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굽고 나누는 천사들

매주 700여개 빵 만들어 어려운 이웃에 전달

 

 

◇중구한사랑자원봉사캠프 이승옥 회장과 회원들이 어려운 이웃에게 전할 빵을 들고 미소짓고 있다.

 

중구한사랑자원봉사회

 

 "허기진 배를 달래주는 것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사랑에 굶주린 이웃들에게 훈훈한 빵의 온기를 나눠주고 싶습니다"

 

 묵묵히 베푸는 선행으로 외로움에 굶주린 이들에게 맛있는 사랑을 나누는 단체가 있다.

 

 매주 월요일이면 중구 장충동 경로당 3층에는 고소한 빵 냄새가 주변사람들의 코끝을 자극한다. 향긋한 단팥 향을 풍기는 사무실 겸 제과ㆍ제빵실에는 밀가루 묻은 얼굴보다 더 하얀미소를 띤 회원들이 예쁜 에이프런을 두르고 빵을 만들고 있다. 바로 타워 호텔 과장급 요리사에게 빵 만드는 솜씨를 전수받아 이웃을 위해 활용하고 있는 중구한사랑자원봉사캠프(회장 이승옥, 이하 한사랑회)회원들이다.

 

 작업이 시작되는 아침 8시가 되면 이승옥 회장이 그날 만들 빵 재료의 무게를 달아 이스트를 넣고 700인분의 반죽을 해 놓는다. 이때부터 한사랑회 회원들의 본격적인 베이킹이 시작된다. 단팥빵을 만들 때는 밀가루 반죽이 터지도록 단팥소를 가득 넣는 어머니 손맛은 물론 건강을 생각해 방부제등 일체의 화학조미료를 첨가하지 않는 것이 한사랑회 빵의 인기비결이다.

 

 오전에 만들어진 700여개 사랑의 빵은 오후에 바로 관내 경로당과 결식아동, 장애인, 독거노인과 쉼터등으로 보내진다.

 이 회장은 "모닝빵부터 찰깨빵, 단팥빵, 소보루, 컵케익, 옥수수빵등 10여개가 넘는 종류의 빵을 능숙하게 만들어 내는 것은 10년째 한결같이 해온 일이기 때문"이라며 "나를 믿고 음지에서 묵묵히 봉사하는 회원들에게 고맙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랑의 빵 나눔 봉사는 10여 년 전 어르신들의 발 마사지등 평소와 다름없는 봉사를 하다가 배고파하시는 분들에게 빵을 한두개씩 사다드리는 것이 계기가 됐다고.

 

 "2007년 중반까지는 매주 두 번씩 빵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물가까지 올라 한번밖에 못 만들게 된 것이 못내 아쉽다"는 회원들은 빵 속에 사랑과 정성을 담는다. 참 봉사를 하고 싶어 물어물어 회원이 됐다는 이진아씨는 "우리들의 노력은 미약해요, 하지만 몸이 아프고 가난해 경로당조차 못나오는 분들에게 빵을 안겨 드렸을 때 마음의 굶주림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는 것 같아 기뻐요"라며 미소 지었다. 한달에 4번 모이지만 바쁜 일과 중 모든 것을 제쳐놓고 이 모임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한사랑회는 그러나 해체의 위기도 있었다. 2006년 1월 뇌출혈로 쓰러지고 다음해 겨우 몸을 추스렸다는 이 회장은 "몸도 아프고 관에서 주는 예산까지 삭감돼 마음까지 지쳐버린 그 당시에는 한사랑회를 해체하려고 했다"고 회고했다. 매주 700개 가량의 빵을 만들려면 아픈 몸으로는 어림도 없거니와 관에서 주는 지원비와 매달 회원들의 회비 말고도 연간 1천만원 가량의 자비가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때 큰 힘이 돼 준건 회원들의 도움과 남편의 격려였다. 한사랑회를 이끌고 나가려는 회원들의 만류와 내 몸같이 도와주는 남편 덕에 지금은 어려웠던 지난날을 바탕으로 이웃을 내 몸처럼 생각하는 정성으로 빵을 굽는다고 한다.

 달콤한 사랑을 굽는 그들의 모습에서 시대를 초월하는 따뜻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