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말하다/'대통령을 위한 수학'

선거제도의 수학적 오류

수백 년간 세계 정치의 근간이 돼온 민주주의 제도와 절차에 결함이 있다고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놀랄 것이다. 아마도 한 사람이 1표만 행사할 수 있는 평등한 제도라는 인식이 큰 작용을 했을 터. 그러나 민주주의 절차는 종종 납득이 되지 않는 결론을 도출한다.

 

수학자이자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조지 슈피로는 많은 자료 조사와 비교 과정을 통해 각종 선거 제도가 지니고 있는 수학적인 오류를 기술한 책을 펴냈다. 이 책은 투표와 선거에 내재된 문제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지에 관한 역사적 고찰이자 해석이다.

 

이야기는 2,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고대 그리스 시대 철학자 플라톤으로 시작된다. 중우정치를 혐오해 민주주의를 경계했던 그는 우매한 대중의 발언권 행사를 막기 위해 일부러 긴 투표기간을 정했다. 투표기간이 길어지면 삶의 여유가 있는 지도층 외에 서민의 투표권 행사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프랑스혁명기에 발표된 '콩도르세의 역설'은 이행성이 없는 다수결의 오류를 지적하고 소수의 의견이 옳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다. 그런가하면 20세기 중반에 노벨상을 수상한 케네스 애로는 선거의 역설이 피할 수 없는 문제이고, 단 하나의 투표방식을 제외하곤 모든 투표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이 책은 어떻게 민주주의가 완성됐는지 역사적으로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대가 요구하던 가치와 이상향을 어떤 수학적 통계를 통해 현실에 적용하고 제도로써 실현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민주주의가 제 모습을 찾기까지의 과정들을 들려주면서 자연스레 자신이 행사한 한 표의 가치를 상기시켜 준다. 유권자들이 투표의 가치와 맹점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될 때 비로소 선거의 역설이 해결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기우뚱한 채 남아 있는 민주주의를 바로세우는 데 가장 '민주주의다운' 해법이 아니겠는가? <조지 슈피로 지음/도서출판 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