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람 / 이 영 건 필동주유소 사장

'아름다운 기부'로 새 생명 살린다

 

충무로에서 필동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영건 사장.

 

30년간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후원

고액기부 '아너소사이어티' 99번째 회원

 

중구 충무로에서 필동주유소를 운영하는 이영건 사장의 별명은 '기부중독자(?)'다.

 

지난해 7월에는 제1회 아름다운 납세자상을 받았다. 3월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운영하는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 99번째 회원이 됐다.

 

이 사장의 첫 기부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유소(경일석유)를 운영하는 유복한 집안에서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당시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며 유조차량 운전수로 일했다. 항상 일에 묻혀 살던 그는 37세 때 늦깎이 결혼을 해 현재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2녀를 두고 있다.

 

21살이던 어느 겨울, 남산에 위치한 한 고아원에 기름 배달을 갔다가 부모없이 초췌한 모습으로 홀로 지내고 있는 아이들이 모여있는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 며칠 뒤 20만원으로 재래시장에서 돼지고기를 산 후 가로 30㎝ 세로 50㎝ 크기의 상자에 가득 담아 몰래 고아원에 가져다 줬다. 이후 3∼4년 동안 명절때면 아이들을 위해 몰래 돼지고기를 기부했다.

 

이 사장은 현재 이 고아원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돼지고기를 몰래 가져다 놓던 21살 청년이 30년간 꾸준히 아이들을 후원해오다 이젠 후원회장으로 아이들을 보듬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1년에 두 번씩 아이들과 함께 영화관도 가고 눈썰매장도 간다고 한다.

 

"아이들을 돕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눈썰매 탄 후 같이 어묵 먹고, 영화 보면서 팝콘 먹고 이야기도 하는 등 내 아이들을 대하는 것 같은 따뜻한 마음이 우선이죠"

 

고아원 후원에 머물던 이 사장의 기부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2008년부터다.

 

오토바이 동호회원들과 함께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유라시아 횡단에 나섰다. 이때 그는 각서 하나를 썼다. 무사히 돌아오면 심장병 어린이 한명을 후원하겠다는 것이었다. 고질적인 피부병으로 진료를 받던 담당의사의 제안이었다. 사막에서 열과 땀이 나면 피부병이 악화된다며 횡단을 말리던 의사는 이 사장이 고집을 꺾지 않자 그런 제안을 하게 된 것.

 

유라시아 횡단 일정을 마치고 두 달만에 서울로 돌아온 후 곧바로 서울대 어린이병원 후원회에 전화를 했다. "아이 한 명 살리는데 얼마입니까?" 1천만원이라고 했다. 바로 입금을 했다. 부인 이름으로도 후원금 1천만원을 보냈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태어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신생아가 수혜자가 됐다. 그가 유라시아 사막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던 그때 세상에 태어난 아이였다.

 

이 사장의 사무실 한 켠에는 그 아이의 백일 사진이 놓여 있다. 그 사진 속에는 "우리 수영이(가명)가 100일을 맞이했습니다. 새 생명을 선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글이 씌여 있다. 그렇게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2천만원을 후원하고 어린이심장재단에도 수술비를 지원해 모두 5명의 심장병 어린이가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심장병 어린이를 위한 후원 외에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올 1월까지 60여 차례에 걸쳐 3천만원을 기부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하지 않고 기부한 것까지 포함하면 1억원이 넘는다.

 

지난해부터는 새로운 기부 인생을 살고 있다. 저소득 주민들의 사회안전망인 '중구 드림하티' 사업에 호응해 저소득 주민들을 위한 기부에 동참, 필동주유소가 위치한 필동 지역 경로당에 매달 10만원씩 후원한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서울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7천만원을 중구에 지정 기탁했다. 이중 2천440만원은 저소득 주민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중구이동푸드마켓용 냉동 탑차를 새로 구입하는데 사용했다. 나머지 돈으로는 장학회를 만들어 관내 19명의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20만원씩 1년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학생들과 1대1 멘토로 연결해 학습지원을 하고 있다.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권유로 중구에 지정 기탁한 7천만원과 이전까지 기부한 3천만원을 합쳐 99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처럼 기부가 생활화 돼 봉사관련 단체에서도 적극 활동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중구 사랑의 열매 봉사단 단장을 맡은데 이어 회원들의 추대로 중구자원봉사센터 운영위원장(2월)과 새마을운동 중구지회장(5월)에 추대됐다. 이러한 공로로 지난 6월 2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전국지역신문협회 창립 9주년 및 지역신문의 날 기념행사에서 사회봉사대상을 수상했다.

 

"형님이나 누님에 비하면 나는 초짜 기부잡니다. 그러나 기부를 하면 할수록 나로 인해 한 생명이 숨을 쉬고 살아간다는 생각에 그 느낌이 묘합니다. 멈출 수가 없습니다. 중독된 것 같습니다"

 

그는 60살 이후엔 이동목욕차를 운전하며 전국 방방곳곳에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며 살 계획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