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적 찾아 떠나는 남도여행

자연 속에 살아 숨쉬는 ‘역사의 향기’

문화재 보고인 화엄사서 산사체험

남종화 본거지 ‘운림산방’서 그림감상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고 있는 전라남도에는 역사의 향기를 듬뿍 담고 있는 문화유적이 많다. 담양 소쇄원, 구례 화엄사, 영광 법성포 등 이번 여름휴가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우리 선조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남도의 문화유적을 찾아보자.

 

죽녹원=담양읍 향교리에 있는 죽녹원은 지난 2003년 새로 조림된 대나무 정원이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이 심어진 대나무 숲에서 ‘죽림욕’을 할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죽녹원 안에는 댓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자라는 죽로차도 자생하고 있는데, 시원한 차로 목을 축이며 대숲을 산책하노라면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이곳 대숲은 감우성 주연의 영화 <알포인트>가 촬영됐던 곳으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당시 배우들이 썼던 철모와 대나무로 만든 다양한 조형물을 감상할 수 있다.

찾아가는 길 : 호남고속도로 고서분기점-88올림픽고속도로-담양IC-담양

 

◈ 구례, 고찰과 문화재 가득한 지리산의 넉넉한 품속으로

 

지리산은 볼거리가 무궁무진한 산이다. 화엄사·쌍계사·연곡사 등 유서깊은 사찰 안에 많은 문화재가 남아 있고, 아름드리 나무와 야생화가 만들어내는 경치도 기가 막힌다.

 

화엄사=구례군 마산면 황전리에 자리한 화엄사는 지리산에 있는 수많은 절 가운데 가장 크고 장엄한 곳이다. 신라시대 연기조사가 창건했는데 지난 세월 수없이 화마에 훼손됐지만 다시 지어지고 다시 지어진 역사를 갖고 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목조건물 각황전(국보 제35호), 영산회괘불탱(국보 제301호) 등 국보만도 4개에 이르는 문화재의 보고이기도 하다. 소나무 기둥이 2층 높이까지 시원하게 뻗어 있는 각황전의 조형미에 감탄하다 앞뜰 석등을 보면 높이 6.3m, 지름 2.8m의 거대한 규모와 빼어난 예술성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구층암·사성암 등 고승들이 수도했던 암자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화엄사에서는 스님들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를 연중 운영한다. 예불·공양·운력 등 산사체험을 두루 해볼 수 있다. (문의☎061-782-7600, www.hwae omsa.org)

 

운조루=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 있는 운조루는 조선 영조시대 건축된 고택으로 규모나 구조 면에서 당시 양반가 주택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운조루를 지은 사람은 경북 안종에서 태어나 낙안군수 등을 지낸 유이주. 그는 풍수지리학적으로 ‘금환락지(금가락지를 떨어뜨린 땅)의 명당’으로 꼽히는 이곳에 99칸짜리 대저택을 지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 가운데 60여 칸만이 남아 있는데 3채의 사랑채와 안채, 행랑채, 사당 등이 제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운조루가 세인의 관심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당시 양반가의 ‘애민정신’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 집 안에는 누구든 굶주린 사람은 쌀을 꺼내가도 좋다는 뜻의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씨가 쓰인 뒤주가 있다. 운조루라는 이름은 중국 시인 도연명의 시 ‘귀거래사’ 가운데 “구름(雲)은 무심히 산골짜기에서 피어오르고/ 새(鳥)들은 날다가 지쳐 둥우리로 돌아오네”라는 시구에서 따온 것으로 ‘구름(雲) 속의 새(鳥)처럼 숨어 사는 집’ 혹은 ‘구름 위를 노니는 새가 사는 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봄이면 목련과 매화 등이 흐드러지게 피어 더욱 아름답다.

찾아가는 길 : 호남고속도로 곡성 또는 석곡IC-압록-구례

 

◈ 영광, 백제시대 인도 불교가 처음 전해진 곳

 

전남 영광군은 칠산어장에서 잡아 올린 조기로 만든 굴비가 유명한 곳. 동시에 우리나라 최초로 불교가 전해진 곳이며, 원불교가 시작된 곳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법성포=영광 굴비의 주산지로 유명한 법성포의 옛 이름은 ‘아무포’였다. 부처를 뜻하는 ‘아미타불’이 변형된 단어로, 이 지역이 불교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곳은 백제시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불교가 전해진 곳. 영광군 법성포 진내리에는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불법을 전한 ‘백제불교최초도래지’가 있다. 법성포라는 이름도 ‘법을 전하는 성자가 들어온 곳’이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백제불교최초도래지에는 그를 기리는 절 ‘마라난타사’가 서 있는데, 인도 간다라 양식으로 지어진 절 모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독특한 탑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석가모니의 출생부터 고생까지의 전 과정이 23개 원석에 음각돼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부용루가 나온다. 그 뒤편으로는 높이가 23.7m에 이르는 거대한 석상 ‘마라난타존자상’이 보이는데, 이 조각은 멀리서도 이곳이 백제불교최초도래지임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존자상 앞에 도착하면 반드시 뒤를 돌아보자. 존자의 시선이 닿는 곳은 그림같은 법성포 해안으로, 길게 S자를 그리며 들어오는 갯벌 물길과 멀리 어우러진 섬들이 탄성을 자아내게 할 만큼 아름답다. (문의☎061-356-6008, www.marananta.org)

 

해안·드라이브길=‘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힐 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해안 드라이브 길. 서해바다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해안도로를 달리면 이국적인 낭만이 물씬 느껴진다.

 

영광군 백수읍 백암리 답동마을에서 대신리를 거쳐 길용리 원불교 성지까지를 잇는 16.3km의 자동차 전용 도로로, 6월부터 8월까지가 특히 아름답다. 해안을 따라 해당화가 피어 남다른 정취를 느끼게 하기 때문. 도로 곳곳에 전망대가 있어 잠시 쉬며 칠산 앞바다와 섬의 조화를 감상할 수 있다. 처음 쉬어갈 곳은 백수해안일주도로의 멋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백수해안공원 팔각정. 이곳에 오르면 거북바위와 모자바위 등 기암절벽 위로 이어지는 해안도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두 번째 장소는 칠산도·안마도·송이도 등 칠산 앞바다의 섬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이는 백암전망대. 해질 무렵, 일곱 개의 섬 사이로 떨어지는 일몰과 노을이 특히 아름답다. 해안도로 아래로 영화 <마파도>의 무대가 됐던 동백마을이 있으며, 백암전망대 근처에 영화 <마파도2>촬영 세트장도 있다.

찾아가는 길 : 서해안고속도로-영광IC-영광

 

◈ 진도, 남종화·진도아리랑 등 남도 문화의 정수 간직한 곳

 

구성진 가락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진도아리랑과 충심을 지닌 진돗개의 고장 진도는 아름다운 우리 자연을 화폭에 옮겨놓는 남종화의 본향으로도 유명하다.

 

운림산방=예부터 ‘진도에서는 개도 붓을 물고 다닌다’거나 ‘허씨들은 빗자루만 들어도 명필’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남종화의 명맥을 이어오며 5대째 대(大)화가를 배출하고 있는 양천 허씨 일가에게서 유래된 말이다.

 

진도 점찰산 자락에는 시서화에 고루 능했던 19세기 초 조선의 대표적 화가 소치 허련부터 아들 미산 허형, 손자 남논 허건과 그 동생인 임인 허림, 증손자 임전 허문, 고손자 오당 허진까지 화가 5대가 그림을 그려온 운림산방이 있다. 이들은 운림산방에 자리 잡게 된 건 소치가 50세 때인 1857년 이곳 고향에 돌아와 화실을 만들고 머물렀기 때문.

 

그가 기거했던 집에서 후손들도 대를 이어 그림을 그리면서 운림산방은 자연스레 남종화의 본거지가 됐다.

 

운림산방에는 우리 산수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았던 소치의 성격이 그대로 담겨 있다. 주변 경치를 두루 감상할 수 있도록 지어져 산방에 들어서면 점찰산의 웅장한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 예전에는 산방 근처에 사계절 달리 피는 꽃나무가 가득 심어져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마당에 만든 인공 연못 운림지 안의 작은 섬에 백일홍만 남아 있다.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주인공들이 호반에 배를 띄우고 뱃놀이를 즐기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운림산방 안에는 5대 화가의 그림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전시관이 있으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입장료는 어른 2천원, 어린이 800원이며 매주 월요일은 쉰다. (문의☎061-543-0088)

찾아가는 길 :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영산호 하구둑-영암방조제-금호방조제-77번 국도-우수영-진도, 관매도로 가려면 팽목항(☎061-544-5353)에서 출발하는 관매도행 철부선을 타야 한다.

(자료제공 : 전라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