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팔로 맺은 '캐나다 어머니' 경로잔치 '화제'

본지 허용환 자문위원… 42년 인연 켄드릭 여사 방문

 

지난달 11일 42년 전 해외 펜팔로 도움 받은 '캐나다 어머니'를 만나 경로잔치를 연 뒤 켄드릭 여사와 허용환씨 가족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2014. 8. 13

 

42년 전 해외 펜팔로 도움 받은 '캐나다 어머니'를 만나 경로잔치를 연 사연이 해외(캐나다)에서 화제다. 마흔의 중년여성은 팔순을 넘긴 '어머님'으로, 까까머리 중학생은 반백의 '아들'로 변한 세월, 경로효친을 솔선수범한 훈훈한 미담의 주인공은 본지 자문위원이자 서울영어연구회장인 허용환씨다.

 

그가 캐나다 어머니인 켄드릭 여사를 알게 된 것은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봄 영국에서 캐나다로 이민 와 15년째 밴쿠버에 살고 있던 비비엔 켄드릭 여사는 밴쿠버 유력 일간지 '밴쿠버 선'에 실린 한국의 메아리 펜팔협회가 게재한 광고 한 줄을 읽고 서울로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계절이 바뀐 1972년 여름, 경상북도 의성군 춘산면 두메산골에서 시오리길을 걸어서 중학교에 다니던 까까머리 허용환은 메아리 펜팔협회가 어린이 잡지에 실은 '해외 펜팔' 광고를 보고 고추 팔아 마련한 500원을 서울로 보냈다. 두 사람의 인연이 이렇게 맺어졌다.

 

허용환씨는 "영국에서 조종사였던 남편과 캐나다로 온 켄드릭 여사는 3형제를 키우고 있었지만 태평양 건너 한국에 살고 있던 내게 각별한 사랑을 쏟았다"며 "중·고교 시절 유학 제안도 받았지만 당시 한국은 군 미필자인 내게 유학을 허락하지 않았고 실망한 켄드릭 여사는 학용품 구입에 보태라고 3개월마다 용돈을 보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산골에서 약초 재배로 4남매를 키우던 그의 부모에겐 적지 않은 도움이었고 그는 열심히 공부하는 것으로 보답을 했다. 1980년 군 입대를 앞두고 켄드릭 여사를 '어머님'이라고 부르고 싶다는 그를 한국과 캐나다에서 모두 환영했고 이때부터 그는 두 어머니를 섬기기 시작했다.

 

허 위원은 "결혼을 하고 캐나다 어머니에게 신부를 인사 시켜야겠다는 생각에 밴쿠버로 신혼여행을 갔다"며 "그때 처음 '모자 상봉'을 했고 3년 후 캐나다 어머님이 아들의 초청으로 한국을 일주일간 방문했다"고 밝혔다.

 

그가 태어난 시골집과 마을 경로당을 방문한 캐나다 어머니는 그 시절의 따뜻함과 '한국적인 맛'을 아직도 이야기할 정도다. 이후 2008년까지 3차례 더 캐나다 어머니를 찾았던 그는 지난 2014년 7월 11일 6년 만에 다시 방문한 밴쿠버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작은 잔치를 열었다. 아들과 딸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허씨는 감사 연설을 했다. 반평생 나눈 모자의 정이 민간 대사를 탄생시킨 것이다.

 

허씨는 "효도는 내 어머니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남의 부모도 섬기면 복을 받는다고 했다"며 "경로효친에 더욱 힘쓰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