 90대 할머니가 화재로 사망하는 등 가슴아픈 사건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화재의 위험과 그 피해는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설령 화재로 인해 사망하지 않더라도 신체적, 정신적인 피해는 평생 동안 피해자와 그 가족이 안고 살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사계절 내내, 남녀노소 누구나 항시 조심해야만 하는 부분이지만 사실 상 우리 사회에는 화재예방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이 존재한다.

 

화재는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와 장애인, 화재예방을 위한 설비가 부족한 기초생활수급자, 어른들의 보살핌에서 벗어난 한부모 가정에서 위험성이 커진다. 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화재의 위험이 큰 전기난로, 전기장판 등을 사용하는 가정이 늘고, 쪽방촌이나 주거밀집지역 등 화재진압이 어려운 지역이 존재하는 바 당연히 화재 예방을 위한 국가나 기관의 지원대상은 이러한 사회적 보호계층이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현 복지체제하에서 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은 주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지원에 멈춘다. 물론 쌀과 김치, 연탄, 아이들의 급식비, 생활비 지원 등 의식주 해결이야말로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을 위협하고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것은 '피할 수 있었던'재난이기도 하다. 의식주 해결과 더불어 생활 속 사고위험을 낮추는 것 또한 걱정없이 자녀들을 키우고 가정을 지키며 삶을 안전하게 이어나가기 위한 필수요소일 것이다.

 

2011년 연말 서울 강북구에서는 베란다 벽면에 설치된 가스보일러에서 화재가 발생하였으나 거실천정에 설치된 단독경보형 감지기의 경보음을 통해 이웃주민들과 함께 화재를 초기진화한 사례가 있다. 외국의 경우 주택용 화재경보기 설치의 법적 강제를 통해 화재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줄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소방시설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주택에 단독경보형 감지기 및 소화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소화기구와 단독경보형 감지기의 설치 및 국민의 자율적인 안전관리를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가정에서 이러한 물품을 각자 비치할 수 없는 어려운 이웃에 대해 지역사회 내에서 화재취약계층의 예방기구 설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활 속 화재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 큰 비용이 드는 것은 아니다. 화재 시 열 또는 연기를 감지하고 경보음을 울리는 단독경보형 감지기, 그리고 어린이와 노약자 등이 사용할 수 있는 일반스프레이방식의 간이소화 용구세트의 설치비용은 2만원이다. 지난 주 중부소방서장과의 면담을 통해 이러한 화재예방지원을 제안한 바도 있으나 예산부족 등 기관이 직면한 문제 역시 간과 할 수 없는 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후원자를 통한 지정기탁이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

 

구청은 화재 취약계층을 위한 후원자를 물색하고 연계를 돕는 한편, 지역 내 의용소방대 등과의 협력으로 독거어르신, 장애인 가정 등에 화재예방기구 설치를 지원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단순히 의식주 해결만이 아니라 피할 수 있는 재난으로부터 가정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자 의무라면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의 애정어린 눈길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 나 하나, 내 가정의 안전은 주변의 작은 관심으로부터 지켜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이 순간 우리가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