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박 순 종 중구청 관광공보과

아름다운 유년시절과 충무로국제영화제

9일간의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나에게 다양한 나라의 고전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영화를 보고 기뻐하는 관객들을 보면서 내가 함께 참여해 개최된 영화제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꼈고 관객이 많지 않을 때면 자꾸만 입구를 바라보곤 했다.

 

 영화를 떠올리면 어린시절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되살아나 나를 미소 짓게 한다.

 

 60~70년대 우리나라 여느 농촌들과 같이 내가 살던 시골도 중학교 다닐 때에야 전기가 들어왔으니 영화를 본다는 것은 꿈 그 자체였다.

 

 영화가 들어오면 우리 형제들은 어머니를 졸라 돈을 타내 영화를 보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죄송한 생각이 든다. 시골에서 돈이 어디 있었겠는가. 우리가 떼를 쓰면 어머니는 어디서든지 돈을 마련해 영화를 보도록 해주셨다. 그러면 우리는 돈을 받자마자 천막극장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그 때는 어른들은 모두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다.

 

 그 해도 어김없이 시냇가에 영화가 들어왔다. 그 날도 어머니를 졸랐다. 돈이 없다고 계란이라도 가지고 가라고 하셨다. 창피한 마음이 들었지만 너무나 영화가 보고 싶은 마음에 계란을 들고 갔다. 용기를 내어 천막극장 입구를 지키고 있는 아저씨에게 계란을 내밀면서 “돈이 없어 계란을 가지고 왔는데 영화 보게 해 주세요”라고 했다. 아저씨가 물끄러미 처다 보시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시면서 “그래 그렇게 영화가 보고 싶니?” 하시면서 들여 보내주셨다. 지금도 그 넉넉한 얼굴이 나를 미소 짓게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쯤 일 것 같다. 그 날도 여느 때와 같이 저녁을 먹자마자 친구들과 함께 캄캄한 논길을 따라 천막극장이 있는 시냇가로 달려갔다.

 

 발동기 발전으로 밝히는 백열전구는 호롱불만 보아온 우리들의 눈에는 신기하기만 했다. 시내 건너 큰집 둘째 형이 형 친구들과 함께 백열전구에 담뱃불을 붙이는 것을 보았다. 정말 신기했다. ‘전기 불로 담뱃불도 붙일 수 있다니!’ 집에 오자마자 중학교에 다니는 형에게 자랑스럽게 이 얘기를 했다. “이 바보 같은 녀석아! 세상에 전기 불로 어떻게 불을 붙이니?”하고 형이 핀잔을 줬다. 나는 내 눈으로 본 터라 끝까지 우겼다. 우리 형제들이 모이는 때면 그 일을 얘기하면서 웃곤 한다.

 

 21세기는 문화전쟁의 시대이다. 문화가 그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이다. 따라서 종합예술인 영화산업의 육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우리 중구는 영화제를 통해 고부가 가치 산업인 영화산업의 부흥을 도모하고 한류의 물결을 충무로에서 확산하여 서울을 국제문화도시로 만들어 서울의 경쟁력, 나아가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도 충무로국제영화제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보려고 한다. 그 어려웠던 시절 보고 싶은 영화를 당신은 보지 않고 아들을 위해 계란을 내주었던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먼 훗날 우리 아이들이 그들의 아이들에게 얘기해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