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르뽀 / 러브호텔

특급호텔 안부러운 '아방궁'

 

◇천장이 열리는 H모텔의 VIP실 내부와 TV모니터를 갖춘 고급 욕실.

 

 본지는 7월16일 굿데이신문과의 업무제휴를 통해 상호 모든 컨텐츠를 공유키로 함에 따라 시사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는 '현장르뽀'를 게재, 중구자치신문 독자들에게 신선하고 감각적이며 쇼킹한 뉴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욕실에 음향시설ㆍTV 갖춰

인터넷 예약ㆍ무인시스템인기

 

 장막에 가린 어두컴컴한 실내, 타인의 흔적이 남은 듯한 찜찜한 침구,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야릇한 소리. '러브호텔' 하면 떠올려지는 불쾌한 상상이다. 하지만 사랑이 변하듯 러브호텔도 변하고 있다. 특급호텔도 울고 갈 최첨단 시설로 중무장한 신개념의 러브호텔들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용객들 역시 첨단화돼 가고 있다. '후다닥' 숨어들지 않고 대담하게 소비자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러브호텔의 속사정을 깊숙이 들여다봤다.

 

 #앗, 천장이 열리네

 요즘 모텔족들 사이에서 서울 강동구 길동의 H모텔을 모르면 촌뜨기 대접을 받는다. 지난 24일 이곳을 찾은 시간은 점심시간을 막 넘긴 오후 2시. 벌건 대낮이건만 벌써부터 대실객(낮시간대 손님)들이 방을 채우고 있었다. 제일 먼저 꼭대기층에 있는 VIP실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침대에 누워 하늘을 볼 수 있다. 버튼만 누르면 천장의 덮개가 열리면서 유리관이 나타나고 분위기를 돋우는 인공 비까지 내린다. 65인치 홈시어터를 비롯해 노래방ㆍ컴퓨터ㆍ전자레인지까지 갖추고 있다. 옆방과의 방음을 위해 방 사이에 납판까지 대놓았다. 욕실에는 음향시설과 TV모니터, 습식 사우나, 심지어 여성용 질세정기까지 갖춰놓았다. 말하자면 현대판 ‘아방궁'인 셈이다.

 

 '사디스트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자 철제빔과 수갑을 갖춘 객실이 있는가 하면 바닥에 조명이 들어오는 객실까지 방마다 개성이 천차만별이다. 야외에서 선탠과 목욕을 즐길 수 있는 객실도 공사 중이다. 건물 지하에는 대기 손님을 위해 컴퓨터를 갖다놓은 아베크족 전용 바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자랑거리는 미행이나 섹스 현장을 덥치려는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비밀통로를 이용해 쥐도 새도 모르게 손님들을 빼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발달된 레저호텔 문화를 도입해 이 모텔을 직접 설계ㆍ시공한 김모 대표는 "가족이나 연인 등 '용도'에 따라 모텔도 차별화돼야 한다"며 "첨단 시설과 서비스 마인드를 갖춘 레저형 모텔을 전국적으로 체인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기 누구 없소

 러브호텔을 이용할 때 가장 껄끄러운 것이 종업원이나 다른 손님들과 마주치는 일이다. 무인모텔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를 위해서다. 무인모텔은 서울 등 대도시보다는 바닥이 좁은 중소도시에서 더욱 각광을 받는다. 아는 사람이 빤한 지역도시에서 점잖지 못한 소문이 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는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사람의 그림자라곤 찾아볼 수 없다. 지하에 주차하고 프론트에 가서 객실 사진이 붙어 있는 전광판을 이용해 객실을 선택한다. 방을 찾아 들어가면 이미 에어컨이나 조명이 작동 중이다. 나갈 때는 방 안의 정산기에서 1만원권 지폐를 이용해 계산을 한다. 정산을 하지 않으면 방 문이 열리지 않는다. 이같은 무인제어시스템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어 모텔의 ‘무인시대'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러브체어 있어요?

 시설 못지 않게 손님들 역시 첨단을 걷는다. 경기도 양주군 장흥유원지 부근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윤모씨(45)는 "프런트에 앉아 있다보면 황당한 손님들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여자친구를 차에 태워 놓은 채 뛰어 들어와 "여기 러브체어 있어요?"라고 묻는 손님도 있다. 한번은 "콘돔 품질이 떨어진다"며 바꿔 달라고 요구하는 손님도 있어 애를 먹었다.

 

 인터넷에서 러브호텔을 예약하는 일도 흔한 일이 됐다. 서울 운니동의 유명한 A모텔의 홈페이지에는 대실요금이나 시설을 묻는 질문들이 줄을 잇는다. "여친과 가려는데 대실시간이 얼마나 되느냐" "피임도구는 무엇이 있느냐" 등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이처럼 음지에서 양지로 걸어 나오고 있는 러브호텔들이 세태와 어떤 조화를 이루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러브호텔은 지금 소비자와 '러브' 중이다.

(굿데이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