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충무아트홀 광장에서 열린 ‘중구 행복나눔장터’에서 ‘조커스’의 김용근 마술사가 쇼를 펼치고 있고(좌), 주민이 물품을 고르고 있다(우).
따사롭게 내려앉은 햇볕은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과 같았고, 북적대는 인파는 사랑을 실천하려는 넉넉한 인심으로 넘실거렸다. 매월 넷째 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중구 행복나눔장터’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9월에도 어김없이 열렸다.
지난 24일 충무아트홀 광장에서는 중구여성단체연합회와 각 동 부녀회 및 직능단체 그리고 개인 참여자 등이 자리 잡고 풍성한 물품으로 사람들에게 손짓을 보냈다.
장터만 가면 시장기가 몰려온다. 여성단체연합회에서는 부침개 열무비빔밥 떡 커피 녹차 등 풍성한 먹을거리로 장터객을 맞았다. 갓 부쳐 아삭하면서도 쫀득한 부침개와 혀에 착착 감기는 열무비빔밥으로 장터를 찾은 사람들은 허기를 쫓아내고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랑을 채웠다.
여성단체연합회원들이 착용한 앞치마 바탕의 빨간색과 선명하게 찍힌 ‘행복더하기’라는 캘리그래피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이경일 중구여성단체연합회장과 김인숙 중구주부환경연합회장은 “열정 사랑 봉사 나눔과 같은 의미를 나타낸다”면서 “판매수익금은 100% 전부 다 중구 행복더하기에 기탁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추석이 가까이 다가왔는데 어려운 이웃들에게 우리들이 조금이나마 힘이 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이웃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회원들과 함께 열정적인 봉사활동을 전개 하겠다”고 전했다.
먹을거리 장터 바로 앞에는 개인 참여자들이 개성 넘치는 원피스 투피스 부츠 가방 구두 그리고 액세서리가 행인들의 발길을 일단 붙들었다. 적당한 흥정도 장터의 매력이다. 진기한 물품에 대한 가격 문답이 연방 오가는 소리는 바로 옆 간이 무대의 공연 소리와 화음을 이뤘다.
이날 무대에서 마술팀 ‘조커스’의 김용근 마술사의 쇼가 펼쳐진 시간만큼은 동화 속 세상이었다. 김용근 마술사는 “제발 속임수라고 의심하지 말고 마술을 즐겨 달라”면서 “큰 박수와 환호를 부탁한다”고 말하고 매직 월드로 안내했다. 마술이 사실이라면 그건 기적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랑이 진정으로 전달된다면 그 역시 기적이다. 행복나눔장터는 마술처럼 기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각 동 부녀회에서 마련한 장터 가운데 상당히 많은 인기를 끈 곳은 명동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훌륭한 취지에 명동의 의류판매자 일부가 동참해 물품을 기증한 것. 지난달에는 액세서리만 판매해 큰 인기를 끌었고, 이번에는 옷만으로 구성했다. 황혜정 명동부녀회 총무는 “회사에서 좋은 취지의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줘 근무 시간인 이 시간에 나올 수 있었다”고 직장 자랑을 하며 한 가지 기대감을 갖게 하는 소식을 들려줬다. 황 총무가 일하고 있는 주식회사 트랜스오비트와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 엔카(演歌) 가수 츠바키 아키라가 중구 행복더하기 소식을 접하고는 동참할 의사를 내비쳤다는 것이다. 중구 지역의 이웃사랑 정신은 현해탄까지 건넜다.
실제 중구의 사랑나눔 실천은 지역을 넘어섰다. 행복나눔장터에는 중구와 자매 결연을 맺은 전북 무주와 강원도 속초에서 생산된 농수산물 직거래장터가 열려 어려움에 직면한 농어민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직거래장터에서 판매하는 농수산물들은 전에 구입하고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한 주민들이 또 찾아와 구입하는 것으로 전해질 만큼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 가지 더, 빠뜨릴 수 없는 건 ‘찾아가는 여성취업상담서비스 일자리 부르릉 서비스’ 버스다. 세상이 변하기는 했어도 취업전선에서 여성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옥정순 일자리 부르릉 서비스 직업상담사는 “이 버스에서 상담을 통해 올 3월부터 7월까지 245명이 취업에 성공했다”면서 “이곳 행복 나눔 장터에서 상담을 진행해 보면 주로 40~50대 정도의 주부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행복 나눔 장터는 이웃사랑 실천과 주민 화합에 긍정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냉정한 지적도 일고 있어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