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최정만 시장과문화발전소장

전통시장 부활은 가능한가

 

/ 2018. 3. 14

 

문재인 정부 들어 일자리 창출을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일감이 늘어나고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주도성장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정부 예산을 투입하여 공무원 수를 늘리거나 채용 보조금을 지급하여 고용을 장려하는 것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다소 미흡해 보인다.

 

전통시장의 활성화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역대정부는 시설현대화사업을 필두로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까지 많은 예산을 들여 아케이드 설치, 주차장 확대, 상인교육, 공동마케팅, 문화관광 콘텐츠 연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여 일정부분 성과를 거두었으나 전통시장과 상점가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의 삶의 질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전통시장의 경쟁력은 왜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갈수록 위축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 다양한 분석이 있으나, 무엇보다도 시장의 본질에 입각해서 근본적인 요인을 찾아야 한다.

전통시장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국회예산처가 설문조사(2012)한 결과, 사람들은 전통시장에 대한 재이용이나 추천 의향이 없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상품 다양성, 품질, 가격, 청결, 불친절 등 '상인 고유의 문제' 때문이라는 응답 …65.1%, 신용카드, 주차장, 시설, 거리 등에 불만을 갖는 응답 …34.9%, 즉, 시설보다는 상품, 상인, 시장 문화에서 문제를 찾고 있다.

 

이 조사 결과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어디에 지원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지를 정확하게 시사하고 있다. 전통시장 자체에 대한 지원보다 시급한 것이 바로 '상인'들의 혁신 노력에 대한 촉진과 역량강화 프로그램이다. 시장의 주체인 상인들이 경쟁력을 갖추어야 시장 전체와 개별 점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시장을 바꾸는 것은 상인이고, 상인의 역할이 곧 시장을 바꾸는 것이다.

 

전통시장은 크게 5가지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설, 상품, 상인, 문화 그리고 상인회 조직이다. 이 다섯 가지가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 전통시장의 정체성과 경쟁력이 결정된다.

 

삼성경제연구소 연구보고서(이갑수 외, 2013)에 의하면 점포를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강소상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상인 정신과 명확한 목표설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고객관계를 유지하고 고유의 아이템을 개발하여 제품 혁신에 힘쓰는 것이다. 이런 차별화 전략이 곧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보고서는 지적한다. 소상공인들의 사업경영에 있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가장 큰 필요조건이다. 성공한 이들은 이러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품을 혁신하고, 서비스를 차별화하였으며, 경쟁력있는 가격전략으로 고객을 유인했다, 흔히 '단골'이 많아야 매출이 오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단골 관리는 생각만큼 중요한 요인은 아니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점포의 비밀(최정만 외, 2015)은 다음과 같았다.

① 제품 혁신을 가장 중시한다. ② 가격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 ③ 입지(장소) 조건을 잘 활용하고 맞는 업종을 선택한다. ④ 점포 홍보를 잘한다. ⑤ 대표의 장사 철학이 분명하다. ⑥ 고객 및 종업원과의 관계 유지를 잘하고 있다. ⑦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 있다. 이 성공 비밀 중 최소한 3가지 이상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점포에 해당되었다. 성공한 점포는 자신의 업종과 지리적 환경, 주 고객층을 분석하여 7가지 비밀을 적절히 융합하여 운영하고 있다.

 

유통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머무르는 자는 생존할 수 없다. 전통시장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무엇보다도 상인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상인들 스스로 연구하고 개발하며 개선의지를 가질 때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또한 상인들과 전통시장의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지원정책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고 절실하다.

 

- 필자 최정만은 수원 팔달문시장, 천안 성환이화시장, 서울 포방터시장 활성화사업을 진행했으며, 현재 신중부시장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장직을 수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