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란을 살아낸 민초들의 서사시 ‘남해 달빛’

10월 22일부터 30일까지,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서 공연
이순신과 노량해전을 색다르게 소환 민초들의 삶을 조명
3년동안 준비 ‘극단 소금꽃’ 제작, 동국대 여해연구소 주최

“사방 어디에도 길은 없었습니다. 목숨을 건 싸움만이 길이었습니다. 그들은 모두가 순신이었습니다”


임진왜란 최후의 대규모 해전이자 이순신이 전사한 마지막 전투 노량해전을 극화한 연극 ‘남해 달빛’이 무대에 오른다. 10월 22일부터 30일까지 동국대 내 ‘이해랑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이 작품에는 대학로에서 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들이 총 출연한다. 


이순신과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는 많았다. 그러나 이순신이 전사한 노량해전을 그린 연극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품은 임진왜란 7년 전쟁이 끝나는 해인 1598년 남해를 배경으로 노량해전을 앞둔 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전쟁 중에도 백성은 살피지 않고 왕권놀음과 명나라 눈치를 보는 선조,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이순신과 함께하는 민초들, 생과 사의 길목에 선 7일간의 역사를 통해 인간 이순신과 민초들을 조명한다. 


‘남해 달빛’은 작품기획 2년, 공연기획 1년 등 무려 3년에 걸쳐 준비한 끝에 탄생했다. 공연은 동국대 부설 ‘여해연구소(소장 김광용)’가 주최하고 ‘극단 소금꽃’이 제작했다. 


‘남해 달빛’ 공연을 주최하는 여해연구소 이인재 이사장은 “임진왜란은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시아 정복을 목표로 한 대동아전쟁의 서막이었다. 이 전쟁의 서막인 7년 전쟁에서 이순신은 일본의 대륙 진공을 막아 아시아의 평화를 수호했다”며 “전란을 극복한 이순신과 의병, 민초들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남해 달빛’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임진왜란과 이순신, 단순한 전쟁 이야기가 아니다. 작품은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건보다는 전란 속의 인간 이순신과 민초들, 그들의 삶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연출 송정바우는 이 작품을 통해 “역사에 말을 걸고 싶었고 우리 역사의 큰 인물인 이순신을 녹슨 진부함으로 그리지 않고 연극적 독창성과 상상력으로 관객들과 교감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이 작품은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고, 광화문광장의 세종과 이순신이 동상에서 내려와 후미진 선술집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삶을 이야기한다.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시간을 작품에 녹여내며 우리 머릿속에 박제처럼 각인된 이순신을 새로운 모습으로 소환해 전란을 극복한 민초들까지 세상살이를 조명한다.


산 자와 죽은 자, 전쟁과 사랑, 일상과 삶을 음악과 노래, 연극적 장치로 풀어낸 이 작품은 그동안 우리에게 박혀 있는 이순신과 임진왜란에 대한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그리고 연극에서만 볼 수 있는 풍자와 해학, 가슴 적시는 뭉클함은 깊은 여운과 울림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