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청 직원인 오명훈, 이영훈씨는 동대문패션타운 일대의 애연가들한테 ‘저승사자’로 통한다.
무심코 담배꽁초를 거리에 버렸다가는 자신이 버린 꽁초를 들고 나타난 이들에게 영락없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동료 직원들한테도 경의의 대상이다. 무단투기 단속을 하다보면 적발당한 사람들과 실랑이를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이의신청 한건도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단속하기 때문이다.
관광공보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오씨와 이씨는 주2회 정도 단속을 나간다. 한번 나갈 때마다 20여건을 단속해 지난 4월부터 5월말까지 모두 180건의 실적을 올렸다.
이들의 노력으로 관광공보과는 단속 실적이 중구청 전체에서 1등이다. 그리고 자치구 실적에서 지난해까지 20위권 밖이었던 중구는 순식간에 4위로 뛰어 올랐다.
#여성 흡연자들 많아
이들의 주 활동무대는 동대문패션타운과 그 일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단속을 하면 나이 든 사람들보다는 젊은이들이 많이 적발된다. 특히 젊은이의 40% 이상이 여성일 정도로 여성 흡연자도 많다.
하지만 미성년 흡연자도 만만치 않아 15살짜리를 단속한 경우도 있다.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단속보다는 계도 위주로 하고 있으나 어린 학생들이 아무런 생각없이 담배를 피우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고 한다.
이들이 보기에는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마구 버리는 것은 습관적이다. 담배를 다 피우고 나면 무의식적으로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툭하고 던져버린다. 심지어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있어도 다 피운 담배를 쓰레기통 옆에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들은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다. 하루 최대 2갑을 피던 이들이기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심리를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담배를 물고 있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꽁초를 버릴지 안 버릴지 감이 온단다. 그리고 십중팔구 그런 사람들이 단속에 걸린다.
적발된 시민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하수구 통을 들어올려 담배꽁초를 주울 정도로 그들이 버린 담배꽁초를 증거로 제시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다들 신분증을 꺼낸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자기가 버린 것이 아니라고 우기기도 한다.
한번은 짝짝이 스타킹을 한 17살짜리 여학생을 단속했는데, 그 여학생이 스타킹을 고쳐 신으려고 잠시 꽁초를 길 바닥에 놓았을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치마를 걷어 올리는 바람에 곤욕을 치룬 적이 있었다.
그리고 여자 대학생 2명은 범칙금 고지서가 집으로 갈 것이라고 하면 큰 일 난다며 자취하는 대학 동기생 집이나 학교 주소를 가르쳐 주더라고.
또 위반사항을 적고 있는 틈을 이용해 도망친 젊은이 2명을 찾아 명동 한복판에서 영화 ‘추격자’를 연상하는 추격전을 벌인적도 있다. 완장을 찬 이들이 마치 형사들처럼 젊은 청년들을 검거(?)하자 주변의 시민들이 실제로 범죄자를 잡은 것으로 착각해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는 것.
처음에는 단속을 한 후 "좋은 하루 되세요!" 했다가 위반자로부터 "그럼 댁은 이럴 때 좋은 하루가 되겠느냐"며 구박도 많이 받아 지금은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다고.
가장 마음 아플 때는 일일 노동자들을 단속할 때라고 한다. 그들을 보면 범칙금을 내리던지 싱가폴처럼 30만원 이상 무겁게 부과해 아예 담배를 함부로 버리지 않게끔 하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이렇게 담배꽁초 무단투기 단속을 하면서 하루 1죿2갑을 피우던 골초였던 이들도 하루 반 갑으로 줄였다.
오명훈씨는 "단속을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담배꽁초를 버리는 경우를 많이 본다"면서 "시민들이 담배꽁초를 버리는 것이 위법 행위임을 스스로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영훈씨는 "담배 피우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것 같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금연교육을 실시해 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