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5일 명동예술극장 재개관식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명동예술극장ㆍ남산예술센터 '재탄생'
충무아트홀 뮤지컬 선풍적 ‘인기몰이’
중구가 공연예술문화의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다.
옛 남산드라마센터가 남산예술센터로 재탄생해 관객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고, 34년 전 모습으로 돌아온 명동예술극장에서는 수준 높은 작품으로 진중한 걸작에 갈증을 느꼈던 애호가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국립극장에서는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이 두 달 동안 진행되고 있어 세계의 다양한 공연예술을 선보이고 있고,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중구에서는 새 문화컨텐츠 사업으로 야외상설공연무대를 운영하고 있다.
◈ 남산예술센터 7회 공연 누적관객 수 약 1천500명
남산예술센터에서는 지난 6월8일 개관식을 가진 지 100일이 채 안 돼 지난 11일부터 닻을 올린 첫 시즌 개막작 ‘오늘, 손님 오신다’가 지난 17일까지 7회 공연 동안 누적관객 수 1천500명 정도를 불러 모으며 선풍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480석 규모 극장의 첫 번째 두 번째 줄을 무대로 활용, 총 324석을 운영 중인 가운데 66% 정도의 좌석 점유율을 보여 실험적 성향이 강한 연극 작품으로서는 이례적인 현상을 기록 중이다.
남산예술센터 극장운영팀에 따르면 관객층은 옛 남산드라마센터에 대한 향수를 가진 40~50대 연극 관계자들도 있기는 하지만, 일반 관객은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의 실질적 문화향유층으로, 중구가 공연예술문화의 중심지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극장운영팀 나유경 씨는 “남산예술센터 개관 후 첫 시즌 개막작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세 명의 연출가와 세 명의 극작가가 공동 작업한 실험성 높은 작품에 대한 호기심으로 젊은 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 6월5일 재개관한 명동예술극장에서는 명성에 걸맞게 걸작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는 노벨상 수상 작가 유진 오닐 원작의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가 임영웅 연출로 공연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는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 참가작으로 국립극단의 ‘세자매’가 공연됐다. 명동예술극장 재개관 초청작품인 안톤 체홉 원작 ‘세자매’는 1967년 고 이해랑 선생의 연출로 당시 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에서 국립극단 제46회 정기공연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42년 만에 같은 무대에 올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이 지난 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작 ‘태풍’으로 막을 올린 후 2주가 흐른 지난 18일까지 비교적 높은 객석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보마케팅팀에 따르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의 ‘라 까뇨뜨’의 경우 유·무료 관객 합산 80%가량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두 달간 일정의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고전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오는 11월 4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달오름극장, 별오름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 명동예술극장에서 이어지는 이번 행사는 국립극장 전속단체의 작품을 비롯 브라질, 벨기에, 노르웨이, 필리핀 등 총 10개국 26작품의 공연이 이어져 수준 높은 공연예술 향유의 장이 되고 있다.
개막작 ‘태풍’은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극 ‘템페스트’를 중국의 경극 스타일로 풀어 서극 감독이 연출한 대만 당대전기극장의 음악극이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의 ‘라 까뇨뜨’, 이탈리아 나폴리 산 카를로 국립극장의 오페라 갈라 ‘투란도트’, 브라질 국립극장 심포니오케스트라의 첫 내한공연, 벨기에 현대무용 ‘올르론’ 등을 통해 세계 공연예술의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폐막작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창작음악회 ‘가을사색’이며, 국립극단의 ‘세자매’, 국립무용단의 춤극 ‘가야’, 국립창극단의 ‘적벽’ 등 국립극단 전속단체들의 공연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는 지난 8일부터 뮤지컬 ‘올 슉 업(All Shook Up)’이 성황을 이루며 공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내달 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공연은 지난 2007년 1월 초연 당시 프리뷰 시작부터 객석 점유율 93%를 나타내며 연일 관객들의 열광적인 기립박수를 이끌어 내 82%의 최종 객석 점유율을 기록, 제1회 더 뮤지컬 어워즈 최우수외국뮤지컬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한 명성과 함께 그룹 GOD 출신 손호영을 캐스팅, 스타 마케팅으로 공연장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중구에서는 새 문화컨텐츠 사업 일환으로 관내 도심 주요 지점에 야외상설공연무대를 설치, 지난 7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명동 우리은행 앞, 명동 아바타몰 입구, 명동 외환은행 맞은편 광장, 신세계백화점 분수대 앞, 충무아트홀 광장에 무대가 설치돼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재즈밴드 마술 등 공연이 무대 5곳에서 1일 2회, 2시간 동안 펼쳐진다.
◈ 옛 영화의 복원 ‘명불허전’
남산예술센터와 명동예술극장의 부활은 옛 영화의 복원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국내 최초 현대식 극장으로 문을 연 남산드라마센터는 지난 1962년 4월 남산 옛 과학관 자리에 미국 록펠러 재단이 전후 한국연극의 활성화를 위해 지원한 지원금과 한국정부의 부지 제공, 시중은행의 대출금 등 대부분 공적자금으로 지어졌다.
당시 객석 473석 규모의 중형극장으로 개관, 1970~80년대 우리나라 현대연극 만개(滿開) 시대를 열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자 공연장 중심의 경영에서 학교 중심으로 운영됨에 따라 공연장 기능이 쇠퇴했고 서울예대생의 실습, 졸업발표회장으로 주로 이용돼 서울시의 공적자금 투입 운영 결정에 이르게 됐다.
명동예술극장은 1960~70년대 한국 공연예술의 요람이었다. 유치진 이해랑 오태석 등 극작가 연출가와 함께 김진규 박노식 등 명배우들이 이곳을 거쳤다. 명동예술극장은 1936년 ‘명치좌(明治座)’로 지어져 해방 후 시공관, 국립극장, 국립극장 예술극장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1973년 국립극장이 장충동으로 옮기고 2년 뒤 대한투자금융에 건물이 팔리면서 옛 영화는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명동 옛 국립극장 되찾기 복원 운동 등 과정을 거쳐 지난 6월5일 약 3년 만의 공사 끝에 마침내 34년 전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명동은 실제 한국 문화예술의 메카였다. 1975년 삼일로 창고극장, 1978년 엘칸토 예술극장, 1980년에는 떼아뜨르 추(秋)가 잇따라 개관하며 우리나라 공연예술문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창고극장은 삼일로 고갯길 2층 양옥을 개조한 국내 유일의 창고극장이었다. 다양한 현대연극의 실험장으로서 창고극장은 많은 문제작을 낳았고, 연극계의 전설 추송웅의 빨간 피터의 고백 등 일련의 혁신적인 작품 등이 공연됨으로써 우리 연극사에 한 획을 그었다.
엘칸토예술극장은 객석이 150석의 소규모였지만 연간 8만~9만 명의 관객이 운집할 정도로 대성황이었다. 대부분의 관객은 학생과 직장여성들로 당시 주로 가벼운 코미디가 메인스트림이었다. ‘명동 유일의 연극무대’라는 꼿꼿한 프라이드를 간직한 엘칸토 예술극장. 1930년대 일본인들이 한국투자금융 자리에 지은 명치좌(明治座)에서부터 계승, 명동연극의 맥을 연결하는 공간이었다. 명치좌는 광복 후 시공관, 국립극장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공연을 계속했지만 1973년 국립극장이 장충동으로 이사함으로써 중심이 허물어졌다. 그 후 엘칸토 예술극장이 세워져 5년 동안 단절된 맥이 다시 연결됐다. 개관기념 공연작 극단 맥토의 ‘아담 이브 그리고 그 이후’를 시작으로 총 180여 작품이 이곳을 거쳐감으로써 ‘엘칸토극장무대에 서지 않으면 극단도 아니다’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떼아뜨르 추는 연극인 고 추송웅 선생 집념의 결실인 것으로 알려졌다. 떼아뜨르 추에는 음식과 차를 음미하며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카페식 극장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 중구, 공연예술문화 중흥 지속 ‘기대’
이처럼 역사적 전통을 지닌 채 옛 영화를 복원한 중구 지역의 공연예술문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남산예술센터는 시민과 예술가를 위한 창작공간으로 서울시가 임대, 서울문화재단이 위탁 운영을 하고 있다. 향후 연극 외 예술 장르들이 융합하고 실험하는 ‘페스티벌 장’이나 연극과 콘서트가 하나되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말 별일 없었는지’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기다리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와 최장 기간으로 열리는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은 지난 2007년 시작된 이후 민간 차원의 공연예술행사와 차별화시켜 국가들 간 문화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특히 충무아트홀은 중구청에서 출연한 구 단위 최초 비영리 공익재단 ‘중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지역 공연장으로, 지난해 11월 1300석 규모의 대공연장으로 재개관한 후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화제작을 연이어 무대에 올림으로써 문화향수 계층을 끌어들여 지역경제 활성화와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6월8일 남산예술센터 개관식에서 “서울시가 조성하는 창작공간을 통해 서울의 문화와 예술의 토대가 풍성해지길 기대한다”면서 “남산예술센터가 한국연극 부흥의 중심지가 되고 남산은 문화예술의 창의 발신지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동일 중구청장은 “상설공연무대를 계기로 도심이 문화공연의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라면서 “주민과 관광객들이 다양한 공연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