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10. 15
최근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과 관련해 논란이 뜨겁다. 서울시가 노후화로 D등급을 받아 철거될 위기에 놓인 서울역 고가를 철거하는 대신 안전상 문제가 된 상판을 교체하고 고가 위에 보행자 공간 및 녹지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다수 회현동과 중림동 주민들, 특히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서울역 고가가 교차로 기능의 다른 고가차도와 달리 남대문시장, 회현동 등 퇴계로 축과 중림동, 마포 등을 연결하는 주요 도로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고가를 통해 중구에서 중림동이나 만리동, 마포구로 넘어가는 차들이 엄청나다. 그리고 이 고가로 남대문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이 고가를 막는다는 것은 남대문시장을 폐쇄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중림동과 회현동을 단절시켜 중림동 주민들을 고립된 섬에 유배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바로 이런 문제점 때문에 서울시는 많은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을 거쳐 지난해 대체도로 건설 후 서울역 고가 철거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은 하루아침에 이를 뒤집고 공약사항이라며 강행할 태세다.
또한 그렇게도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던 박 시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서울역 고가의 공원화를 발표했다. 그것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말이다. 지난 8월 서울시의 사업안 발표 전까지 주민 의견 수렴이나 협의 절차도 전혀 없었다. 주민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그 이후 서울시에서 사업안을 설명하러 왔지만 오히려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만 들어야 했다. '작은 소리도 크게 들어주세요'라는 시민의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9월 30일 열린 '2014 중구민 어울림 한마당' 행사에서 최창식 구청장과 김영선 구의회 의장이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과 관련해 각각 반대와 찬성의 의견을 나타내며 구민들에게 구청과 의회가 마치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 지역구 의원으로서 심히 유감스럽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와 같은 사업은 관계되는 사람들의 충분한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만 이런 과정 없이 '한건주의' 식으로 발표되다 보니 이 같은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이 문제를 정치적인 논리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시민과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만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구청장은 단독 기관의 장이지만 구의회 의장은 합의체의 대표이다. 따라서 의장 의견은 구민들에게 중구의회 의원 전체의 공통된 의견으로 보일 수 있다. 이번 의장의 찬성 발언은 동료 의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직위를 이용해 자신의 의견을 마치 전체 의견인 것처럼 왜곡되게 비춰지게 했다.
이는 공직자의 기본 범주를 벗어난 자세다. 특히 구민들의 선택을 받은 선출직 공직자인 구의원의 자세는 더더욱 아니다. 자신을 선택한 다수 주민들의 의견과 상반되게 행동하는 것은 지역 주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서울시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다. 서울시가 벤치마킹하려는 뉴욕의 하이라인파크와 서울역 고가는 근본부터 다르다. 하이라인파크는 20년간 방치된 철길을 이용한 것이지만 서울역 고가는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서울시민들이 이용하는 '길'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그리고 서소문성지와 인근 쇼핑타운, 백화점, 남대문시장 등과 연결되는 새로운 교량 역할을 하게 돼 환상적인 관광 명소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까! 광진구에 있는 보행교인 광진교는 주변에 한강이 있어 볼만한 것이 있다지만(이 역시 하루 찾는 시민의 수가 손가락으로 꼽을 숫자라고 함) 서울역 고가 주변에서 볼만한 것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전국에서 제일 많은 노숙자가 머물고 있는 서울역 주변에 보행교가 생기면 그곳에도 노숙자가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남대문시장 주변이 노숙자로 인해 우범지대가 된다면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서울시의 정책은 허구나 마찬가지지 않을까.
또, 의장은 서부역 청소차량차고지 이전 문제가 어떻게 해결된다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대안 없는 주장은 구호에 불과하다. 이는 소통을 강조하는 정치인들의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380억원이 아니라 3천800억원이 투입되어도 지역 주민에게 실익이 없고 불편만 준다면 예산을 투입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정책은 내부에서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한 목소리로 발표돼야 한다. 구의회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의원들 간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쳐 결정된 사항이 의장을 통해 나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의장의 역할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