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동예술극장 어떻게 복원됐나

34년만에 옛 국립극장 복원…명동예술극장 재탄생

 

◇ 오는 5일 개관되는 명동예술극장 전경.

 

한국예술 정신적 복원ㆍ귀환의미 커

개관축하작품 ‘맹진사댁 경사’ 공연

전설 속 원로배우들 카메오로 출연

 

 오는 5일 옛 명동국립극장이 3년간의 오랜 복원공사를 마무리하고 명동예술극장(극장장 구자흥)으로 다시 태어난다. 1975년 말 대한투자금융에 매각된 지 34년, 1994년 복원 운동을 시작한 지 15년, 2003년 12월 문화관광부에서 다시 건물을 사들인 지 5년만이다. 개관식은 오는 5일 첫 공연에 앞서 진행되며, 시공관과 명동국립극장 무대에서 활동하던 전설 속의 원로배우들이 카메오로 출연, 명동예술극장의 새로운 출발을 함께 축하할 예정이며 세부 출연일정은 확정되는 대로 명동예술극장 홈페이지(www.mdtheater.or.kr)를 통해 공지된다. ‘맹진사댁 경사’는 오는 21일까지 공연할 예정이다.

 

 

 ◈ 1934년의 명동국립극장, 그 격동의 성장

 

 명동은 1970년대 중반까지 한국 문화예술의 1번지였으며 명동예술극장은 명치좌(明治座)에서 시공관(市公館), 국립극장, 국립극장 분관 예술극장으로 이어지면서 당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오페라, 연극, 무용, 여성국극, 클래식 연주회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던 곳이자 ‘명동백작’이라 불리던 작가 이봉구가 “우리나라 문화가 다 들어가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우리나라 공연의 중심지로 기능했던 곳이다.

 

 유치진과 이해랑 등 쟁쟁한 극작가와 연출가, 변기종, 김동원, 장민호, 강계식, 백성희, 김진규, 박노식, 최무룡, 허장강, 도금봉, 문정숙, 최은희, 황정순, 이낙훈, 김동훈, 박정자, 김금지 등 당대 스타들이 이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했고, 가수 현인이 ‘신라의 달밤’을 불렀던 곳이었으며 7세 꼬마가수 윤복희가 데뷔한 무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1973년 8월 26일 장충동으로 국립극장이 이전하면서 한국문화예술의 심장부로서 명동의 기능은 급속히 상실됐고 소비의 중심지, 번화한 쇼핑가로서의 모습만 남게 됐다. 이 때문에 명동예술극장의 개관은 단순히 옛 국립극장 건물의 복원이라는 의미를 넘어 명동으로 상징되던 한국예술 정신의 복원과 귀환이라는 의미와 기대 속에 추진됐다.

 

 명동예술극장의 복원은 당초 옛 국립극장 건물을 매입했던 대한종합금융이 1994년 극장 건물을 헐고 신 사옥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밝힘에 따라 명동상가번영회에서 문화관련 단체들과 함께 ‘명동 옛 국립극장 되살리기 추진위원회’를 결성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추진위원회는 명동 옛 국립극장 건물의 해체 반대 입장을 각 언론사에 전달하고, 건물의 보존을 취해 청와대에 건의서를 발송해 본격적인 회수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국무총리실로부터 “명동 옛 국립극장은 패션과 역사적 측면에서 문화가 공존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당시 IMF로 인해 “장기적인 과제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으며, 복원사업의 진행여부는 장기화됐다. 이후 명동이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명동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문화 공간 확보가 더욱 절실해져 사업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마침 대한종합금융의 파산과 맞물려 부지를 매입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고, 추진위원회는 이후 100만인 서명운동으로 서명서와 청원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해 문화관광소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명동 옛 국립극장 복원을 위한 타당성 조사’, ‘문화재위원회 실태조사’를 통해 역사·건축적 보전가치가 충분하다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명동 옛 국립극장 복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케 된 것이다.

 

 ◈ 무엇이 달라졌나?

 

 6월 개관을 앞둔 명동예술극장은 단순히 옛 건물의 복원을 넘어 ‘미래를 담는 과거의 그릇’이라는 개념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극장의 외부 벽체(과거의 기억)를 그대로 보존해 다양한 문화예술이 향유됐던 옛 국립극장의 건축·문화예술사적인 면을 간직했고, 극장 옥상에는 원형의 유리 구조물(재생의 그릇)을 설치해 명동의 중심에서 새로운 문화의 빛이 피어오르는 듯한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또한 ‘내벽’ 일부(객석 출입구 로비)를 별도의 마감처리 없이 옛 모습 그대로 노출해 공연장을 찾는 이들이 실제 옛 건물의 원형 일부분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다.

 

 공연장 메인 출입구의 ‘캐노피’는 신축 당시 석재로 존재했으나 이후 건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임의로 철거되고 이를 이번 복원 공사를 통해 현대적인 감각으로 복원했다.

 

 명동예술극장의 외부벽면은 옛 모습을 그대로 살려낸 반면, 내부는 전면 리모델링해 국내 최고의 무대시설을 갖춘 558석 규모의 중극장으로 탄생한다. 특히 명동예술극장은 무대가 정면과 좌우 3차원의 객석으로 둘러싸여 친밀감을 유도해 ‘창작자와 관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객석과 무대 간의 거리를 가깝게 확보하고 있으며, 무대의 크기와 여유 공간 등을 최대한 확보해 어떠한 형태의 연극도 수용이 가능토록 했다.

 

 또한 1층에는 간단한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5층 유리 구조물 내에는 레스토랑이 운영될 예정이다. 극장 내의 카페와 레스토랑은 중·장년층에게는 여유와 낭만이 있었던 예전의 명동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고, 삶이 바쁜 젊은이들에게는 하나의 도심 속 여유 있는 쉼터로 자리 잡으며 명동의 새로운 명소로 각광받을 것이다.

 

 ◈ 명동예술극장의 끝없는 도전

 

 금년 개관 첫 해를 이병훈, 한태숙, 임영웅, 이윤택 등 대표적 연출가들의 국내외 작품으로 구성한 개관작품 시리즈로 출발하는 명동예술극장은 내년부터 극장의 색깔이 보다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진 극작가들을 중심으로 중장기 대본작업 계획을 수립, 다양한 희곡들의 생산에서부터 공연까지 책임지는 ‘창작 희곡 발굴 프로젝트’, 금년 한 해 동안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높은 평가와 화제를 모은 우수작 및 문제작들을 초청해 선보임으로써 지난 1년간 한국 연극계의 흐름과 고민을 일람할 수 있는 ‘우수공연 초청시리즈’, 국내 중견 연출자들이 국내외 명작연극을 선보이는 ‘명불허전(名不虛傳, 명연출자 명연극전)’, 시공관과 명동국립극장 시절 상연된 연극들을 중심으로 현대한국 연극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품들을 연대별로 묶어 2천년대 한국 주요 연극까지를 공연함으로써 화석화된 한국현대연극의 명작들을 현재진행형으로 되살리고자 기획된 3개년 프로젝트 ‘한국현대연극풍경’의 첫 시리즈, ‘한국현대연극풍경1 : 50's&60's, 2010년의 풍경을 만나다’, 현실적 여건으로 인해 소극장 공간에 매몰되기 쉬운 신진연출가와 예술가들에게 상상력을 키우고 중극장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상상력 확장 프로젝트’ 등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상대적으로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해외 희곡들을 발굴해 무대에 선보이는 직업 역시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작품 및 연출진의 선정은 명동예술극장에서 준비한 후보작들 중에서 극장 운영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최종 선정하게 되며, 관객과 국내외 전문가들의 조언 역시 상시적으로 청취해 후보작 선정과 프로그래밍에 반영할 계획이다. 또한 예전 공연작품들 중 반응이 좋았던 작품들을 상연목록으로 지정해 지속적인 재공연을 추진함으로써 한국적 레퍼토리 시스템의 가능성을 실험해 나갈 것이다.

 

 ◈ 명동예술극장 개관 축하 공연에 가면

 

 오는 5일 시작되는 명동예술극장의 개관축하작품 ‘맹진사댁 경사(작 오영진, 연출 이병훈)’는 장민호(맹노인), 신구(맹진사), 서희승(참봉), 전무송(김명정) 등 명동국립극장 시절 배우로서의 젊음과 열정을 분출했던 연극계 원로들과 서상원, 장영남, 송인성 등 중견배우, 대학로를 대표하는 젊은 배우들, 그리고 연극전공 대학생들까지 함께 하는 대화합과 잔치의 장으로 꾸며진다.

 

 옛 명동국립극장에서 배우로서의 열정을 불태웠던 원로배우들은 젊은 시절 꿈이 담긴 명동예술극장의 복원과 개관에 대한 기대와 설렘 속에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흔쾌히 공연 참여를 결정해 제작진을 감동시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개관작품 1- 최인훈 작, 한태숙 연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1970년 극단 자유극장에 의해 김정옥 연출로 옛 명동국립극장에서 초연됐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는 삼국시대 온달설화에 바탕을 두되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종래 작품 형식을 떠나 오직 만난다는 사실에 초점을 두고 만남의 미학을 추구한 작품이다.

 

 △개관작품 2 -유진 오닐 작, 임영웅 연출 <밤으로의 긴 여로>

 

 1962년 이해랑 연출로 드라마센터에서 국내 초연됐던 ‘밤으로의 긴 여로’는 이해랑, 황정순, 최상현 등이 출현했고, 옛 명동국립극장에서는 1971년 10월 역시 이해랑 연출로 김동원, 도금봉, 백일섭, 이진수, 이순재 등이 무대에 올랐던 작품으로 당시 많은 젊은이들이 연극이라는 장르에 매료되는 계기가 됐던 공연으로 알려져 있다.

 

 △개관작품 3 -셰익스피어 작, 이윤택 각색·연출 <베니스의 상인>

 이윤택 연출이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현대적 감각으로 각색해 선보이는 작품으로 두 차례 경제위기를 거치며 물질만능주의가 극대화되고 자본이 곧 선(善)이 된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자본과 인간, 그리고 인간의 존엄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작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