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전성호 서울지방보훈청 보상과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며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현충일과 더불어 6·25전쟁 기념일이 들어있는 달이기도 하다.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는 6·25전쟁 당시 마을을 지키는 의용군으로 참전하여 적의 총탄에 부상당하셨고, 평생 파편을 몸 안에 지닌 채 살아가셨다. 수술로 모두 제거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이물질들이 박혀 있어 장시간 걷지 못할 정도로 편찮으셨지만 나라로부터 보상 한 번 못 받고 돌아가셨다.

 

그러나 난 한 번도 할아버지로부터 나라를 원망하거나 신세 한탄하는 말씀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나의 나라와 가족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다시 전쟁이 나도 당신은 전쟁터로 나가겠다고 하셨다.

 

그런 할아버지를 보면서 커왔기 때문인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며 지키신 많은 분들이 있어 지금의 대한민국이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우리가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그분들의 나라를 위한 희생정신과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그 중에는 참전용사에 대한 별다른 혜택도 보상도 없는 나라를 원망하고 매일 후회와 아픔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시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난 그런 분들을 눈살 찌푸리며 바라보기보다는 우리가 끌어안고 보듬어 가야한다고, 그것이야말로 그 분들의 피와 땀으로 평화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후손의 의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런 인식이 사회에 정착될 때 비로소 성숙한 선진국가의 면모를 갖출 수 있게 될 것이고, 나아가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밑거름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불어 보훈가족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과 보상 체계가 마련되도록 제도적인 문제도 점차 개선되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보훈처에서는 참전명예수당 인상 등 국가유공자 보상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현재 월 15만원으로 지급되고 있는 참전명예수당을 단계적으로 인상할 예정이며, 무공영예수당도 이와 연동하여 인상할 것을 추진 중이다.

 

각 지자체에서 참전유공자에게 지급하고 있는 참전수당을 전국 평균 수준인 4만원 이상 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금전적인 지원 외에도 주택 대부 지원이나 '자유수호 영예의 메달' 수여 등 명예 선양책도 꾀하고 있다.

 

또한, 국가유공자의 보상금을 물가상승률보다 좀 더 높게 인상할 계획이고, 집안의 가장을 잃은 전몰·순직군경 유족의 보상금은 좀 더 우대하여 지급하며, 상시 보조인이 필요한 중상이 국가유공자들에게는 "중상이 부가수당"을 상향 조정하는 등 국가에 대한 희생과 공헌에 상응한 보상을 한층 더 강화할 예정이다.

 

올해로 6·25전쟁이 발발한 지 63년이 되었고, 정전협정이 맺어진 지 60주년이 되었다. 북한이 끊임없는 도발을 하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평화는 항구적으로 보장된 것이 아님에도 아직도 현충일은 그저 하루 노는 날로 여겨지기 십상이고, "호국보훈의 달이 뭐예요?"라고 되물어오는 사람들도 있어 보훈공직자로서 씁쓸할 때가 많다. 최소한 1년 중 6월 한 달은 우리 국민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고 피를 흘리신 그 분들을 생각하면서 고마움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본받아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이를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물려받은 우리의 사명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