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신신 감독의 코웹.
지금 중구에는 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준비가 한창이다. 오는 24일~9월 1일까지의 영화제 스케줄에 따라 영화를 보고는 싶은데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포기해야만 하는 직장인이 태반이다. 이렇게 짬을 낼 수 없는 직장인들을 위해 업무를 마치고 동료들과 함께 볼만한 영화를 추천한다.
#본격적인 관람은 25일 화요일
오후 8시에 메가박스 7관에서 상영하는 바토리(Bathory). 백작부인 엘리자베스 바토리의 소름끼치는 이야기는 악명이 높기로 유명하다. 이 이야기는 역사학자, 작가, 시인, 극작가, 음악가, 화가 그리고 영화감독에 의해 재설명되는 장면들로 영화가 구성된다. 바토리 부인은 여인들을 살해하기 전에 살아있는 동안 살을 입으로 찢어 갈겨 그 피로 목욕을 할 정도였다.
그녀는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극단적인 살인자로 불리고 있고, 기네스북에도 등재돼 있을 정도. 실제 인물이기도 한 에르제베트 바토리는 헝가리 왕국 출신의 귀족이며 역사상 가장 유명한 ‘피의 백작부인’이라는 별명을 지닌 연쇄살인마 가운데 한 명으로 후세에는 흡혈귀 전설의 모델이 됐다고 전해진다.
이날 상영관에는 유라이 야쿠비스코 감독과 다이애나 야쿠비스코바 PD가 게스트로 참석해 관객과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돼 있다.
퇴근 후 2,4,5호선을 타고 동대문운동장 14번 출구에 내려 굿모닝시티 9층에 위치한 메가박스 7관서 영화를 볼 수 있다.
#27일 목요일 - 코웹(Coweb)과 하얀 나비(White Butterfly)
이날은 둘 중에 뭘 볼까 고민을 해야 하는 날이다. 바로 코웹(Coweb)과 하얀 나비(White Butterfly)가 동시에 오후 8시에 상영을 하기 때문이다.
홍콩 영화 코웹은 흥신신 감독의 2009년 작이다. 맨디가 부유한 사업인인 호콴을 강도들에게서 구출할 때 호콴은 그녀에게 거역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그녀의 가족을 부양해주는 대신 그녀의 아버지의 무술학교를 재건해달라는 것. 그리고 그녀는 그의 보디가드로 변신한다는 내용이다.
하얀 나비(White Butterfly)는 감독이 되길 간절히 소망하는 상호와 배우를 꿈꾸는 해진 사이에 벌어지는 진정한 사랑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다.
두 영화의 장르가 각각 다르니 입맛에 따라 골라보면 될 것이다. 또 이날 능흔흔 감독과 김삼력 감독과의 대화도 이어지니 참고할 것.
퇴근 후 2호선 을지로 입구역 7번 출구나 4호선 명동역 5,6번 출구에 위치한 에비뉴엘 6층서 영화를 볼 수 있다.
#29일 토요일은 온종일 영화만 보자
오후 2시에 명동 롯데시네마 3관에서 상영되는 가드 47번(Guard No.47)을 추천한다. 2008년 체코작으로 사랑, 열정, 죽음과 처벌에 관한 드라마다. 한 영웅에 관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조셉 도우사다. 기차역 경비원인 그는 1차 세계대전에서 경험한 무시무시한 공포를 안고 있지만 아름답고 젊은 아내와 함께하며 경비소에서 소일하는 것으로 그 기억을 잊으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기차에 몸을 던지려던 한 젊은 남자를 구하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이날 상영관에는 필립 렌치 감독이 참석해 관객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친구들과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롯데시네마 3관으로 돌아오면 위가휘 감독의 재생호(Written by)를 오후 5시에 볼 수 있다. 12세의 멜로디는 10년 전 자동차 사고로 아버지 토니를 잃은 뒤 엄마 맨디와 5살짜리 동생 오스카와 함께 살고 있다. 10년 후 성장한 멜로디는 그때까지도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그리움의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엄마를 도와준다는 내용이다. 역시 위가휘 감독과 배우 유청운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두번째 영화를 관람한 뒤 커피 한 잔 하고 나서 메가박스 5관으로 가면 진승현 감독의 7월 32일(July 32nd)을 보자. 1987년 7월 31일 장형사에게 쫓기던 만수는 데리고 다니던 5살짜리 딸을 아는 집창촌에 맡긴다. 만수는 내일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집창촌을 나서지만 얼마 못 가 경찰에 체포되고 그 와중에 장형사는 만수가 휘두른 칼에 맞아 다리가 불구가 돼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창녀가 된 딸을 되찾기 위한 교도소 복역수 아버지의 이야기가 가슴 저민 슬픔으로 안내한다. 영화에 관해 진승현 감독과 배우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
#일요일 30일에는 연인과 함께
메가박스 5관에서 부르노 드 알메이다 감독의 연인들(The Love Bird)을 볼 수 있는 날이다. 사랑과 우정, 생존에 관한 여섯 가지 이야기를 얽어 놓은 작품으로 부르노 감독이 미국과 포르투갈 배우를 고루 캐스팅해 다채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지하철에서 만난 여자를 따라가는 남자, 환멸을 느껴 정부를 떠나는 주부, 한 여자를 사랑하다 이별을 고하는 두 남자, 매춘부를 잔인하게 살해한 후 임산부를 도와주며 제정신을 찾아가는 택시기사 등 마치 전쟁과도 같은 사랑을 보여주는 하룻밤의 여정이 고전적으로 로맨틱한 도시인 리스본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폐막 전일인 31일까지 포기하지 말자
힘든 월요일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직까지 영화제에 눈을 돌리지 않은 직장인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이 영화 한편은 꼭 보자. 산드린 리날디 감독의 파리의 북쪽(Heading North)이 메가박스 5관에서 오후 8시 30분에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오래된 전축의 바늘은 45회전의 레코드 위를 맴돌고, 밤새 파티를 즐기는 파티광들은 밤의 절정을 넘기고 있는 중이다. 그들은 파리의 북쪽 영역의 영혼을 대변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요상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이 영화에 대해 경계심을 가져야 할지도 모른다. 첫째로 그 반복되는 움직임들에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고 새벽으로 잦아들기 이전에 몽롱한 장면 속으로 깊숙하게 빠져들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역시 산드린 리날디 감독과 배우 도르떼 쎄바그와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이 밖에도 챙겨봐야 하는 영화들
회사 스케줄이 제각각인 다른 직장인들은 오히려 저녁시간 보다는 오전에 상영하는 영화가 입맛에 맞을 수도 있다. 그들을 위한 나머지 영화들을 시간대별로 소개한다.
25일 화요일 오전 11시 메가박스 7관에서 상영예정인 절청풍운(Overheard). 범죄정보국의 경찰 조니 륭, 진 륭, 맥스 램은 펭화 국제전화의 수상한 점을 추적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 음모는 한 무역회사가 홍콩의 주식시장의 거래를 조작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그 사건과 관련된 범인을 잡고자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내용이다. 맥조휘, 장문강 감독과 배우 고천락, 오언조와 만날 수 있다.
같은 날 오후 2시 롯데시네마 3관에서 상영할 붉은 강(Red River)은 가슴 저미는 아픔을 가져다주는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다. 이 영화는 베트남 전쟁의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비롯된 후유증을 다루고 있다. 1975년을 배경으로 중국과 베트남의 국경에 위치한 붉은 강 근처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4살의 어린 베트남 소녀의 천진무구한 삶이 그녀의 아버지가 미국 지주들에게 살해당하면서 산산조각나기 시작한다. 장가서 감독의 매력적인 영화적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로 이날 감독과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26일 수요일 오후 2시 메가박스 6관에서는 짐 도노반 감독의 세 계절(3 Seasons)이 상영된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카마인와 샤샤 부부는 예기치 않은 임신으로 서로에게 뭔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들은 아이의 탄생으로 인해 무한한 기쁨을 맞게 되며 안락한 삶을 꾸미며 새로운 삶의 탄생을 축복 속에 키우고자 한다. 하지만 그들의 사치스러운 상류층의 인생은 점점 더 아래로 추락하게 돼 위기를 맞는다는 내용의 영화다. 감독과 배우 까린느 르뒥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28일 금요일 오후 2시 롯데시네마 3관에서는 안드레스 와이스블루스 감독의 행복해지는 199개의 방법(199 Tips to Be Happy)을 상영한다.
찌는 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여름날, 한 칠레인 부부가 산티아고에서 온 한 젊은 소녀의 방문을 갑작스럽게 맞게 된다. 그 소녀는 갑자기 정신을 잃게 되고 열병에 시달리면서 죽은 오빠를 기억한다는 내용. 또 다른 내용은 어느 서점에서 사람들에 대한 비밀을 알 수 있다는 약속이 담긴 키를 제공하는 책이 발견되지만 아무도 이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
칠레 영화에 익숙지 않은 우리들에게 낯설지만 신선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화이며 감독과 배우 타마라 가레아와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