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난기이거나 혁명기 또는 역성혁명 때이면 어김없이 각종 민요나 참요 그리고 판소리 등 '민중의 소리'가 나타난다.
그것이 대부분 노랫가사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가사와 의미에는 각별한 뜻이 담긴다.
명확한 작사자ㆍ작곡자도 없이 민중의 입을 통해 불려지고 전파되는 이들 민요ㆍ참요ㆍ판소리는 시대상황 등의 이유로 파자나 위서의 형태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가사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뜻이 들어있는가 하면 비유나 은어ㆍ은유 등을 섞어 당대 지배세력의 감시와 탄압을 피하고자 하였다.
한말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울 때 의병들이 분연히 궐기하여 일제와 싸웠다.
동학혁명 때와 마찬가지로 의병들은 일제의 현대식 병기에 죽창으로 맞서면서 수많은 희생자를 냈다.
의병들이 일제와 싸울 때 민중들은 방방곡곡에서 〈새타령〉등 구국항쟁의 노래를 당시 유행하던 판소리 형식으로 불렀다. 판소리 〈새타령〉과 〈농부가〉는 지금까지 노랫말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채 불려지고 있다.
남원산성 올라가 이화문전 바라보니
수진이 날진이 해동청 보라매 떴다
보아라 종달새 이 산으로 가며 쑥국쑥국
저 산으로 가며 쑥국쑥국
어야허 어이야 디야허 등가 내사랑이라.
여기서 말하는 '남원산성'은 남원의 지명이 아니라 '남은(餘) 산성(山城)' 곧 일제가 지배하지 못한 의병의 주둔지를 말하고, '이화문전(梨花門前)'은 이왕문전(李王門殿)의 뜻으로 조선왕조를 지칭한다. 수진이(사냥매) 날진이(야생매) 해동청(海東淸) 보라매는 모두 한국의 전통적인 사냥매를 일컫는 것으로서 여기서는 의병을 말한다.
종달새는 백성(민중)을 의미하고, '쑥국'은 수국(守國) 즉 나라를 지키자는 뜻이고 '어야허'는 조상신 호국신을, '등가(登歌)'는 궁중의 종묘악으로 임금과 국태민안을 선왕에게 축원하는 아악을 말한다.
일종의 왕조시대 애국가인 셈이다.
이것을 정리하면 다음의 뜻이 담겨져 있다. "의병의 진지에 올라가 삼천리 강토를 바라보며 의병들의 활동을 목견하다. 민중들아 보아라.
이 산에서도 의병들이 나라를 지키고자 일어서고 저 산에서도 일어선다. 열성조여! 함께 애국가 부르며 나라 지켜나가세." 국운이 풍전등화와 같았을 때 애국지사들이 호국의 의지를 담아 부르던 이 노래가 후대에 와서는 원래의 애국정신은 간데없고 단순히 '새타령' 정도로 불려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다음은 모심기나 벼 베기를 할 때 부른〈농부가〉이다. 먼저 가사를 살펴보자.
어라농부 말들어 어라농부 말들어
서마지기 논배미가 반달만치 남았네
일락서산 해 떨어지고 월출동령에 달 떠오르네
어화어화 상사디어 어화어화 상사디어.
이 노랫 가사의 핵심은 '일락서산(日落西山)'과 '월출동령(月出東嶺)'이다. 일락서산에는 해(일본)가 떨어지고 동녘에는 달(초승달:조선)이 떠오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제의 패망과 조선의 독립을 갈망하는 희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옛부터 일본은 해(日)를 상징으로 삼고 우리는 달(月)에 남다른 정서와 애착을 보여 왔다.
그래서 해와 달의 상징성을 내세워 일본의 몰락과 조선의 독립사상을 고취시키고 있다.
가사 중에 '서마지기 논배미가 반달만치 남았네'란 구절은 "서(혀:남도지방의 방언) 빠지게 농사짓고도 수탈당하고 조금 (반달만큼) 밖에 남지 않았다"는 참혹상을 상징하는 은어이다.
농민들은 일제관헌의 단속을 피하는 수단으로 은어를 이용하여 노래를 부르며 힘든 농사일을 하고 항일의지를 불태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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