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람 / 중구장애인결혼상담소 염 경 순 소장

"아름답게 사는 커플보면 흐믓"

 전국에서 유일한 장애인결혼상담소인 중구장애인결혼상담소 염경순(60) 소장은 중구 장애인회관의 장애인들 사이에서 대모로 통한다.

 

 사회적인 편견 속에서 고통받는 장애인들이 따뜻한 가정을 가질 수 있도록 헌신을 다해 봉사하고 있는 그에게 가슴속에 품고 있던 고민거리를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확 풀리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중구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염 소장에게 결혼상담을 요청해 오는 장애인들의 전화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현재 중구장애인결혼상담소에 등록돼 있는 회원은 남자만 해도 무려 800여명에 이른다. 여기에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결혼하기를 원하는 정상인도 여럿 포함돼 있다. 그러나 여성 회원은 불과 30여명에 불과한 실정.

 

 이렇게 남녀간에 불균형이 심하다 보니 한 쪽의 가족들이 다른 한 쪽의 조건을 따지는 경우도 많다.

 

 염 소장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들에게 결혼이라는 단어는 멀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이들의 대부분은 뚜렷한 직업을 갖고 있지 않아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반대로 인해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염 소장은 결혼 성공률에 집착하기보다는 한쌍의 커플이라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도움을 주고 있다.

 

 염 소장의 이런 노력으로 지난 2000년 6월 중구장애인 결혼상담소가 개관한 이래 약 10여쌍이 가정을 이루었다.

 

 이중 첫 번째 커플이 탄생한 것은 지난 2001년 4월. 중구구민회관에서 열린 이들의 결혼식에는 장애인-정상인 구분없이 많은 분들이 참석해 축하해 주었다. 5년이 흐른 지금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성재(6세)는 장애인회관의 귀염둥이로 통한다.

 

 요즘은 국제결혼이 흔해지면서 장애인들의 결혼도 국제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

 그래서 지난 해에는 1급 장애인이 염 소장의 주선으로 필리핀 여인과 이메일을 주고 받은 끝에 결혼에 성공했고, 올해에는 광주에 사는 한 장애인이 베트남 여인과 결혼하기도 했다.

 

 염 소장은 "서로의 아픔을 잘 아는 장애인 남녀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얼마든지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 실제로 장애인들은 정상인에 비해 이혼율이 훨씬 낮고 오히려 아름답게 살아가는 커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30여년 동안 검찰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청소년ㆍ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염 소장은 틈틈이 가정폭력ㆍ성폭력ㆍ약물예방 등 사회복지 분야의 자격증을 이수하고 97년12월 명예퇴직 후 목회자의 길로 접어들어 청소년ㆍ장애인 사목에 주력했다. 6ㆍ25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보훈대상자인 남편의 든든한 후원도 한 몫을 차지했다고 한다.

 

 장애우들과 함께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염 소장은 "서로 돕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이 크다. 고마움의 표시로 직접 만든 선물을 전달하며 감동을 주는 천사들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