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시장·명동 기억을 기록하다

외국인으로 붐비는 명동4길, 명동1번가.

 

지역 변화양상 다양한 시각서 조명중구를 지켜온 서민들의 삶 담아

 

동대문시장·명동의 공간과 서민들의 삶을 담은 '지역조사보고서' 3종과 기록영화 3편이 제작됐다.

 

이 보고서는 서울이 20세기 급격한 도시화 과정을 겪으면서 거쳐 온 수많은 변화의 과정들을 상세하게 담아냈다. 도시공간의 형성 과정과 2011년 현재 서울의 사진과 실측, 그리고 오랜 시간 서울에서 살아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서울의 모습을 바라보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된다.

 

이번 조사에는 지역적 특성에 맞춰 도시인류학, 사회학, 경제지리학, 건축학 등 여러 분야의 연구진이 참여했으며, 동시에 학제간 연대를 통해 각 지역의 변화양상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했다.

 

이번 보고서에 담긴 곳은 동대문시장 의류생산의 배후기지인 창신동(창신1·2·3동), 의류사업의 세계적인 메카 동대문시장(동대문종합시장·평화시장일대), 새로운 유행과 문화를 전파하는 명동(을지로∼퇴계로일대) 등 3개 지역이다.

 

창신동(공간과 일상)은 6∼70년대 서울의 산업화과정에서 봉제공장이 형성된 지역으로 아직도 이곳에는 관련업체 3천여 개가 밀집해 동대문 의류산업의 배후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동대문시장(불이 꺼지지 않는 패션아이콘)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자, 상품의 기획-생산-판매가 원스톱으로 이루어지는 아시아 최대의 의류생산·유통공간이다.

 

명동(공간의 형성과 변화)은 일제강점기 이후 대한민국 최고· 최신의 상권으로 항상 새로운 문화와 유행을 전파하는 소비 공간이다.

 

특히 이 보고서에는 오래된 골목과 물리적 거주환경을 실측해, 창신동 공간의 단면을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묘사하고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이 밖에도 공간에 대한 기록뿐 아니라, 서울의 도시발달과 같이 걸어 온 서민들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동대문시장 일대를 추억하는 토박이 어르신들의 쇠정골 이야기부터 세계시장을 목표로 하는 신진디자이너이야기, 옷 한 벌의 기획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함께하는 가족이야기, 한때 호황을 누리던 창신동 인장거리, 최신유행의 변화 속에서도 명동을 지켜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서울의 도시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목소리라 할 수 있다. 이번 보고서는 이들의 삶이 20세기 후반 한국사회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주체가 되리라는 전망을 담고자 노력했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이번에 발간한 지역조사보고서는 서울역사박물관 1층 문화정보센터 내에서 열람하거나, 대학교 도서관, 국·공립 도서관, 서울 지역 내 작은 도서관에서 열람 할 수 있으며 별도 판매는 하지 않는다.

 

한편, 서울역사박물관은 이후에도 연말 발간을 목표로, 동대문시장(광장·방산시장), 청량리지역과 서울의 판자촌을 중심으로 서울 빈민주거의 역사를 살피는 등 20세기 서울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조사·수집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단순히 조사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11개 지역에서 수집된 근현대 도시생활사 자료들을 정리해 웹서비스기반을 구축하고, 시민들과 서울의 20세기 역사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 동대문 의류산업의생산기지 봉제공장

 

창신동 지역은 1961년에 설립된 평화시장의 영향권 아래 동대문의류산업 노동자들의 주거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1970년대 이후에는 평화시장 일대의 의류생산 공장들이 창신동 주거지로 확산되면서 동대문 의류산업의 든든한 배후생산기지로서 그 성격을 강화해나갔다. 현재 창신동 일대의 의류생산 공장의 수는 비공식적 자료에 의존해 대략 3천여 곳이 될 것으로 짐작한다. 창신동 어느 골목에서나 봉제공장에서 새어나오는 미싱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공장 사람들은 서로 의존하고 협력하며 창신동 공간을 활기차게 만들어가고 있다. 창신동 봉제공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숨 가팠던 서울의 산업화 시기의 맥박을 생동감 있게 느끼고 어루만질 수 있다.

 

◆ 상점주인이 된 성실한 종업원들

 

동대문시장에는 1960년대부터 지방에서 상경해 종업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모여든 사람들에게 동대문시장은 새로운 삶의 터전이었다. 평화시장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이모씨와 동대문종합시장에서 송월타올을 판매하는 김모씨의 삶은 산업화와 이농현상, 그리고 지방민이 서울로 상경해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의 성공에는 날마다 첫 번째로 출근하는 성실함과 급변하는 시장경제 속에서 변화에 대한 관심, 판매방식과 물품 변화의 지속적 시도 등 꾸준한 노력과 신뢰가 뒷받침 된 것이었다. 이들의 서울정착기와 성공담을 통해 동대문시장의 변화과정과 미래를 내다본다.

 

◆세계시장을 목표로 하는 신진디자이너

 

이모씨와 황모씨는 두타 지하1층 두체존에 자신의 브랜드 매장을 입점한 신진디자이너들이다. 이들은 동대문시장의 축적된 기반을 활용해 이곳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신진디자이너들에게 동대문시장의 구조는 큰 이점이지만, 브랜드 의류에게는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에서 의류 디자이너가 되는 과정과 패션산업에서 동대문시장이 가지는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언젠가 동대문시장을 기반으로 한 신진디자이너의 브랜드가 이태리와 뉴욕 런웨이에 서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 명동을 지키는 사람들

 

최모씨는 20살에 서울로 올라와 약 30여 년간 명동 다방문화의 변천을 쭉 지켜봐온 사람이다. 그는 젊은 시절 3∼4년간 보조역할을 하던 다방에서 이젠 경영자로 성공했다.

 

6·25전쟁이후 상류층의 전유물이던 커피가 대중화되기 시작해 1970년대 명동에서 커피마시는 것이 자랑이 되던 시절, 그리고 이젠 커피 프렌차이즈의 홍수 속에서 다방문화의 현실까지, 최모씨의 이야기는 1970년대 명동의 커피문화와 다방문화의 변화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