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6. 14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온난화로 인해 해가 갈수록 더 길어지고, 더 더워지는 여름 날씨에 여름을 맞이하며 한숨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가 60명에 이르고, 지난해 온열질환 신고건수는 2,125건이라고 한다. 전체 신고 건수의 70%는 7월 말에서 8월 말 사이 발생했지만 폭염특보가 발령되는 시기가 점차 빨라져 이제는 5월부터 온열질환에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서울시 자치구에서는 이러한 폭염 피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다양한 폭염 대책을 세우고 있는데, 그러한 대책의 일환으로 작년 동작구와 용산구는 횡단보도와 버스정류장에 임시 그늘막을 설치했으며, 올해는 서초구에서 횡단보도에 대형 그늘막을 설치해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중구에서는 올해 그늘막이 설치될지 불투명하다.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들이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약 2분 정도가 걸린다. 밖에서 1초도 버티기 힘든 한여름 무더위 속에 가만히 서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2분은 마치 20분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특히나 도로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 햇빛을 피할 곳이 없는 교통섬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은 더욱 고통스럽다.
필자는 폭염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시범적으로 약수동에 있는 교통섬 두 곳에 그늘막을 설치해 줄 것을 중구청에 요청했으나, 중구청에서는 타구의 운영사례를 지켜본 뒤 내년에 그늘막 설치를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1동 1명소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쏟고 있는 중구청에서 적은 예산으로도 설치할 수 있고, 온열질환으로부터 주민을 지킬 수 있어 안전과도 직결되는 그늘막 설치에 소극적인 반응을 내놓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일례로 중구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초대형 사업인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에는 국·시·구비를 모두 합쳐 약 570억 원을 투입하면서, 그에 비하면 아주 약소한 예산이 필요한 그늘막 설치에 회의적이라는 사실은 납득하기 힘들다.
그늘막은 설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효율적인 사업이다.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주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고, 또한 서초구의 그늘막처럼 얇은 기둥 하나로 천막을 고정하는 형태의 그늘막을 설치한다면 사람들의 보행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며, 햇빛을 가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비가 올 때도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준다. 이러한 사업을 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 것이 더 어려워 보인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공원과 광장을 만들고 축제를 개최하는 것만이 중구민에게 더 나은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공약사업과 역점사업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이 진정 구민을 위한 구정운영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아무리 사소하고 작은 것이라도 간과하지 않고 주민들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구민의 행복 증진에 기여하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