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원행정 수범사례 최우수상 / 서 준 범 회현동
"추위에 쫓겨난 할머니 귀향 도와 흐뭇"
올해 2월의 어느날, 그날은 아침부터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더니 유난히 바람이 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허리가 휘어 이제는 잘 걷지도 못하시는 어느 할머니가 동사무소를 찾아오셨다.
그리 귀중한 물건이 들어 있을 것 같지도 않은 작은 보따리 하나를 주름 가득한 두 손으로 꼬옥 쥐고, 추위에 한참이나 떨었는지 창백한 모습으로 동사무소 입구를 들어섰다. 할머니는 잠깐동안 추위를 녹이는 듯 싶더니, 금세 말문을 털어 놓으셨다. 지금 잘 곳이 없어서 그러니 잠 잘곳을 마련해 달라고…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할머니와 얘기를 하면서 할아버지의 후처로 들어가 살다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자식들이 집에서 할머니를 쫓아낸 딱한 처지를 알 수 있었다.
혹시나 하고 할머니가 계시던 경상남도의 면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사회담당과 통화를 해보니 할머니의 생활실태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할머니가 지낼만한 곳이 없다고 사정 얘기를 했더니, 관내에 노인요양원이 있는데, 할머니의 사정이 딱하니 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할머니에게 노인요양원에 들어가시는 게 어떻겠냐고 여쭈었더니, 처음에는 극구 싫다고 하시더니, 갈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을 하셨는지 결국에는 그렇게 해야겠다고 하셨다.
워낙 거리가 멀어 기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기차시간을 보니 바로 출발을 해도 새벽2시는 되어야 도착할 만한 시간이었다. 새벽2시에 도착해서 길도 잘 모르는 할머니가 봉변이나 당할까 싶어 서울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기차를 태워 보내기로 했다. 용산의 '우리들의 좋은 집'이라는 여성 쉼터와 서울역 '노숙인 다시서기 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숙소와 차비 문제를 해결했다.
다음날 아침, 서울역에 기차표를 예약해놨기 때문에 일정이 빠듯했다. 아침 일찍 행정차량을 타고 할머니가 계신 곳으로 가보니, 할머니는 봉사자와 손을 마주 잡고 그동안의 서러움을 모두 토해내듯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주름진 작은 눈에서는 연신 눈물이 그치지 않았고, 집을 나오면서까지 눈가가 젖어 있었지만,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으셨다.
할머니를 기차 좌석까지 안내해 드리고 무사히 돌아가시길 바라면서 할머니의 두 손을 꼬옥 쥐어드렸더니, 주름 가득한 두 눈에 또다시 눈물이 글썽거렸다. "할머니 건강하세요" 할머니는 "다시는 고생 안 시키겠네" 라고 말씀하시고,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다.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보람되는 일 중의 하나는 어려움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도울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업무도 중요하지만, 어려움에 처해있는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돕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열심을 다해 도와야지 다시 한번 마음 먹어본다.
■ 민원행정 수범사례 우수상 / 장 정 송 필동
"성심껏 도왔던 아저씨 끝내 저세상으로"
하루의 일과가 시작되던 이른 아침. 40대 초반쯤으로 짐작되는 마음씨 좋게 생긴 한 아저씨가 찾아오셨다. 어떻게 말문을 터야 하나 하는 어색함이 역력했던 그 아저씨는 "몸이 갑자기 아파서 도움을 받으러 왔다"고 하셨다.
아저씨께서는 중부시장에서 조그마한 건어물 가게를 하면서 처와 2남의 자녀를 부양하며, 어렵지만 그럭저럭 오순도순 살아가고 계셨다 한다. 장사를 시작한지 몇 년이 되었지만 돈벌이가 시원찮았고, 워낙 밑바탕 없이 시작한 장사인지라 가게 월세비용과 살고 있는 집 월세를 내고 나면 생활비가 빠듯했다고 한다.
암 진단을 받은 후 거의 6개월 동안 가게 문을 닫고 장사를 하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월세를 꼬박꼬박 내야하는 어려운 형편이라 했다.
아저씨의 어려운 사정을 동장님과 주민자치위원장님에게 말씀드리자 여러 직능단체장들과의 의논 끝에 재활용 복지회에서 연말 이웃돕기로 사용하려고 했던 300만원을 선뜻 후원해 주셔서 그동안 밀린 병원비의 일부를 해결할 수 있었다.
아저씨와의 만남은 벌써 두어 차례의 계절을 바꾸고 있었고, 아저씨의 건강 상태는 우리들의 바람과는 달리 날로 악화되어 갔다.
그동안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몇 번 도움을 받아왔던 불교방송 '거룩한 만남'이라는 프로그램에 아저씨의 사정을 전달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취재 당시 병세가 아주 악화된 상태였던 아저씨는 불교방송을 통해 500만원 정도의 후원금이 모이게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나라로 가셨다. 몇 달이 흘렀을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옛 속담은 우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저씨가 돌아가신 후 아주머니 가족들은 임대아파트가 당첨돼 베풀어준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다는 말을 남긴 채 마포구 임대아파트로 이사를 가셨다.
지금쯤 고통 없는 하늘나라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가족들을 지켜보고 있을 아저씨! 부디 행복하시기를… 수많은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돈 걱정 없이 치료 받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의료보장제도의 그날을 기대하면서 또 다른 행복한 만남을 위해 오늘 하루도 힘차게 살아본다.
■ 민원행정 수범사례 우수상 / 이 혜 숙 사회복지과
"쉼터는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둥지 돼야"
13년동안 포항과 서울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하지만 지난 2003년 육아휴직 후 사회복지과에 복직하면서 맡게 된 모ㆍ부자복지와 아동ㆍ여성복지는 그동안 생활보호업무를 보면서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했습니다.
오랜 세월 아버지의 무능력과 폭력, 그 폭력에 점차 길들여져서 나약해진 엄마와의 사이에서 중이염 치료시기가 늦어 청각을 상실할 위기에 처한 소연이와 소연이 어머니, 언청이 수술을 받고 나서 태어나 처음으로 제대로 말을 한다는 광례씨를 접하면서 그분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졌습니다.
신당2동 방문간호사와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인 쉼터에 방범창이 없어 걱정하는 입소자들을 위해 경륜협회를 통해 방범창을 설치할 수 있도록 후원금을 지원했고, 아이 둘을 데리고 입소한 어머니를 위해서는 우정사업본부를 통해 후원금지원과 신당복지관을 통해 방과 후 공부방을 이용하고 복지관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광례씨를 위해서는 아름다운가게 수익배분사업에 신청서를 접수, 40만원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유락복지관의 푸드뱅크 사업과도 연결을 시켜주었습니다.
또한 신당동을 관할하는 지구대에 쉼터입소자들의 안전을 위해 순찰을 강화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쉼터가 단순히 피해가는 시설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찾아갈 수 있게 하는 시설이 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정말 쉽습니다.
돈이 있고 없고, 능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 사람에 대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과 단순한 동정심이 아닌, 사랑보다 더 깊은 측은지심(惻隱知心)만 가지고 있다면 너무나 쉽습니다. 찾고 보니 바로 옆에 있더라는 행복이 그러나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는 분들에게 행복을 찾아주고 싶습니다. 항상 옆에 있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