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윤 수 영 서울지방보훈청 총무과

개선문 광장과 광화문 광장

대학생 시절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 프랑스 파리는 가장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였다. 멋과 낭만의 도시 파리, 그리고 그런 파리의 랜드마크인 개선문을 시작으로 한 샹젤리제 거리를 걸으며 노천까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즐비한 쇼핑몰에서 아이쇼핑 할 생각으로 들떠 있었다. 개선문은 책에서, TV에서 워낙 많이 봐와서 진짜로 보게 되면 감동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익숙한 것이었는데 막상 보니 그 규모와 장엄함에 압도될 정도로 멋있었다. 나폴레옹 1세의 전승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석조 개선문을 관람하며 한 가지 이채로웠던 점은 아치의 중앙 밑에 있는 제1차 세계대전의 무명용사 묘비와 1년 내내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다는 룏기억의 불꽃'이었다.

 

수많은 파리 시민과 관광객이 오가는 곳에 일종의 무덤인 묘비와 룏기억의 불꽃'이 타오르는 것을 보니, 프랑스인들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용사들을 추모하고 감사하고자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용사들을 기억하기 위한 장소로 개선문은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파리시민이 오가는 곳, 그곳을 방문하는 수많은 외국 관광객들도 파리시민의 나라사랑 정신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묘라고 해서, 추모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해서 풍경 좋은 산이나 외진 곳으로 갈 필요는 없다. 오히려 더 많은 시민들에게 보여지고, 생활 속에서 가깝게 접하며 그분들의 충혼을 기리기 위해서는 인파로 붐비는 도심에 설치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광장인 광화문 광장이 룏호국보훈의 불꽃' 건립의 최적지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여론조사 결과에도 가장 많은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을 최적지로 선택했다.

 

하지만 지금 서울시는 서울시 나름의 광화문 광장 이용 계획에 의해 광화문 광장을 건립지로 선정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6·25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 뒤에는 나라를 위해 희생·공헌하신 분들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국민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취지가 공유되어 룏호국보훈의 불꽃' 건립 사업이 원만히 진행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