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뿐인 생명을 조국의 제단에 흔쾌히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참전용사들의 위훈을 일년 내내 기린다 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겠지만 호국보훈의 6월이 지난 지금이라도 추모와 경배의 마음을 가지고 가까운 호국성지를 참배하고, 이웃의 보훈 가족과 참전용사들을 찾아 따뜻한 격려와 위로의 말을 건넸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보훈'이라고 하면 흔히들 보훈대상자들에게 일정액의 보상금 지급과 의료지원, 학비보조 등의 물질적 지원과 사후 국립묘지 안장 등이 전부인 것으로 알고 있고, 보훈대상자들에 대한 관심 또한 직접적인 연고가 없는 한 국가의 몫으로 생각하고 지나치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유공자들의 공헌과 국가사회 발전 추세에 걸맞는 수혜와 예우도 중요하다. 그러나 보훈의 참뜻은 오늘을 사는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이분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억하고 선양하여 국가 발전의 정신적 에너지를 결집하는데 있다.
캐나다 향군부 임무(선언문)에 "제대군인들의 공헌과 희생이 모든 캐나다인에게 살아있도록 기억을 유지해 나가는 일"이라고 명시한 바와 같이 선진 각국에서 국가유공자들의 위국 헌신정신 고양에 보훈의 중점을 두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해 5월초 '국가 보훈 기본법'이 국회를 통과, 범 국가 차원에서 보훈 정책을 펼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마련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 각국은 최 일선에서 참여한 전투원 뿐만 아니라 민간인 종사자들 까지도 보훈대상자로 관리하고 있으며, 호주의 경우 한국전, 월남전 등에 참전한 군인 등 연합국 시민이 호주에 이민 왔을 때도 일정액의 서비스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현재 6·25, 월남전에 참전한 유공자들에게 지급되는 보상금은 사상자나 포상을 받은 자가 아니면 월 7만원의 참전명예수당 지급이 고작이며, 그것도 65세 이상인자에게만 적용된다.
참전유공자들의 명예회복과 그에 따른 응당한 보상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하겠지만 참전용사들의 자괴감과 모멸감을 느끼는 것은 보상금이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님을 이 기회에 꼭 지적하고 싶다.
사선을 넘나들며 조국과 자유를 지켰던 위훈과 명예가 일부 전후세대들에 의해 감사와 존경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불행한 역사의 희생양으로 비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 안위를 걱정한 발언을 전체 참전유공자들이 수구냉전주의자로, 반통일 세력으로 매도되기도 한다.
지난해 4월 6·25격전지였던 경기도 파주의 중성산 고지에서 6·25전쟁에 참전했던 영국인 '스콧 베인브리지'씨의 유골이 뿌려지는 행사가 있었다. 백골이 되어서도 한국의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유언에 따른 것으로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의 기념사가 대독되었다고 한다.
호국보훈에 대한 우리의 정서를 감안할 때 6·25참전을 일생일대의 영예로 생각하는 당사자뿐 아니라 여왕까지 나서서 그를 기리는 영국의 보훈 풍토가 그저 부러울 뿐이다. 우리 중구민과 함께 구청장과 구의회에서도 6·25참전용사들을 위해 명예에 걸 맞는 예우와 배려를 제도적으로 마련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