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구의 구전설화 / 약식(藥食)

중림동 약현에서 만든 찹쌀 밥

예부터 정월 대보름날이면 원석(元夕)이라 하여 약밥과 약과를 만들어 먹는다. 약밥을 만들어 먹게 된 까닭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씌워져 있다.

 

 신라 21대 소지왕이 정월 대보름날 신하들과 함께 천천정(天泉亭)으로 나갈 때 어디선가 까마귀가 은그릇을 물고 날아와 왕의 행차 앞에 떨어드리곤 주위를 빙빙 돌다가 날아가 버렸다.

 

 "괴이하다. 까마귀가 은그릇을 떨어뜨리고 가버리다니…."

 하면서 측근의 신하가 은그릇을 주워 왕에게 바쳤다.

 왕도 이상하여 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튼튼히 봉해진 그릇 바깥 면에

 

 "이 뚜껑을 열어 보면 두 사람이 죽고 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

 

 하여 그릇을 열어 보지 않으려고 하였다. 이에 한 대신이,

 "그 한 사람이라는 것은 전하를 일컫는 것이 분명하니 이 그릇을 열어 보는 것이 옳은 줄로 생각됩니다."

 

 하고 아뢰자 왕도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여봐라 어서 이 그릇을 열어 보아라."

 

 왕의 명에 따라 신하들이 숨을 죽이고 조심스럽게 열어 보니, 그 안에 흰 종이가 있었다. 흰 종이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 있었다.

 

 "궁중의 용상(龍床) 뒤에 있는 가야금 상자를 활로 쏘아라"

 이를 읽은 왕은 즉시 행차를 돌려 궁궐로 돌아왔다. 그리고 가야금 상자를 향해 활에 살을 먹여 힘껏 쏘았다. 화살이 박히자 신음 소리가 났다. 과연 그 상자 속에 두 사람이 있었다. 바로 왕비와 궁중에 출입하는 중이 정을 통하다가 왕을 죽이기 위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왕은 두 사람을 즉시 주살(誅殺)하였다.

 

 즉, 매년 정월 대보름을 '까마귀 제삿날'이라 하여 찰밥으로 제사를 지냈다. 이것이 약밥의 시초라고 하였다. (자료제공 중구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