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이여

星雲 이 애 진

 

 

육백십년

이어온 그대의 숨결

 

일제 치하의 핍박 속에서도

빼앗긴 우리말과 글

처마 밑에 고이 간직 한 채

우리의 얼을 지키며 굳건히 견디어

천구백 십 구년 삼월 일일

우렁찬 목소리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그대 숭례문!

 

육이오 전쟁 속

빗발치는 총탄과

쏟아 붓는 폭격 속에서도

근엄한 모습으로 의연히

서울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켜준

우리 민족의 혼

그대 숭례문!

 

이천 팔년 정월 초사흘 늦은 밤

화염에 휩싸여

육백십년의 생을 마감한 그대는

어찌 항변이 없는가?

 

그대를 지키지 못한

이 죄인들

피눈물로도 슬픔을 대신 할 수 없고

천둥소리로도 분통을 표현 할 수 없어

울컥울컥 치밀어 오르는 울분에

피멍들도록 답답한 가슴을

치고 또 치건만

정작 그대는 말이 없으니

 

한 맺힌 육백십년 그대의 혼을

어찌 달랠 수 있으며

그대의 숨결을 어디서

무엇으로 느낄 수 있으리오.

 

죄송하오.

죄송하오.

죄송 하외다 아무리 외쳐도

메아리로 돌아와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꽃히고 마는

뼈아픈 이름

숭례문

숭례문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