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곳에 가고 싶다 / 경기도 포천시 명성산

'20만㎡ 억새군락지' 은빛물결 '장관'

 

경기도 포천시 명성산 일대에 펼쳐진 억새풀.

 

본지에서는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국내 유명 여행지와 축제현장을 소개한다.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여행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따라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의 특성에 맞는 여행지와 축제현장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깊은 가을 기암절벽등 황홀경 경험

명성산 억새밭 제5대 군락지 손꼽혀

예술 같은 풍광 산정호수도 일품

 

"아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 인가요"

 

입동에 접어든 늦가을이다. 옷장 속 반소매티, 반바지 등 얇은 옷은 서랍으로 가고, 서랍 속에 접어둔 코트, 니트 등 두꺼운 옷은 옷장에 걸린다. 겨울 준비를 마쳤지만, 마음은 왠지 싱숭생숭하다. 걷다 보면 쌀쌀한 바람이 마음을 관통하는 듯하다. 몸과 마찬가지로 마음도 따뜻하게 데워줄 필요가 있다. 가을이 왔음을 알릴 필요가 있다. 억새꽃의 하얀 솜이 그렇게 따뜻하다고 한다. 서울에서 가까운 명성산의 억새밭으로 가보자.

 

◆ 늦가을, 억새 장관… 궁예가 통곡한 울음산

 

늦가을의 풍경이 가을산의 정취와 낭만을 자아내는 억새군락지로 등산객들의 마음과 발걸음을 재촉한다.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명성산에는 약 6만여평에 이르는 억새군락지에서 지금 한창 억새꽃 은빛물결이 가득하다. 명성산 억새밭은 전국 제5대 억새 군락지의 하나로 손꼽히는 곳으로 산정호수 주차장에서 비선폭포와 등룡폭포를 지나 산길을 따라 완만한 경사길을 오르다보면 정상에 펼쳐진 억새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으며, 가을 절정기에는 산 정상 20만㎡의 벌판이 억새로 뒤덮여 그야말로 하얀 눈이 내린 듯 장관을 이룬다.

 

일명 울음산이라고도 부르는 명성산은 철원평야의 동남단을 위압하는 해발 922.6m의 명산이다. 산세는 광주산맥에 속하며 산형은 기암절벽으로 울창하다. 신라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울었고, 왕건에게 쫓겨난 궁예가 망국의 슬픔으로 산기슭에서 터뜨린 통곡이 산천을 울렸다는 전설에서 비롯됐다. 후고구려를 건국한 궁예가 왕건에게 쫓겨 이 산으로 피신했다가 죽임을 당하기 전 통곡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 '울음산'이다. 태봉국의 궁예가 철원 풍천원에 도읍을 정하고 통치하던 중 부하들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이곳에 피신해서 왕건과 대치하던 중 기력이 쇠퇴해 부득이 산중에서 부하군사들과 해산을 하게 됐는데, 이때 심복들이 슬퍼 통곡했다고 하며, 이 후 가끔 이 산중에서 슬픈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고 한다. 지금도 이 산중에는 궁예가 은거했던 성지 등 유적 일부가 남아있다.

 

통일신라의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이 산을 거쳐 금강산으로 향할 때 이 산이 울었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난이도별 코스구성

 

이제 명성산으로 들어가자. 전문 산악인부터 어린아이까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난이도별 코스구성이 가능하다. 자인사를 거쳐 오르는 코스와 등룡폭포를 지나 억새군락지로 가는 코스 중 하나를 정하자. 자인사보다 등룡폭포 경유코스가 완만한 편이다. 억새군락지로 향하는 등산객 대부분은 등룡폭포를 경유해 억새군락지로 간다. 평일임에도 수도권과 가까운 덕에 명성산을 찾은 등산객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등산로 초입부터 가을 정취가 흠뻑 풍긴다. 오른편으로 계곡물이 흐른다. 수량이 줄어 물소리의 시원함은 덜하지만 졸졸거리는 소리가 간지럽다. 본격적인 등산에 앞서 지압로가 약 100m에 걸쳐 만들어졌다. 해발 900m 정도의 산을 오르고 내려오면 발에 불나기 마련. 내려오는 길, 지압로에서 발바닥 좀 식혀주자. 오르면서 보이는 가까운 산세에는 절벽과 암벽이 곳곳에 나타난다. 가을빛으로 물든 수풀들과 암벽이 명성산만 드러낼 수 있는 모습으로 각인될 독특함을 남긴다.

 

약 1.5㎞ 구간, 옆을 나란히 하던 계곡은 등룡폭포를 지나면서 보이지 않는다. 계곡길에서 억새군락으로 이어진 능선길로 넘어온 것이다. 완만한 경사가 점점 높아지면서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물 한 모금이 절실해질 무렵, 약수터가 나온다. 여기서 목을 축이고 숨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약 300m 정도 남은 거리는 좀 더 가파르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뒤돌아서니 멀리 가리산이 보인다. 그 옆에 있는 것이 국망봉이다. 가파른 오르막을 죽기 살기로 오르면 예고 없이 나타난 풍경에 헐떡이는 숨이 순간 멎는다. 해가 뜬 왼쪽에서는 산등성이 전체가 눈이 부시다. 햇빛을 머금은 억새꽃이 사방에 천지로 깔렸다. 뒤따라오던 다른 등산객의 감탄사가 끊이질 않는다."이게 갈대야? 억새야?" 흔히 갈대를 보고 억새라고 부르는 경우는 적지만, 억새를 갈대라고 잘못 부르는 경우는 적지 않다. 대부분의 억새는 산지에서 볼 수 있으며, 반대로 대부분의 갈대는 강, 호수 등 습지나 갯가에서 자란다. 억새밭의 바람에 일렁이는 군무를 지나며, 팔각정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능선길이 완만한 편으로 억새밭을 만끽하며 걷기 좋다. 힘들게 오른 기억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이곳 분위기에 빠져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꽃이 서로 부딪치며 바스락 소리가 잔잔히 깔린다. 가을을 알리는 전령사의 음악이랄까. 이제야 몸도 마음도 겨울준비가 탄탄해진 느낌이다. 마음에 이제 가을이 왔음을 제대로 알려줬으니 말이다.팔각정 주위로 사람들이 돗자리를 펴고 간식을 즐긴다. 땀이 흠뻑 나도록 등산하고 멋진 풍경이 보이는 곳에서 어떤 것이 맛없으랴. 명성산에 오기 전, 간식거리 준비는 필수 되겠다. 팔각정에서 북쪽으로 약 200m 오르면 삼각봉이다. 산골마을이 하나둘 보이고 철원과 포천이 동시에 보인다. 광주산맥의 허리가 적날하게 드러난다. 철원의 험준한 산세가 북쪽방향으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 가운데 억새가 모여 바람의 지휘 따라 군무를 추는 환상이 있고, 계곡을 내려온 물이 모여 호수를 이뤘다. 자연은 참 오묘해 알다가도 모르겠고 우리 상식을 넘는 반전이 무궁무진하다.봄에는 그 파릇함을 '느끼자'는 여행소개가 주를 이뤘다. 반면에 가을은, 그 속으로 '빠지자'는 여행소개가 더 적절할 것 같다. 명성산에 둥지를 튼 가을이 너무 깊어, 황홀경에 빠질 수밖에 없다. 억새밭은 거닐었다기보다 헤엄친 듯하다. 명성산을 등지고 억새꽃처럼 희망도 하얗게 부풀어 오르길 기대해본다.

 

◆ '국민 관광지' 산정호수… 수묵화 같은 절경

 

산정호수를 중심으로 산세가 병풍처럼 펼쳐졌다. 한 편의 수묵화같은 절경과 입이 즐거워지는 다양한 먹을거리, 유서 깊은 관광지로 유명한 산정호수. 산정호수는 연간 70만명이 찾아들 정도로 유명한 '국민 관광지'로 새벽녘 하얗게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수면 위로 차분히 내려앉아 있고 그 뒤로 명성산이 솟아 있어 예술 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수은등이 켜진 호숫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마치 동화의 나라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또 여수토(만수위에 이를 경우 저절로 흘러 내려가도록 제방 턱을 낮춘 곳)가 자연암반으로 돼 있는 산정호수는 물이 넘어갈 때 웅장한 폭포가 만들어져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편, 1925년에 축조된 산정호수는 산속에 우물과 같은 맑은 호수라 하여 산정(山井)이라 이름 붙여졌고 현재는 관개용 저수지로 활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 역사가 담긴 관광지도 많다. 지금은 전망대로 쓰고 있는 산정호수 전망대는 과거 김일성의 별장이었던 곳으로 아픈 민족의 역사를 되새겨 볼 수 있다.

 

산정호수의 절경을 느꼈다면 포천의 유명한 이동갈비와 막걸리 그리고 호수 주변지역에 마련된 오리구이, 백운한우, 버섯 등 지역 특산품을 요리한 맛 집에서 풍경을 둘러보며 허기진배를 채울 수 있다.

 

◆ 한가원, 국내최초로 한과문화박물관

 

경기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520번지에 위치한 한가원은 국내최초로 한과를 테마로 세워진 한과문화박물관이다. 한과문화박물관에서는 한과의 역사와 유래, 한과의 제작도구 등 전시 설명과 유물전시 중심으로 한과에 대하여 종합적인 정보를 전달하여 한눈에 한과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한과문화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는 한과의 제작과정, 한과의 원재료, 한과의 역사, 한과의 다양한 종류(약과, 유과, 유밀과, 정과, 다식, 강정), 임금님 수라상, 명절과 일상의 한과 전시 등 한과의 기본적인 정보를 얻고 이해할 수 있다. 한과문화박물관 2층 전시실에서는 계절에 따른 한과, 전통차와 한과, 한과와 세계과자, 한과의 제작도구, 한과명인제도와 한과명인들, 포천한과 클러스터, 한과의 전국 분포도, 포천의 관광지, 한과의 우수성 등 한과의 전반적인 정보를 한눈에 습득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과문화박물관에서의 이론 교육을 통해 한과문화교육관에서의 체험을 용이하게 하며 쉽게 한과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이용시간 오전10시∼오후7시.

 

산정호수 입구에 위치한 평강식물원은 10만여 평의 면적에 한국 자생식물과 전세계의 식물 5천여 종이 전시돼 있다. 동양 최대 규모의 고산식물이 모여있는 암석원을 비롯해 자연생태를 재현한 습지원, 50여개의 연못과 화려한 꽃들로 구성된 연못정원, 깊은 계곡이나 숲에서 자연 발생하는 이끼를 관찰할 수 있는 이끼원, 사철 푸르름을 뽐내는 잔디광장 등 12개의 테마원으로 구성된 종합식물원이다. 희귀식물 보존뿐만 아니라 자연생태학습장으로서 새로운 식물원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