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형마트 판매제한 골목상권 살릴까?

서울시가 작년 11월 (사)한국중소기업학회에 용역을 의뢰해 대형마트·SSM 등 판매조정 가능품목 51개를 선정해 지난 8일 발표하자 대형 유통업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고 한다.

 

이번에 발표한 51개 품목은 담배, 소주, 맥주, 막걸리 등 골목상권에서 잘 팔리는 기호식품 4종을 포함한 두부, 콩나물, 양파 등 야채 17종, 신선·조리식품 9종, 수산물 7종, 정육 5종, 건어물 8종 등이다. '야채 17종'은 콩, 콩나물, 오이, 애호박, 양파, 대파, 감자, 고구마, 마늘, 풋고추, 상추, 시금치, 배추, 양배추, 무, 열무, 알타리 무이며, '신선·조리식품 9종'은 두부, 계란, 어묵, 떡, 떡볶이, 순대, 조리빵, 치킨, 피자, '수산물 7종'은 갈치, 꽁치, 고등어, 오징어(생물), 낙지, 생태, 조개가 포함돼 있다.

 

대형유통업체들은 판매제한 품목이 주부들이 마트에 갈 때마다 매번 구입하는 품목이 대부분이어서 실제 규제로 이어질 경우, 강제 의무 휴무 등 기존 영업규제 보다도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야채, 두부, 계란, 생선 등 신선식품을 팔지 않으면 누가 마트로 장을 보러 오겠느냐"고 토로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대형마트의 경우 규제예상 품목에 대한 매출이 전체의 15%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형마트 매출은 영업일수 및 시간규제로 전년 동기대비 월별 매출이 1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서울시가 추진하는 품목제한이 법제화돼 강제성을 가질 경우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대형마트 강제휴무가 전주에서 시작돼 모든 지자체로 확산되면서 법제화로 이어졌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시는 야채와 수산물, 건어물, 정육 등은 전통시장에, 신선·조리식품과 기호식품 등은 슈퍼마켓 등 골목상권에 반사이익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재래시장이나 동네 슈퍼에서 이들 품목을 판매한다고 해도 대형마트 수준의 상품 다양성을 갖추거나 고객의 입맛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물론 이번에 선정된 리스트를 토대로 4월 초에 이해관계자들과 일반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그 의견을 토대로 국회 법 개정 건의를 포함한 향후 방향을 모색한다는 계획이지만 소비자 선택권과 소비자 불편만 가중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맞벌이 가정이나 주말마다 대형마트에서 시장을 보는 실제 소비자들의 편리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반 소비자들이 반복적으로 애용하고 있는 51개 품목을 좀 더 세분화해서 마트와 골목상권 등이 서로 공생하고 소비자 불편도 최소화하는 방안을 도출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