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인생의 나침반은 없는 것일까. 단 한 번뿐인 삶, 놓치고 싶지 않아 밤잠을 설치고 설친다. 어디로 가야 하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세상의 가치 체계 속에서 방향을 잃고 휩쓸려 가는 것이 우리네 모습이다.
‘가고 싶은 길을 가라’의 줄리앙은 휴가차 발리의 현자 삼턍을 찾아간다. 니콜 키드먼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고,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비교적 괜찮은 생활을 하는 줄리앙은 행복하지 않다. 아니, 불행하다.
그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인생을 살고 있지 않다. 지적인 직업을 가지길 바라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한 착한 사람이다. 정상적인 외모를 가지고도 신체적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있고, 타인과의 소통에 있어서도 일종의 장애를 지니고 있다. 그런 그가 삼턍과의 만남을 통해 서서히 내적으로 변화한다.
특히 빼어난 영어 실력을 갖추고, ‘플라시보 효과’를 이용하는 등 서양 문물에 밝은 현자 삼턍의 모습은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워 하는 서양인이 동양의 나이 지긋한 현자를 찾아 가르침을 받는 진부함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그릇된 오리엔탈리즘을 경계하고 현대인의 괴로움을 달랜다.
줄리앙은 인생의 나침반을 간절히 찾는 이 시대 갑남을녀의 표상이다. 줄리앙의 문제와 고민 그리고 깨달음을 통해 어느새 치유의 과정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로랑 구넬 지음/박명숙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