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털어 장학금 3천만원 지원

평화새마을금고 박동주 이사장… 상인 자녀 30명에 100만원씩

 

지난달 6일 박동주 평화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제36기 정기대의원회에서 장학금 전달식을 갖고 학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화새마을금고 박동주 이사장이 자신의 월급 절반 이상을 떼어내 1년간 모은 돈으로 시장 상인 자녀 등 30명에게 100만원씩 총 3천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해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2월6일 새마을금고 총회 때 열린 장학금 전달식에는 예전 총회보다 더 많은 상인들이 참석해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을 축하했다.

 

"그동안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었던 장학사업을 그때 이루었네요."

 

박동주 이사장의 꿈은 그의 성장과정에서 생겨났다.

 

48년 이북에서 태어난 박 이사장은 4남2녀 중 셋째로 16살때까지 부산에서 자랐다. 전쟁 후 워낙 살기 어렸웠던 시절이라 겨우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와 평화시장의 한 봉제공장에서 일했다고 한다. 그리고 74년 알파패션이란 가게를 평화시장에 차렸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까지 열심히 노력해 다른 동대문시장에 가게를 또 하나 마련했다.

 

웬만큼 살림살이가 나아지자 광희라이온스클럽에 가입해 지역봉사에 나섰다. 그리고 5년전 라이온스클럽에서 후원하는 평양 안과병원에 개인적으로 앰뷸런스를 기증하기도 했다.

 

가뭄으로 고생하는 강원도 태백시 주민들을 위해 식수를 들고 한걸음에 달려가고, 구청 또는 동주민센터에서 여는 알뜰장이나 희망의 사랑나눔 바자회 때 의류 1천여점을 무상으로 기증하는 통 큰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중구가 펼치고 있는 사회안전망인 드림하티 사업에도 참여해 독거노인들을 정기 후원하는 일도 도맡아 하고 있다.

 

2010년말 을지새마을금고와 평화새마을금고가 통합되자 이사장 선거에 나가 당선됐다. 이때 장학금 지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평화시장에서 장사가 안될 때 아이들 등록금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뼈저리게 느꼈어요."

 

장학금으로 쓰인 3천만원은 박 이사장이 임기를 시작한 2011년 2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월급의 55% 가량을 떼내 별도의 통장에 꼬박꼬박 적립했다. 그리고 장학금 지원 대상자 선정은 공정성을 위해 평화시장 상인회에 일임했다.

 

새 돈이 든 두툼한 장학금 봉투를 손에 쥔 학생들과 부모들은 박 이사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일부는 고맙다며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월급을 쪼개 모은 돈으로 상인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는 소문이 나면서 평화새마을금고에 가입하는 회원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웃 상가에도 소문나면서 돈을 맡기는 사례도 생겨났다.

 

박 이사장의 선행은 4일 후 을지로동으로 이어졌다. 을지로동 주민자치위원으로 선임된 박 이사장은 2월10일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17가구에 10만원씩 희망기부금을 기탁했다.

 

이런 박 이사장의 꿈은 평화시장의 좋은 시절을 다시 찾고 싶다는 것이다.

 

한때 이곳에서 생산된 기성복이 전국 기성복의 70%에 이를 정도로 선구자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인근의 현대식 건물에 비해 너무 낙후된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단다.

 

박 이사장은 "임기가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장학금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물론 지금보다 금액이 적어질 수 있지만 어려운 학생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