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탐방 / 황학동 '우리멋 사물놀이'

사물놀이도 배우고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황학동 우리멋 사물놀이 회원들이 길기옥 강사의 구령에 맞춰 장구를 치고 있다.

 

우리 가락 우리 멋에 푹 빠진 사람들

중구에서 최고 사물놀이패 되고 싶어

 

 황학동 주민센터 4층 대강당에서는 월요일과 수요일 4시 반이 되면 판이 벌어진다.

 “자, 다시 한번!”

 강사의 구령에 맞춰 20여명의 황학동 사물놀이패는 북채를 들어 장구를 치기 시작한다. 조금 전까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익살스러운 대화를 나누던 이들의 눈매가 매섭게 변한다. 진지하게 악기를 대한다는 뜻이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신라시대부터 이어져온 민족의 정신이 가락을 타고 북채에 스며들어 장구에 들어서는 것이다. 장구를 치는 이들의 들썩이는 어깨와 무릎이 그 증거다.

 

 “지루한 일상에 매몰되다가 이곳에 와서 사물을 두드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서적으로 위안을 받는 그 맛이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습니다”

 

 황학동 사물놀이패의 정신적 지주인 유중집 회장(황학동 새마을협의회장)은 이 모임이 단순한 교육프로그램이 아님을 역설했다.

 

 그는 “처음에는 물론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했다”면서 “지금에서야 눈을 크게 뜨고 사물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물이란 북, 장구, 징, 꽹과리로 구성이 되는데, 이들은 이미 ‘북 단계’는 넘기고 ‘장구 단계’에 와 있는 것. 즉 앞으로 징과 꽹과리까지 배우게 되면 한 사람이 4가지 악기를 모두 다루게 되는 것이다.

 

 햇수로 3년이 돼가는 이곳에는 아직 여러 초창기 멤버가 남아있다. 그 중 한명인 윤수인 총무는 “가만히 집에 있는 것 보다 여가활동을 하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 같다”며 “여가활동 중에서도 한국의 멋을 대표하는 사물놀이를 시작하게 됐는데 이제는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중구에서 제일가는 사물놀이패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황학동에서 사물놀이를 배우다가 장구의 매력에 빠져 성신여대 평생교육원에 등록해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는 문정례씨는 “주민센터, 구민회관 등에서 시작을 했는데 이제야 깊이를 알 것 같다”며 “멋있는 가락을 좀 더 배워야 할 것 같다”고 사물놀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들을 사물놀이의 매력에 빠지게 하고 있는 길기옥 강사는 90년대 초중반 김덕수 사물놀이패에서 활동했고, 국내외에 사물놀이를 전파한 이력이 있는 황학동 사물놀이패의 리더다.

 

 길기옥 강사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실력과는 상관없이 다 같이 모여 어울리고 놀 수 있는 것이 풍물”이라면서 “사물놀이는 직접 해보지 않고서 말로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고 역설했다.

 

 또 “지금 함께 하고 있는 황학동 멤버들은 대단한 열정을 지니고 있다”며 “이곳에 나오시는 어머님과 아버님들이 사물놀이를 배움으로써 몸과 마음, 정신이 더 건강해지고 행복해지셨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황학동 주민센터에 개설된 프로그램이지만, 타 지역 주민들에게도 언제든지 문은 활짝 열려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 전통 가락보다 서양식 리듬이 더 익숙해진 요즘이지만 신라시대 유랑 민중놀이패, 조선 후기 남사당패, 풍물놀이와 마당놀이, 그리고 70년대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명맥은 현재 황학동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