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 장터콘서트 ‘이은하의 행복충전’에서 이은하와 그룹 사랑과 평화가 함께 공연하고 있다.
‘향수(鄕愁)’는 중구의 또 다른 이름이다. 서울의 중심 600년 고도에 대한 자부심, 충무로 영화 르네상스에 대한 기억, 명동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문화예술의 흔적, 동대문·남대문 시장의 흥망성쇠 그리고 또 많은 노스탤지어.
지난 24일 충무아트홀 대극장을 가득 메운 중구민들의 얼굴에는 추억의 향수가 자리 잡고 있었다. 9월 장터콘서트 ‘이은하의 행복충전’을 찾은 대부분의 중년층은 이은하의 히트곡과 함께 보낸 지난 70·80년대를 다시 한 번 붙잡으며 현재를 만끽했다.
‘봄비’로 시작해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으로 연결하며 객석을 추억 속으로 인도한 이날의 주인공 이은하는 “본적이 중구로 돼 있다”는 말로 중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잔잔하게 돛을 올린 콘서트는 ‘아리송해’로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한 번 들으면 절대 잊혀지지 않는 전형적 대중성을 지닌 이 곡은 객석에서 “아리송해”라며 외침에 가까운 함성이 힘차게 터져 나왔다.
젊음의 아름다운 에너지와 귀에 착착 붙는 후크 송으로 모든 이들에게 사랑 받는 걸 그룹에 열광하는 작금, 이은하는 ‘아리송해’가 흐르는 그 순간만큼은 ‘여자 아이돌’이었다. 1973년 ‘님 마중’으로 데뷔했을 때가 10대 시절이었으니, 요즘 아이돌 가수들의 직계 선배 격이다.
이은하는 “데뷔곡이 크게 인기를 끌지는 못했고 ‘최진사댁 셋째 딸’에 이르러 주목 받을 수 있었다”고 운을 뗀 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최진사댁 셋째 딸’을 우리나라 구전가요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이태리 칸초네를 번안한 곡이라고 밝히자 객석에서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옛 것에 대한 기억은 새로움으로 채워지며 ‘밤차’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돌이키지 마’로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점점 더 무르익었다.
이날 공연의 연주는 그룹 ‘사랑과 평화’가 맡았다. 이은하 무대에서 반주를 담당했고, 공연 중후반부에서는 좌중을 들었다 놨다 하며 사랑과 평화 자신의 순서를 진행했다.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해 ‘한동안 뜸했었지’ ‘장미’로 추억을 되살렸고, 신곡 ‘다함께 웃어봐’를 선보이며 부활 의지도 함께 내비치고는 다시 ‘바보인가 봐’로써 과거로 회귀했다. 가사 “왜 그럴까”를 통해 무대와 객석은 즐거운 놀이 한마당이 됐다.
‘그건 너’에서 이은하가 등장해 합동 공연을 펼치며 콘서트는 종착역을 향했다.
‘핫 스터프(Hot Stuff)’로 이은하는 디스코 열풍이 불었던 과거와 현재를 이었고, ‘아름다운 강산’에 이르자 공연은 클라이맥스로 치달았다. “여러분이 주인공”이라고 말하고는 이은하는 “아름다운 중구”로 개사해 노래했고, 객석은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아쉬움이 묻어나는 앙코르에 ‘봄비’와 ‘밤차’를 다시 한 번 선사하며 이은하는 ‘행복 충전’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