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길 나서면 모두가 '秋男秋女'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가을바람이 살갗을 스칠 때마다 '가을이 깊어졌구나 이러다 곧 겨울 되겠어'하고 조바심을 내게 되는 때이다. 마음은 벌써 울긋불긋한 단풍의 향연을 쫓아 설악산이니 내장산을 수십번도 더 오고 갔을 테지만 정작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낙엽 나들이 한번 나갈 짬을 내는 것이 쉽진 않다.

 

 이런 서울시민들을 위해 서울시는 지난 10월11일 '단풍과 낙엽의 거리' 50곳과 '열매가 있는 거리 5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도심 한복판에서도 자연의 매력을 물씬 발산하면서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남산을 비롯한 서울의 명소들을 소개한다. 깊어가는 가을, 마실 나가는 편한 마음으로 낙엽 떨어지는 늦가을 소리에 흠뻑 심취해보자.

 

덕수궁 돌담길 데이트 코스로 그만

하늘공원 억새밭 도심속의 별천지

 

 ◆ 중구- 덕수궁길

 시청 쪽의 덕수궁 길에서 시작해 정동 방향으로 걸어 올라가는 길은 가을 운치를 만끽하기엔 손색이 없는 곳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은행나무가 많아 가을이면 노랗게 수를 놓은 듯한 거리가 시민들을 가을 낭만에 젖어들게 만든다.

 

 왼편으로는 옛 대법원 건물을 운치 있게 살려 개조한 시립미술관이, 정동극장으로 향하는 길로 쭉 걸어가면 정동극장, 정동 이벤트홀, 스타식스 등 영화관과 공연장도 밀집해 있어 데이트 코스로도 제격이다.

 

 덕수궁 돌담길은 차량이 쉽게 속도를 낼 수 없는 일방통행로길이여서 보행자가 더욱 안심하고 걸을 수 있다. 밤이면 돌담길을 비추는 조명이 군데군데 놓여져 있는 벤치와 어우러져 더욱 운치 있다.

 

 ◆ 용산구-소월로(힐튼호텔∼하야트 호텔)

 서울을 상징하는 남산 역시 가을에 찾아가기에 더 없이 좋은 자연의 선물 중 하나.

 

 남산은 서울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가벼운 마음으로 나들이하기에도 딱 좋다. 낙엽을 감상하면서 호흡도 가다듬고 추억도 만들어가면서 천천히 걸어 올라가 보자.

 

 가는 길에 만나는 남산도서관과 독일문화원을 둘러봐도 좋을 듯. 남산공원 북측 순환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명성이 자자했던 곳이기도 하다. 욕심을 조금 더 낸다면 서울시내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서울타워 코스도 좋다.

 

 ◆ 종로구-삼청동길ㆍ청와대길

 경복궁에서 민속박물관을 거쳐 삼청동으로 이어지는 약 1km의 길은 봄에는 벚꽃이, 가을에는 은행나무가 유명한 곳이다.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산책하듯 걷다보면 1km 길도 어느새 금방 민속박물관을 지나 갈림길이 나오면 왼편이 청와대로 진입하는 길이고, 오른편에는 삼청터널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두 곳 모두 나무 아래로 걸을 수 있는 운치 있는 산책로로 사랑하는 연인,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추억을 만들기에도 제격이다.

 

 민속박물관 뒤 편과 삼청동 길에는 갤러리와 맛있는 집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도 유명해 평소에도 단풍 구경을 한 뒤 이곳을 찾아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도 좋은 나들이 코스다.

 

 ◆ 강남구-양재천길

 양재천길은 양재천을 따라 도곡동과 대치동에 걸쳐 있는 2.8㎞의 보조간선도로로 하늘을 찌를 듯한 메타세쿼이아 나무 830여 그루가 이국적이어서 연인, 가족과 함께 사랑스러운 추억을 쌓기에 더없이 좋은 곳.

 

 나무끼리 맞대어 터널을 이루고 있는 메타세쿼이아 숲을 보고 있으면 마치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웅장한 전나무 숲에 와 있는 듯한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서초구-시민의 숲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양재 시민의 숲도 인근 지역주민들이 산책코스로 자주 이용하고 있을만큼 호응이 좋은 곳이다.

 

 나무 25만 그루, 야외무대, 윤봉길 의사의 기념관, 자연관찰소 등을 갖추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근 양재천을 가로지르는 무지개 다리가 생겨 많은 시민들이 휴일을 이용해 즐겨 찾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테니스장, 배구장, 농구장 등 스포츠시설도 갖추고 있어, 시민들은 이곳을 산책로뿐만 아니라 자전거도로와 운동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 노원구-화랑로(태릉입구∼삼육대)

 8.6㎞ 구간에 버즘나무 등 1천200여 그루의 가로수가 터널을 이루고 있어 서울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관을 자랑하는 곳.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에서 4번 출구로 나와 10분쯤 걸으면 육사 정문이 보인다. 서울여대를 향해 다시 왼쪽 길로 들어서면 가로수가 우거진 숲길이 나온다. 이곳부터 삼육대까지 가는 길은 산책은 물론 드라이브에도 제격이다.

 

 산책길에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해도 볼거리가 많다. 산책후 분위기 좋은 주변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여유를 만끽하는 것은 어떨까.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선수촌 옆 태릉갈비촌에 들러 유명한 '태릉갈비'를 맛보는 것도 좋은 나들이 코스중 하나다.

 

 ◆ 송파구-석촌호수길

 호수 주위를 3㎞ 가량 둘러싼 버즘나무가 가을이면 황금빛으로 변신해 시민들을 유혹한다. 호반을 따라 도는 산책길이라 더 운치가 있는 석촌호수는 벚나무, 수양버들, 플라타너스 등으로 봄에는 벚꽃이 아름답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수양버들이,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낙엽이 있어 유명한 곳이다.

 

 나무 우거진 공원으로도 산책로가 나 있다. 공원 산책로에는 단풍나무, 느티나무가 우거져있어 시민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

 

 숲 한켠에는 커피숍 '송파나루'가 있다. 석촌호수 주요 놀이시설로는 그네가 있는 놀이마당과 롯데월드 놀이공원의 매직아일랜드, 그리고 '서호'에 있는 야외공연장 등이 있다. 올림픽 공원에서 오금동 서울시 경계선에 이르는 위례성길의 은행나무도 장관을 이룬다.

 

 ◆ 영등포구-여의서로 (서강대로∼국회 뒤∼파천교)

 벚꽃이 만개할 무렵이면 이곳을 찾는 인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이곳은 벚꽃의 향연 못지 않게 아름다운 은행잎의 노란 물결도 놓치기 아까운 곳이다.

 

 은행나무의 멋내기는 서강대로에서 시작해 국회의사당 뒤편을 거쳐 파천교로 약 1.8km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시민들에게 톡톡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옛 여의도 광장에 자리한 여의도 공원의 산책길도 둘러볼 수 있다.

 

 ◆ 마포구-월드컵공원(하늘공원 억새밭)

 서울 시민의 새로운 휴식장소로 자리 잡은 월드컵공원에 가면 가을 하늘과 맞닿아 장관을 이루는 억새밭을 만날 수 있다.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라는 황폐했던 땅에서 탄생한 하늘공원의 억새밭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생태계의 순환에 대한 교훈을 주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가보면 좋은 명소다.

 

 또한 매년 가을 개최되는 억새축제는 회를 거듭할수록 서울의 대표적인 가을 축제로 하나로 자리매김 하고 있어 서울시민들의 필수 가을 나들이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이 억새밭은 한강과 앙상블을 이루며 어우러져 깊어가는 가을정취를 즐기기엔 더없이 좋은 곳이기도 하다.

 

 ◆ 광진구-능동로(군자역∼뚝섬유원지역)

 광진구 세종대 담장길과 지하철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에서 구의사거리까지 1km 길도 느티나무, 회화나무 등 단풍과 낙엽이 많은 산책로이다. 산책로를 걷다가 세종대 캠퍼스에 들어가도 낙엽을 즐길 수 있다.

 

 어린이 대공원 팔각정에서 후문에 이르는 산책로와 대공원 정문에서 동물 공연장에 이르는 산책로 등도 운치 있는 곳으로 각광받고 있다.

 

 어린이대공원 부근 화양리는 맛있는 집이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니 나들이 후 배가 출출할 때 찾으면 좋을 듯. 화양리는 건대역을 기점으로 주점, 노래방, 액세서리 가게 등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곳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