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보일러 수리에 앞서 김진근 회장과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2015. 11. 25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이면 남대문 쪽방촌 주민들은 어느 계절보다 춥고 힘들다. 방에 있으면 입에서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춥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겨울이 다가오면 남대문 쪽방촌을 훈훈하게 달구는 이들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바로 전국보일러협회 중구·종로지회 봉사단(단장 김진근) 회원들이다.
이들은 올해도 매서운 겨울이 오기 전에 일찌감치 쪽방촌 보일러 봉사에 나섰다. 일명 쪽방촌을 훈훈하게 만들어드리는 '겨울왕국의 오아시스' 활동이다.
냉방에서 겨울을 나야하는 150여명의 남대문 쪽방주민들을 대상으로 연탄보일러 13개를 23일부터 27일까지 점검하고 수리에 들어갔다. 수리가 어려울 정도로 부식된 보일러 6대는 무료로 교체 주기도 한다. 김진근 회장은 수리와 교체 비용 260만원을 사비로 충당했다.
이들이 점검하는 연탄보일러는 기름보일러보다 열기가 더 오래간다고 한다. 하지만 보일러가 오래되고 부식돼 사용하기 힘든 세대는 겨울이 올 때마다 걱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김진근 회장은 2012년부터 남대문 쪽방촌 건물 하나하나를 둘러보며 보일러 상태를 체크하며 독거 어르신들이 불편한 곳은 없는지 안부를 묻기도 한다.
남대문 쪽방촌에 거주하는 김동석씨(가명, 70대)는 몇 년 전에 암수술을 하고 인공항문을 달고 생활하고 있다. 병 특성상 겨울이면 더 힘든데 지난해에 봉사단이 보일러를 교체해준 뒤로는 몸이 훨씬 회복됐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사실 김진근 회장은 1년 중 이맘때가 가장 바쁘다. 하지만 쪽방촌 분들의 한 평 남짓한 방의 온기를 유지해주는 연탄보일러를 점검해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봉사활동을 계속 해오고 있다.
2015년 10월말 현재 중구에는 41개 건물에 864개의 쪽방이 있다. 남대문로5가의 남대문경찰서 및 연세세브란스빌딩 뒤편에 692개가 있고, 중림동에 172개가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쪽방촌 주민은 783명으로, 이중 406명이 기초생활수급자다. 65세 이상 독거노인도 247명에 달하고, 장애인만도 149명에 이른다.
남대문로5가 쪽방 지역 주민 대부분은 최저 생활층으로 일자리가 없으면 노숙인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높아 중구는 2000년부터 남대문 지역상담센터 문을 열고 쪽방촌 거주자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김진근 회장은 "쪽방촌에 거주하는 분들이 생활이 어려운 독거 어르신들이 많아 주위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보일러 무료교체와 수리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