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한국화 수강생들 부채 250점 기탁

2005년부터 8년째 부채 재능 기부… 한지 편지지 한국화로 프로그램 발표회서 호평도

 

지난 23일 중구 명동주민센터의 한국화 프로그램 수강생들이 부채 150점을 최창식 구청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입력 2013. 7. 24

 

계속되는 폭염과 전력난으로 공공기관의 실내온도를 28℃에 맞춰 규제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도심의 한 동주민센터 수강생들이 8년째 무더위를 날릴 수 있는 재능기부를 펼치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중구 명동주민센터의 한국화 프로그램 수강생들은 23일 최창식 구청장을 방문해 그들이 만든 부채 150점을 전달했다. 이어 26일 오전 11시에 명동경로당을 방문해 경로당 회원들과 자원봉사를 하는 주민들에게 부채 100점을 선물할 예정이다.

 

이들이 전달한 부채 250점은 지난 7월 1일부터 3주간에 걸쳐 제작한 것. 강사인 김정자씨의 지도로 부채 한 점 한 점마다 한국화를 그려 만들었다. 초안을 그린 후 말리고 초안에 다시 덧씌우는 작업 등을 거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장인이 한땀 한땀 수를 놓은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부채를 펼치면 여백의 미를 중시하는 한국화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시작해 8년째 해오는 작업이다. 지금까지 만든 부채만 약 2천점에 달한다.

 

만드는 사람들은 매년 다르지만 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사람은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2005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강사 김정자(80세)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씨는 교사로 재직하다 정년퇴임 후 여러 봉사활동을 하다 이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음대 졸업생이지만 특이하게 미술 쪽으로 방향을 튼 경우다. 한국미술협회와 한국가톨릭미술인협회 등에서 회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국화 프로그램 수강생들은 총 15명으로 선발해 1월부터 12월까지 수강한다. 보통 2∼3개월 과정인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1년 내내 하나의 과정으로 운영된다. 중간에 새로 들어오거나 그만두는 것은 수강생들의 자유다. 김씨가 1대1 개별지도를 해주기 때문에 수강생들 간에 실력 편차가 있어도 상관없다.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마음껏 한국화를 그릴 수 있는데다 수강료도 월 1만5천원에 불과해 수강생 대다수가 어르신들이다.

 

강사의 개별지도와 충분한 실습으로 수강생들의 실력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그래서 부채 제작 외에 매년 가을에 열리는 자치회관 프로그램 발표회 때 한국화가 그려진 한지 편지지를 출품해 호평을 받고 있다.

 

9월에는 외국인들은 물론 명동 남산아래 게스트하우스 숙박객들이 많이 오가는 명동쉼터에서 부채그리기 체험과 함께 한국화를 소개하는 어울림 마당을 열 계획이다.

 

최창식 구청장은 "이렇게 아름답고 정성이 가득한 부채를 보니 뜻 깊고 감사하다"며 "무더운 여름에 부채기부로 에너지 절약도 할수 있는 이런 예체능 프로그램을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