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 재정지원 공립유치원에 편중
보육비 지원 격차는 저출산 문제 야기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제도의 개선 필요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위원장 이종은)는 지난 10일 시의회 별관 2층 대회의실에서 ‘유아교육정책의 발전방안 모색’ 주제를 가지고 토론회를 개최, 문제점 분석과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유아교육 관련 대학교수, 교육정책관련 실무자, 교육관련 시의원, 유아교육기관 담당자들이 함께 모여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의 유아정책에 대해 다각적 입장과 의견을 개진했으며, 특히 유치원을 경영하고 있는 200여명의 유치원 종사자들이 토론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함으로써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됐다.(다음은 토론회 주요 내용).
◈ ‘서울형 어린이집’ 안정적 보육 기대
‘유아교육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천세영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유아교육에서 복지차원의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는 지방정부의 재정정책 방안에 대해 검토해 보고 이를 위해 유아교육에 투입되고 있는 재정 현황을 살펴봄으로써 보다 근본적인 대안 탐색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면서 “특히 서울형 어린이집 정책에 대해 검토하고 서울의 유아교육발전을 위한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재정 배분 방안들에 대해 검토해 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천 교수는 “연도별 종일제 유치원 현황을 살펴보면 2002년도에 5만6천여명이었던 종일반 원아수가 2008년도에 3배로 늘어나 16만2천명을 넘었으며 종일반을 운영하는 유치원은 2008년도에 90%가량으로 유치원의 대부분이 종일반을 운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유치원도 초기에는 종일반 운영을 교육의 관점에서 억제해 왔으나 사회적 수요를 끝내 무시할 수는 없었고 결국 유아단계의 보육과 유아교육의 문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이분화되기 보다는 각각이 인근 학부모와 유아들의 요구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동적 변화를 해 왔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경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공립과 사립 유치원 간의 재정격차를 비교하며 “유치원의 취원율은 사립유치원이 공립유치원보다 3배 이상으로 높은 반면 유아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은 공립유치원에 편중돼 있다”면서 “이러한 구조는 사립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대다수의 학부모들에게 재정적인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원아들의 교육환경에도 차이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재정격차가 발생한 원인으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인건비 등의 지원이 거의 없으며, 유치원들이 정부지원 단가에 미치지 못하는 원비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부담을 국가에서 책임지지 못하고 학부모에게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천 교수는 “유아교육에 관한 재정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시행 이전인 2007년까지 국고지원금을 통해 정부의 지원을 받다가 유아교육에 대한 재정확보를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내국세 19.4%에서 20%로 상향조정했을 뿐만 아니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시행 이후인 2008년부터는 유아교육 지원이 지방으로 이양돼 시·도 교육청의 지원 아래 시행되고 있다”면서 “따라서 지방교육청에서는 유아교육에서 공·사립 유치원 간의 공적 투입 비용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형 어린이집’에 대한 검토를 통해 “평가인증 후 민간보육시설에도 국공립시설과 같은 수준의 재정을 지원해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원아들에게 안정적인 보육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아보육발전에 큰 디딤돌이 될 것”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유아교육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유치원과 보육서비스를 담당하는 어린이집 사이에 역할 경계가 희미해져 가고 있으며 유아교육과 보육이 하나로 통합된 체제가 돼야 하는 논의들이 많아짐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행정적으로 철저하게 이원화된 체제이기 때문에 문제점이 발생, ‘서울형 어린이집’이 보육의 발전에 기여한 만큼 서울시의 유아교육은 더욱 후퇴하게 되는 격이 되면서 서울시의 유아교육과 보육 사이에 불균형 문제를 낳게 된다”고 꼬집었다.
유아교육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서는 “보육에서 민간시설에 재정지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재정이 지원되는 만큼 유아교육에서도 사립유치원에 공공재원 투입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사학의 재정지원을 미루기보다는 사학재정결함보조금과 같은 방식으로 사립유치원에 공공재정을 투입할 수 있도록 지방교육재정교부금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사립유치원 유아 교육 78% 담당
‘사립유치원의 현실태와 지원방안 모색’을 주제로 두 번째 발표에 나선 석호현 한국유치원총연합회장은 “최근 국회에서는 유아무상교육 확대방안에 이어 유아학교로의 명칭변경에 대한 입법발의가 추진되는 등 유아교육에 대한 관심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사립유치원이 한국 유아교육의 78%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립유치원에 대한 재정지원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취약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석 회장은 2008년 교육통계연보를 인용하며 “서울시의 유치원 수 883개 가운데 사립유치원은 750개로 전체의 84.9%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아 수는 전체 8만2천144명 가운데 7만2천238명으로 87.9%를, 유치원 교사 수는 5천219명 가운데 4천698명으로 전체 대비 90%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사립유치원에 입학시킨 유아 학부모의 경우 국공립 유치원에 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등 차별이 고착화되고 있는 실정이며 사립유치원 학부모에 대한 정부의 학비지원 격차는 곧바로 교육비 부담으로 이어져 저출산 문제를 야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유치원 입학 대상인 “만 3~5세 유아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어린이집 보육시설을 이용함에 따라 많은 유치원이 폐원하는 등 대한민국 유아교육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는 상태"라면서 “이에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서는 대한민국의 모든 유아가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고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무상교육 확대가 하루 속히 전면 시행돼 유아교육비에 대한 학부모 부담이 줄어들기를 가장 먼저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사처우에 대해서도 “국가의 지원은 매우 중요한데 똑같은 대상의 유아를 교육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립유치원 교사의 급여는 국공립유치원 교사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면서 “사립유치원이 대한민국 전체 유아의 78%를 담당하고 있음을 상기해 볼 때 사립유치원 교사에 대한 지원은 곧 유아교육 전반에 걸쳐 교육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것이며 나아가 급여의 차이를 교사능력의 차이로 잘못 인식하는 폐단을 바로잡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4년 유아교육법 제정 이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유아교육비 항목을 포함시키게 됐으나 2008년부터는 국가 보조금 지원 사업이 지방으로 이양됨에 따라 “유아교육비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정을 상세히 규정하게 됐지만 교직원 인건비, 학교·교육과정운영비, 교육행정비 등에서 사립유치원을 제외시키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주장하며 “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자체별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재정지원이 정책으로 통일되지 못하고 가변적인 수혜성 지원책으로 일관성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석 회장은 “무상교육 확대에 따른 유아교육비 지원을 지속적으로 가능케 하고 궁극적으로 사립유치원에 유아를 입학시킨 모든 학부모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면서 “국공립 유치원 교사보다 한참 뒤처지는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유아교육의 현장에서 열심히 자신의 본분에 충실한 사립유치원 교사에 대한 인건비 지원도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사립유치원 지원 세부기준 마련 중
첫 번째 토론에 나선 이지현 시의원(교육문화위원회 위원)은 “시의회 제217회 임시회에서 서울시가 유치원을 지원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함으로써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면서 “앞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어야 하겠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유치원에 대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유아교육의 의무교육을 실현하고 유아에 대한 교육과 보육의 통합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면서 “유아교육에 대한 행정시스템의 재구축과 전문기관이 확충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두 번째 토론에 나선 배정회 교육과학기술부 유아교육지원과장은 “2009년도 사립 원아 1인당 지원액은 2005년 대비 약 3배 증가할 전망”이라면서 “유아학비, 교사 인건비, 교재교구비, 환경개선비 등 지원내용의 다양화”에 대한 사견을 전했다.
세 번째 토론자 홍성희 시교육청 초등교육정책과장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재정 지원은 사립유치원 경영자들의 경영의 어려움을 덜어 주는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그 대전제가 유아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지원된 예산에 대해서는 집행의 타당성과 적절성에 대한 엄격한 사전 계획 및 사후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과장은 “국공립 유치원 수를 확대하고 학급도 증설해 국공립 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의 자율적인 경쟁을 유도해 학부모나 유아들의 유치원 선택권이 확대돼야 한다”면서 “유치원에서의 보육기능이 확대됨에 따라 이에 따르는 충분한 예산 지원을 통해 유치원에서 충실하게 보육기능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조관호 서울시 학교지원담당관은 “효율적인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 작업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범부처적 조정 기관을 통해 교육 및 보육기관 공동의 관심사를 종합하고 다양한 이견을 조정해 합리적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선진국들의 추세가 교육와 보호를 통합한 기반하에 질 높은 서비스를 위해 단일 행정체제로 가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 담당관은 “서울시 유치원 총연합회의 ‘사립유치원에 대한 서울특별시의 지원요구’에 대한 민원사항 협의를 위해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T/F팀을 별도 구성해 지원대책을 검토한 결과 지원요청한 사항에 대한 지원을 하기 위해 다각도로 지원방안을 찾고자 지도감독기관인 서울시교육청이 주관이 돼 지원시기, 지원대상자 선정, 세부적인 지원기준 등을 마련 중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