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람 / 지하철 취객구조 용감한 시민 김 근 태 씨

"진입 전동차 뛰어가 세웠죠"

지난달 24일 밤 10시40분께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 승강장에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승강장으로 전동차가 진입하기 직전에 취객이 지하철 선로로 떨어졌기 때문.

 

 그러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추락지점이 승강장 앞부분이라 전동차가 들이닥치기 전에 한 시민이 달려가 신호를 보내 급정거를 시켰고 공익요원과 함께 선로로 내려가 재빨리 취객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민첩한 대응으로 끔찍한 지하철 사고를 막아낸 용감한 시민은 중구 명동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김근태 사장(54).

 

 김 사장은 서대문구 신촌에서 친구와 헤어져 중랑구 묵동의 자택으로 귀가하려고 2호선 신촌역에서 지하철을 탔다고 한다.

 "지하철 5호선으로 갈아타려고 충정로역에 내리는 순간, 저만치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시청역을 떠나 충정로역으로 들어오는 쪽 선로에 취객 이모씨(30)가 발을 헛디뎌 떨어지는 소리였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이씨는 "갑자기 구토가 치밀어 급하게 전철에서 내려 걸어가다 발을 헛디뎌 떨어졌다"고 말했다고 충정로역 관계자가 밝혔다.

 

 김사장은 "사람이 떨어진 것을 보고 머뭇거릴 틈도 없이 전철이 들어오는 쪽으로 달려가 막 승강장으로 진입하려는 전동차를 향해 다급하게 손을 흔들어 세웠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긴박한 구조작전은 불과 5분여만에 끝났다. 이씨는 전혀 부상을 입지 않아 술이 깰 때까지 1시간 가량 역무실에서 안정을 취하다 귀가했다고 한다.

 

 "내가 전철을 안 세우면 저 사람이 죽겠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역무실에 상황을 설명해주고 30분쯤 있다가 다시 전철을 타고 집에 도착했는데,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때까지도 가슴이 벌렁거렸습니다"

 

 김 사장은 "특별히 의협심을 발휘 한 일은 없지만 본능적으로 그런 행동이 나와 스스로도 놀랐다"며 "이씨가 심하게 취해 몸도 제대로 못가누면서 연신 나를 생명의 은인이라 부르며 고맙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충정로역 역무실 관계자는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들뜬 분위기에 젖어 이 같은 사고의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어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뉴시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